♣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안녕! 드레스덴

카잔 2009. 9. 23. 05:26

드레스덴 중앙역

in Dresden

9월 01일 오후 2시 45분 도착

9월 03일 오후 5시 54분 떠남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드레스덴 중앙역을 향해 걸어간다.

오늘은 라이프치히에서 묵을 것이다.

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하루 종일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사라지자

하늘이 파란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구름에 낯을 숨겼던 햇살도

잠깐씩 고성을 비출 때마다

기품 있는 고성의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잠깐 멈춰서서 바라보기도 한다.

마음이 맑아지고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배낭의 무게도 거뜬하게 느껴지다니.

문득, 짐을 모두 맨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드레스덴 성을 배경으로 찍고 싶지만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츠빙거 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츠빙거 궁전 정원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있나.


츠빙거 궁전에서 셀카



츠빙거 궁전의 정원을 가로 질러 반대편 문으로 향한다.

잠시 후, 문에 도착하였으니 이제 츠빙거 궁전과도 안녕이다.

뒤를 돌아보아 작별 인사를 하는데 궁전의 건물이 참 예쁘다.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한다.

하루에 두 번씩이나 사진을 찍다니, 드문 날이다.

그런데, 그 남자. NO 라고 한다. 거절당한 건 처음이다.

무슨 일이 있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든다.


별 도리가 없어서 홀로 사진찍기를 시도한다.

타이머를 맞춰 두고,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누른다.

저만치 달려가서 포즈를 취한다. 하하하.

혼자 잠시 동안 즐겁게 놀았다.

서너 번의 왕복 달리기를 하는데

No의 남자가 쳐다 본다. ^^

나는 쑥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더욱 좋아진 기분으로 중앙역으로 Go~!


중앙역은 여러 번을 물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유람선 선착장에서 이리 저리 둘러보며 오다 보니

20분 정도의 거리를 50분 정도 걸려서 왔다.

무건 배낭을 배고 30분 이상을 걸으면 어깨가 아파온다.

한 시간 가까이 걸으니 팔에 감각이 약간 둔감해질 정도가 된다.

어깨가 조금 결리지만 즐거움은 여전히 나를 감싸는 중이다.


중앙역으로 걸어오는 길은

드레스덴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버스나 트램을 타기보다 걸어가기로 선택한 것은

차비를 아끼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중앙역으로 이어지는 프라거 거리 곳곳을 눈에 담으며

마지막 시간을 갖기 위함이었다.

프라거 거리



이럴 때, 가슴 찡한 느낌이 찾아든다.

'내가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지 못한 명소나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한탄이 아니다.

세상에는 가고 싶은 곳도 많고, 인생을 살며 하고 싶은 일도 많으니

다시 이곳에 올 시간적 여유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다.


의문은 곧 아쉬움으로 바뀐다.

다시 못 올지도 모를 이곳에서 즐겁게 보내었는지,

자세히 보아야 할 곳을 무심히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최고의 명소를 모른 채 주변만 서성인 것은 아닌지.


다시 못 올 이 곳을 향한 애정이

떠날 무렵에야 찾아온다는 것이 얄밉다.

뒤늦게 깨닫는 인생의 지혜는 늘 얄밉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허나, 지나간 어제를 아쉬워하며 살 순 없다.

얄미워할 수 있음은 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깨닫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성장하는 사람은 어제에 대한 아쉬움을

새롭게 명명해야 한다. 그것은 후회가 아니다.

얄밉기는 하지만 미움이나 분노도 아니다.

그것은 질투일지 모른다. 더 나은 나를 향한 질투.

혹은 열정일지 모른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열정.


드레스덴이 다시 못 올 도시라면,

이것은 오늘 하루도 마찬가지다.

오늘 하루는 다시는 갖지 못할 시간이다.

내일 하루가 똑같은 24시간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날짜가 달라진 엄연히 다른, 새로운 하루다.

다시 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이 도시를 떠나며

다시는 갖지 못할 오늘 하루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


드레스덴은 이렇게 나를 떠나보내면서까지

한 가지의 교훈을 가슴에 쥐어준다.

인상 깊은 도시다.


*


[덧]

아쉬움은 반가운 감정도 아니고 생산적인 감정도 아닌 듯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쉬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다.

때로는 이 아쉬움과 서운함을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고 싶기도 하다.

세상에는 아쉬움을 잘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기에

그들은 나의 섬세한 이 감정을 만져주지 못한다.

사람은 서로 다르고, 다름의 차이를 순간마다 이해하기란 힘든 일이다.

허나,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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