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 6

나이 듦을 받아들이기

나이 듦을 받아들이기 - 영화 감상기 1. 은 상실을 다룬 영화다. 피해자는 세상의 모든 노인들이고, 피의자는 쏜살같이 빠른 세월이다.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것은 젊음이다. 세월은 저만치 흘러갔고, 영화 속 주인공인 4명의 은퇴한 뮤지션들은 이만치 늙어갔다. 씨씨(폴린 콜린스)는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고, 최정상급의 소프라노였던 진(매기 스미스)도 은퇴하여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세월은 한 세대를 풍미한 음악가라도 해도 비켜가지 않았다. 2. “재능이 사라졌어.” “그런 게 인생이야.” 이야기는 은퇴한 음악가들이 모여 사는 비첨하우스에서 진행된다. 진은 비첨하우스로 입주하고서 전 남편 레지를 만났다. “왜 음악을 관두게 됐어?” 레지가 물었다. 진은 비평가들이 두려워졌다고 말했다. 더 이상 예전의..

어떤 강연 후에 찾아온 감정들

적어도 강연 시간 중에는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 준비에 만전을 기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 열심히 따라와 준 참가자 분들에게 대한 고마움. 자신감이 없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참가자 분들을 향한 서운함.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느끼며 2시간씩 3일 동안 이어진 강연을 마쳤다. 이 시원함! 아, 그리고 묘하게 밀려드는 아쉬움. 첬째날, 둘째날 모두 꽤나 힘들었는데 강연을 마치고 나니 그 힘듦까지도 보람과 의미로 다가왔다. 동시에 참가자 분들을 위해 더 좋은 교육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이럴 수가! 내가 아쉬움을 느낄 줄이야. 이런 힘든 교육을 끝내고 어서 나의 사무실로 돌아가고만 싶었는데, 그리고 나를 찾는 이들 앞에서만 교육해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아쉬울 줄이야! 둘째날..

조바심과 여유가 공존한 하루

1. 급하게 달려와 롯데시네마 매표소 앞에 섰다. 파바로티 하나 주세요. 직원이 되묻는다. 파파로티요? (파바로티 아닌가?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네. 파파로티요. 나는 표를 받아 들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티켓에 적힌 제목을 보니 였다. (영화를 보고서 검색하니, 파바로티가 맞았다. 비싼 저작권 때문에 영화제목을 파파로티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화장실에 들렀다가 영화관 좌석에 앉아 시간을 확인하니 9:54분이었다. 사무실에서 9:45분에 나왔으니 9분 만에 이동한 셈이다. 영화 상영 전 광고를 보며 '잘 왔다' 하고 생각했다. 번개처럼 서둘러 온 연유는 이렇다. 매주 월요일 아침엔 조조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었다. 그 첫 시작이 이번 주였지만, 일하느라 실천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요일로 미뤘었다..

사람답게 사는 비결 하나

사람답게 사는 비결 하나, 꿈에 도전하기! - 영화 감상기 1. 영화 는 두 개의 테마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하나는 '꿈꾸는 자의 행복'이고, 다른 하나는 '사제지간의 우애'다. 성악가를 꿈꾸는 깡패 이장호(이제훈 분)에게 감정이입이 되면 영화를 보는 내내 자신의 꿈을 생각할 것이고, 성악 천재의 길을 걷다가 성대 결절로 인해 꿈이 좌절되고 지금은 시골 예고의 시니컬한 음악 선생이 된 나상진(한석규 분)에 몰입하면 제자를 거두어가는 선생 이야기에 감동할 것이다. 2. 나는 를 보는 내내 꿈을 생각했다. 노래 부를 때 장호가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면서 '그래 저것이 꿈을 꾸는 자의 모습이지' 생각하며 니체의 말을 떠올렸다.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지는 그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걷는 것을 보..

나의 하루를 평가하는 질문

[성찰] 나의 하루를 평가하는 질문 1. 무엇을 얼마나 성취했나. 나의 하루를 평가하는 질문이었다. 내가 보낸 시간들엔 나만의 고유한 향기가 깃들었으면 좋겠다. 얼마나 성취했는가라는 잣대로는 시간의 향기를 만들어내기에 충분치 않다. 두 가지의 질문을 더해야겠다. 오늘 얼마나 나 자신으로 살았는가. 나는 얼마나 친절과 사랑을 나누며 살았는가. 오늘 하루를 누군가의 삶이 아니라 나의 삶을 살았는지, 친절과 사랑을 나눔으로 누군가가 그의 삶을 살도록 도왔는지를 묻는 두 가지의 질문으로 내 하루를 돌아봐야겠다. 하루를 사랑하는 것이 인생을 사랑하는 지름길이다. 2.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짧지만 알찬 시간을 보냈다. 모두들 출근을 한 뒤, 나는 스타벅스에 남았다. 월요일 오전엔 영화를 보는 것이 지난 모임에서 ..

몸살 덕분에 삶을 생각하다

눈을 떴지만 몸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밤새 온 몸이 납덩이라도 된 마냥 무거워졌고, 통증의 지점이 분명하지 않았지만 팔다리가 쑤셨다. 고통을 잊고 싶어 다시 잠을 청했다. 고통 때문에 쉬이 잠들지 못했다. 뒤척이고 끙끙대기를 반복하다가 잠들었다. 두어 번 깰 때마다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통증 완화제의 역할을 해내는 잠을. 오후 6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밤 12시가 다 되어 잠들었으니 무려 18시간이나 몸져 누워 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 있었던 적이 언제였나. 어쩌면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도 없으니 내 기억이 맞을 것 같다. 지난 주, 나는 그렇게 3박 4일 동안 몸살을 앓았다. 아픈 동안에도 시간은 흘렀다. 소리 없이 잘도 지나갔다. 시간이 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