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 한 시가 넘었으니, 이성이 쫑알거리기 시작한다. '어서 자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일 헤르페스 각막염이 재발할지 몰라.' 머리가 마음을 두드렸지만 마음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머릿 속 자야 한다는 생각은 오른쪽 눈에 느껴지는 옅은 이물감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성의 목소리보다 감성의 끌림에 나의 밤을 맡겼다. 넬, 허각, 에픽하이가 내 방에 선율을 채워 주고 있다. 오늘 배송된 책 하나를 펼쳤다. 『소설이 필요할 때』. 표지에는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라는 문구가 적혔다. 목차가 간단하다. 프롤로그를 제외하면 목차가 하나 뿐이다. "세상 모든 증상에 대한 소설치료법 A to Z". 삶의 상황별로, 무려 751권의 소설을 화끈하게, 제안하는 책이다. 이런 식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