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 구입을 이리도 자제했던 적이 있던가. 아마도 있었을 것이다.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고, 두뇌는 조종종 지금의 순간을 과장하기 십상이니까. (『뇌 마음대로』라는 책은 자기를 기만하기 일쑤고 착각에 허덕이는 뇌에 대하여 두 챕터를 할애했다.) 나는 지갑이 가벼워질 때마다 서점을 멀리했겠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수입이 생기면 책을 샀고, 덕분에 다른 살림살이가 늘어날 기회는 없었다. 책 구입에 돈을 많이 쓴 것에는 내 나름의 전략은 없었다. 일관된 방향도 없었다. 장서에 대한 철학과 공부 키워드가 있기는 했지만, 얼마간은 지적 욕망의 노예였다는 말이다. (노예는 과장된 단어지만, 확실히 내 구매욕을 다스리지는 못했다.) 이번 여름부터 시작된 책 구입 자제는 꽤 오래 갈 것 같다. 지금까지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