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해영의 단편 「첫 번째 기념일」을 읽고 "집에 있는 휴일이면 늘 십여 통의 이력서를 썼다. 검정색 펜으로 천천히 글씨를 써서 이력서 칸을 메웠다. 고등학교로 끝나는 최종 학력과 여기저기에서의 단기간 경력을 적는 동안, 그는 어쩌자고 이렇게 볼품없이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낚싯줄처럼 그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 던져져 연민을 잡아 끌어냈다. 뒷면을 뗀 증명사진은 고체형 풀을 발라 사진란에 붙였다. 사진은 가급적 우스꽝스럽게 나오도록 찍었다. 불쌍해 보이는 것보다는 우스워 보이는 게 나았다. 다 쓴 이력서는 전부 큰 도시에 있는 사업체로 보냈다. 이력 때문인지 사진 때문인지 대부분은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력서를 작성하는 사내는 도시의 변두리 지역 담당의 택배 기사다. 이 작품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