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 15

3천 권 장서를 향한 첫걸음

1. 저자는 오카자키 다케시, 1957년생이다. 삼촌 나이라 생각하니 친근감이 생긴다. 주름살이 어느 정도일지, (사람마다 천양지차일) 흰머리의 비율도 상상해 본다. 일본 저자의 책을 읽기는 오랜만인데, 오랜만에 만난 낯설음이 ‘삼촌 상상’으로 친근함으로 바뀐다. 저자와 삼촌의 결정적인 차이는 그는 독서와 더불어 살고, 삼촌은 책과는 거리가 먼 분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젊은 날엔 국어교사로, 30대 중반 이후로는 집필에 매진하며 서평가로 활동해 왔다. 2. 추천의 글부터 읽었다. 누군가가 내게 ‘독서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누구입니까’ 라고 물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장정일이다. (이어서 이현우, 한기호, 고명섭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무려 7권까지 나왔고, 책 이야기를 담은 『빌린 책 산..

무엇이 인문학 공부인가

1. 인문학 공부는 교양과 지식 쌓기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다. 인간 이해와 삶의 지혜를 '인문정신'이라 한다면, 인문정신의 함양이 인문학 공부의 목적이다. 어떤 학문이 인간 이해를 돕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순서대로 학문을 배열한다면, 문학 역사 철학이 수위를 차지하고 심리학, 종교학 등이 뒤따를 것이다. 문사철은 인문정신을 고양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지, 문사철 지식 자체가 인문 소양은 아니다. 인문학 공부의 최종 실현은 인간다움의 회복이니까. 2. 출판계에 교양과 지식 쌓기 책이 유행인 까닭은, 인문정신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가르치는 일에는 능한 저자들이 인문서를 써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인문주의의 부재가 원인이다. 스스로 인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

스티븐 코비는 틀리지 않았다

자기계발서는 분명 달라졌다. 1990년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의 책들과 2010년 이후에 출간된 책들을 비교하면, 변화가 뚜렷하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질적 향상이지만, 오늘은 '접근방식의 변화(다양성)'만 언급하련다. 소소하게 보이는 이 변화는 사실 매우 중요하다. 이제야 '무거움 vs 가벼움' 또는 '깊은 성찰 vs 발빠른 행동'의 균형이 맞춰진 느낌이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자기계발서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다. 포브스, 블룸버그 뉴스 등에서 선정한 최고의 경영서 상위권에 오를 만큼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떨쳤다. (내 삶에도 비약적인 성장을 선사해 준 책이다. '주도성'과 '공감적 경청'이라는 개념은 20대의 나를 구원했다.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는 ..

[서울 이곳은] 넓고 자유로운 마음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1994년에 방영된 드라마 의 테마곡 의 첫 소절이다. 살다보면 때때로 위로를 주는 노랫말이다. 도전적인 경험 앞에서 망설일 때, 고향보다 서울이 낯설게 보였을 때, 삶을 잘못 살고 있다고 느껴질 때... 나는 이 소절을 부르곤 했다. 종종 영화 의 명대사 "나 다시 돌아갈래"도 떠올리면서. 서울에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열차를 타고 서울에 접어들 때, 특히 서울역을 앞두고 한강을 건너갈 때 낯섬에서 오는 서글픔이 들었다. '내가 타지에 왔구나...' 사는 곳이 낯설 때의 서글픔은 평생을 고향에서만 사는 사람들이 이해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낯섬이 싫지도 좋지도 않았다. ..

인생의 책을 만나는 법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 소유하고 싶은 물건의 등장은 인생살이의 평범한 일면인데, 이번엔 좀 특별하다. 몇 해 전부터 이것만큼은 꼭 가지고 싶었다. 답변은 새삼스럽다. '책'이니까. 하지만 보통의 책은 아니다. 거듭 읽고, 깊이 읽어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책 몇 권을 갖고 싶다. 이것이 소유인지, 경험인지 모르겠지만(아마 소유와 경험의 합작품이리라), '열 번 이상 읽은 책' 한 권 정도는 소유하고 싶다. 평생을 사는 동안, 홀딱 반해서 빠져들게 된 책 한 권을 갖는 일! 이것이야말로 고상한 삶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동시에 진정한 독서가로 거듭나는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