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살 때의 일입니다. 운전 중에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날의 통화는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주로 농담조로 이뤄지는 우리의 통화인데, 그 날 친구의 목소리는 유난히 차분했습니다. 친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일단은 너만 알고 있어라. 내가 몸이 많이 안 좋네. 나도 이겨내려고 노력할 텐데…… 암일 수도 있단다.” “병원에서는 뭐래?” 친구는 금방 대답하지 못했고, 나는 화를 내면서 다그쳤습니다. 한참 후에나 대답을 들었죠. “췌장암일 가능성이 있다는데, 정확한 건 큰 병원에 가야 알 수 있다네.” 1990년부터 이십 오년 동안 우정을 이어온 절친한 친구가 췌장암일 수도 있다는 말은 나를 충격에 몰아넣었습니다. 통화를 끊고 나서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22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