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구정이든 어느 봄날이든

아침에 을 여러 번 감상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 폴 워커를 추모하는 곡이다. 이미 수없이 들었던 노래다. 친구가 그리울 때면 하염없이 듣곤 했다. 가사가 마음을 어루만지면 나는 시공간을 떠난다. 추억에 잠기고, 때론 상상에 빠진다. ‘한 번만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하는 유의 이뤄질 수 없는 상상. 오늘이 그런 날이다. 어떤 날엔 뮤직비디오를 시청한다. 마지막 장면이 감동과 위로 그리고 슬픔과 아픔을 안긴다. (때론 마음도 손에 박힌 가시처럼 아프다.) 자신의 승용차에 앉은 두 친구! 따스한 눈빛을 교환하고 주행을 시작한다. 도로는 갈라지고 두 대의 승용차도 다른 길로 들어선다. 카메라는 이제 하나의 승용차만을 쫓아가면서 서서히 줌 아웃된다. 가슴이 먹먹해져서 창가에 섰다. 창밖을 ..

새해 첫 날에 품은 소망

새해 앞에 섰다. 방금 떠오른 2018년 첫 번째 태양을 바라본다. 설렌다. 오늘을 기다린 건 아닌데 반갑기도 하다. 태양이 세상의 동쪽을 비춘다. 건물은 해바라기가 된 마냥 햇빛을 받아 밝아졌다. 나는 환한 마음으로 노트에 새해 소망을 적는다. 하나씩 이뤄갈 때마다 명랑해질 내 인생을 생각하며. ‘2018년은 정말 환상적인 해로 살아보자!’ 출간. 탈고. 외 한 권번역. 독서. 수잔 손택 全作,『수상록』『포커스』공부. 인지과학, 예술이론(미진사) 여행. 포틀랜드, 펠로폰네소스(그리스), 제주와우. 와인시음회, STORY 매뉴얼, 유니컨 디너공간. 아카이브 인테리어 작업, 중고물품 판매행동. 인터뷰, 팟캐스트, 특강관계. 가족여행, 블로그 독자의 밤, 와우수업 하루를 잘 살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한..

연말에 매만지는 일곱 단어

시간, 두 손 안에 붙잡아 두었는데속절없이 빠져나간 한 줌의 모래 새해 계획, 다시 수립할 필요 없이 뚝딱 복사(Ctrl+V)하는 언짢은 놀이 모임만나면 정교해지는 기하학적 필연이거나만나도 허전한 우연을 쫓는 기이함이거나 은인막차가 떠났나, 새벽녘 을지로의 물음을하나 둘 챙겨 올리는 진짜 막차의 휴머니즘 나이 한 주 한 주 꾸준하더니 시나브로 550회을 보던 이의 탄식, 언제 이렇게… 꿈, 빈둥거리고 기웃거리다 꺼뜨렸던12월이면 밝아지는 마음속 불빛 희망우리의 열망이 곧 우리의 가능성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에 주억거리는, 회의를 머금은 전율

행복한 송년을 위한 키워드

1. 고독 "나의 벗이여,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너는 요란한 위인들의 아우성에 귀가 멀고 소인배들의 가시에 마구 찔려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지 않은가. 숲과 바위는 너와 더불어 기품 있게 침묵할 줄을 안다. 다시 한 번 네가 사랑하는, 저 넓게 가지 뻗은 나무처럼 되어라. 나무는 조용히, 그리고 귀를 기울이며 바다로 뻗어 있다. 고독이 멈추는 곳, 그곳에서 시장이 열린다. 시장이 열리는 곳에서 배우들의 소란이 시작되며, 독파리들이 윙윙대기 시작한다." - 니체/정동호 역,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독은 생산적이다. 고독이 꺼려지는 이유는 외로움과 착각하기 때문이고 자신과 놀 줄 모르는 까닭이다. 외로움은 고독만큼 창의적이거나 생산적이지 않다. 쓸쓸하고 적적할 뿐이다. 외로움은 인간의 실존이..

삶의 질을 높이는 법

“오늘날 첨단 디지털 기기들이 전 세계 사람들의 주의를 흩트려놓고 있다. (…) 디지털 기기가 요구하는 순간적인 관심이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선택하고 원하는 대상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즉 우리의 집중력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저명한 대니얼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이 자신의 저서 『포커스』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 말이다. 우리의 집중력이 어떠한 현실인지 파악하기 위해 굳이 세계적 심리학자의 말에 기댈 필요도 없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의 다양한 유혹과 교류가 집중력을 빼앗고 있음은 약간의 진솔한 성찰만으로 가능하니까. 골먼은 이런 연구 결과를 전한다. “책을 읽을 때 우리의 마음은 20~40퍼센트의 시간 동안 다른 곳들을 돌아다닌다. 더 많이 돌아다닐수록 당연히 이해도가 떨어진다.” 산만한 주의가 ..

저, 살아 있습니다

두 달이 지나면 블로그를 시작한 지 11년이 됩니다(2007년 1월 개설). 십 년 넘는 세월 동안 끊임없이 포스팅을 올렸죠. 긴 공백은 없었습니다. 여행을 떠나 몇 주 간 뜸했을 뿐입니다. 올해는 정말 블로그 운영이 부실했습니다. 이 글이 5개월 만에 올리는 포스팅이네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 낯선 기분이 듭니다. 오랫동안 집을 떠났다가 돌아와 현관문을 열면 집 안이 생경하게 느껴지듯이 블로그 주인장인 제가 지금 조금 얼떨떨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곧 익숙해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약간의 긴장이 느껴집니다. 저, 살아 있습니다. 종종 블로그 인연들이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안부를 물어옵니다. 바로 어제도 그랬습니다. 너무 오래 소식이 없어 걱정 된다는 말과 함께 기척이라도 남겨 달라는 애정 어린 ..

살짝 다른 삶을 꿈꾼다

1.'다르게 살아보자!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삶이 힘들다면 살짝 다른 삶을 시도해 보는 거야.' 온 몸으로 샤워 온수를 받아내며 거듭 다짐했다. 조금은 결연했다. 들뜨기도 했다. 세신(洗身)하고 세심(洗心)하는 영혼이 되어, 결심이 단단하게 영글때까지, 나는 샤워를 멈추지 못했다. 몸을 닦고 나오니 40분이 지났다. 이번 다짐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모를 일이다. 관심 갖지 않으련다. 또 하나의 결심으로 새로운 주간을 맞이하는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다. 얼마간의 들뜸 덕분에 비장하진 않았다. 다행이다. 비장함을 도구로 삼고 싶진 않으니까. 전쟁이 벌어지거나 슬픔에 휩싸이지 않는 이상, 삶을 영위하는 도구는 '무기'가 아닌 '장난감'이리라. 인생살이는 전시가 되기도 하지만 놀이가 되기도 하는 법이니! 주..

포틀랜드에서 만난 인연

1.필슨(Filson)을 만난 순간이 떠오른다. 젊고 세련된 감각이 느껴지는 도시 포틀랜드(미국 오리건 주)에서였다. 나는 중고 서점 ‘파웰 북스’ 인근에 위치한 에이스 호텔에 묵었다. 호텔 맞은편에는 Union Way라는 작은 쇼핑몰이 있다. 예닐곱 개의 상점이 들어선 30m 즈음 되는 거리로 기억한다. 초입에 이라는 편집샵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거기서 한 눈에 반해 들고 나온 품목이 ‘필슨 토트백’이다. 2014년의 일이다. 그 이후로 가장 자주 들고 다니는 가방이 되었다. 2. 필슨(Filson)은 꽤나 전통 있는 브랜드다. 19세기 말 미국에는 골드러시 열풍이 불었고, 창업자는 황금을 찾아 모험을 떠난 이들에게 필요한 의류를 제작했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필슨의 탄생이었다(Since 1897)...

대지와 감성이 촉촉해진다

비가 온다. 좋다. 대지와 감성이 촉촉해진다. 기분 좋은 차분함이다. 그윽함이기도 하다. 고요한 새벽, 세밀한 빗소리 그리고 해갈의 산뜻함. 회색빛 하늘이 아름답다. 햇살을 머금은 푸른 빛깔의 하늘이 때때로 처연하듯이 회색빛 하늘도 황홀할 수 있다. 그것이 자연이고 삶이다. 밤이면 좋겠다. 이 순간이 하루 일과가 끝난 밤이라면 하염없이 감상에 젖어들 것이다. 와인과 음악이 나의 벗으로 함께하리라. 그리움마저 행복이 될 시간! 지금은 아침이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몇 곡의 노래를 들었다. 이제 9시다. 어젠 푹 쉬었다. 오늘은 일을 즐겨야지. 마음은 이미 도구들을 챙겨 집을 나선다.

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

1.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 프랑스 태생이지만 음악적 고향은 독일.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독일 낭만주의 음악에 관심. "베토벤은 정신적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고 또 가장 많이 연주하는 작품이죠."(월간 객석. 2012년 10월호) 2. 그는 내게 피아니스트인 동시에 자신의 가치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꿈을 이뤄가는 낭만주의자다. 다음의 인터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출처는 월간 객석) 3. 꿈을 이뤄가는 낭만주의자의 면모가 보다 또렷하게 보이는 대목도 있다. "만약 한국에서 연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단연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고 싶어요." 월간 객석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인터뷰는 2012년 9월 파리에서 진행됐다.) 그리고 5년 후 그는 자신의 바람을 이뤘다. 2017년부터 2020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