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이번 생에는 글렀지만

흥분을 참느라 혼났다. 좁은 작업실을 서성였다가 책상에 앉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세나절 동안 모차르트를 듣다가 벌어진 일이다. 아침에 피아노 협주곡 21번으로 잔잔한 울림을 느꼈다가 오후에는 피아노 소나타 12번 2악장을 듣다가 아름다운 고요함에 전율했다. 사실 눈물이 찔끔 났다. ‘아! 모차르트의 감동이 이런 거구나.’ 모차르트 평전을 쓴 필립 솔레르스는 “아주 젊은 모차르트의 작품에는 사람들은 만족시키는 모든 것들이 있다”고 썼는데, 이 과장스러운 표현에 동의하게 된 날이다. 모차르트 감상이 처음은 아니다. 여러 장의 모차르트 CD를 차에서 듣기도 했고, 를 시청하다가 졸았던 경력도 있다. 하지만 모차르트로 눈물의 감동을 경험한 날은 없었다. 어느새 저녁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듣자고 선택한 곡..

불가사의-침대의 필요

불가사의 —침대의 필요 (시인 김선우) 그런 날 있잖습니까 거울을 보고 있는데 거울 속의 사람이 나를 물어뜯을 것처럼 으르렁거릴 때 그런 날은 열 일 제치고 침상을 정리합니다 날 선 뼈들을 발라내 햇빛과 바람을 쏘이고 가장 좋은 침대보로 새로 씌우죠 이봐요, 여기로 거울 앞으로 가 거울 속의 사람을 마주봅니다 거울 속으로 손을 뻗지 말고 여기서 손짓해 거울 밖으로 그를 꺼내야 합니다 어서 와요. 정성 다해 만져줘야 할 몸이 이쪽에 있습니다. - 《문학동네》 2016년 가을호 *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피로감을 느끼는 이와 함께 읽고 싶은 시다. 거울 속 얼굴은 왜 사나워졌을까? 시인은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짐작해 본다. (아마도 격무에 시달려) 몸이 피곤해서, (아마도 누군가로 인해) 감정이 격해져서,..

2017년 16주차 성찰일지

1. 화요일에 와우 독서수업이 있었다. 를 읽은 소감을 나눴다. 몇몇 대목에 대해서 심도 깊은 토론도 했다. 책의 저자들(토니 슈워츠, 짐 로허)은 탁월한 책을 썼다. 자기경영에 대한 통찰이 깊고, 구체적인 사례가 풍성하다. 이들의 통찰 하나만 소개하자면, 저자들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 그것은 세 가지다. 자신을 전율시키는 비전을 가질 것, 자신에 관한 진실에 헌신할 것 그리고 꾸준히 실천할 것! (아, 책 얘기를 하니 할 말이 쏟아지는구나. 서평을 하나 써야겠다.) 2.나는 23년째 모 은행의 고객이다. (24년인가?) 그 은행에서 인문학 특강을 했다. 중요한 파트너가 될지도 모를 컨설팅 사의 의뢰라 여느 때보다 조금 더 준비에 신경을 썼다. 교안을 업데이트한..

하루 경영의 시작

이틀 만의 일일성찰. 1. 일어나자마자 실행하는 이부자리 정돈, 물 마시기, 스트레칭, 5분독서, 일일계획 수립으로 이어지는 아침의식을 빠뜨렸다. 모처럼만에 놓친 느낌인데 착각이었다. 확인해 보니 4월에만 세 번째 게으름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눈을 뜨자마자 의식부터 수행해야 하는데, 휴대폰으로 놀기 시작했던 게다. 당분간 주의해야지. 의식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될 때까지! 2. 어젯밤 시청했던 대선 토론에 대해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글을 한 편 쓰고 싶었지만 마음의 여유도, 그럴 만한 시간도 없었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안철수의 공과(功過) 논쟁과 문재인의 주적 답변이 나는 꽤 답답했다. 왜 답답했는지에 관해 글 하나를 써야겠다. 일요일은 되어야 할 것 같다. 아래는 투표권 행사를 위한 개인적인 메모..

모처럼만의 하루 성찰

주간성찰이 습관화되니 일일성찰에도 욕심이 생긴다. 날마다 할 생각은 없다. 왠지 끌리거나 여유가 되는 날 또는 성찰의식이 차올라 잠이 오지 않는 날에만 끼적여 보련다. 마음 가는 대로! 일주일의 첫 날인 오늘(4월 18일)을 어떻게 보냈나. 1.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 를 두 번 읽었다. 어젯밤에 한 번, 오늘 아침에 한 번! 는 오코너의 대다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20세기 중반의 미국 남부’라는 사회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 단편이다. 시대적 배경이 작품 이해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소설들은 프레드릭 제임슨의 제안이 절실해진다. “항상 역사화하라!” 단편 하나 읽는데 역사적 맥락을 생각하야 하다니! 오코너 읽기의 어려움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오코너 읽기는 새로운 지식 습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즐거움을 느..

의미와 기쁨의 향유를 위해

주말을 의미 있게 보내는 법! 어느 워크숍에서 참가자 분들과 의견을 나눴던 주제다. 모든 참가자들이 5~7개의 의견을 내어 비교했었다. 나는 집안 정리정돈, 테마별 릴레이 영화 감상, 혼자 떠나는 당일 여행, 읽고 싶었던 소설 완독 등을 꼽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특히 소설에 빠져들어 마지막 장을 덮었던 일이 내게는 커다란 기쁨과 의미였음을 느낀다. 주말 이틀을 몽땅 소설에 내어준다면, 읽는 속도가 느린 나도 꽤 두툼한 책을 완독하지 않을까. 봄날의 어느 주말에 그 행복을 만끽해야지! 책장의 소설들이 나를 유혹한다. 결국 몇 권의 책을 꺼냈다.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계획이 되었다. 『그리스인 조르바』(열린책들)를 집어들어 아무데나 펼쳤더니, 두목에게 건네는 조르바의 권고가 눈에..

열정과 몰입의 삶

1.바쁜 한주를 보냈다. 주말에는 일정상의 여유가 생겼지만 오롯이 업무에 매진하지는 못했다. 한 주간의 피로가 몰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하루는 낮잠으로 체력을 보충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요즘 내 삶의 활력을 감안하면 조금은 아쉬운 주말이었다. 시간 관리는 결국 자기관리이고 에너지 관리임을 절감한다. 시간이 주어져도 신체 에너지가 떨어져 있다면 시간 관리를 할 수가 없으니! 삶의 경영에서 건강과 체력의 중요성은 실로 크다.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우선순위가 높은 요소다. 짐 로허는 신체적 에너지의 우선적 중요성을 이리 표현했다. “완전한 몰입을 위해서는 ‘먼저’ 신체적으로 에너지가 넘치고, 감정적으로 유대감을 느끼며, 정신적으로 집중된 상태에 있어야 하며, 영적으로는 눈앞에 있는 이익을 넘어 더 높은..

봄날의 제주 여행

[사진으로 돌아보는 3월]봄날의 제주 여행 3월의 초입에 여행을 다녀왔다. 꽃샘추위에도 유채꽃이 하늘을 향해 활짝 웃었다. 찬바람이 불 때마다 나는 옷깃을 여미었지만 꽃들은 춤을 추었다. 초정리의 뒷골목에 자리한 '길리'는 연인이 생기면 다시 찾고 싶은 카페다. 창가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고 싶은 곳. "오늘 저녁에는 전복구이 먹을까?" "내일은 어디 갈까?" 침대에 누웠다. 옷걸이에 걸린 옷들이 외롭게도 보였다가, 단정하게도 보였다. 내일 입으려고 개켜 놓은 옷, 소파 위의 노트북, 그리고 혼자 차지한 2인실의 방. '소심한 책방'은 마스다 미리의 그림책이 어울리는가 싶더니, 신형철 평론집과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도 품은 고상한 서점이다. 리처드 호가트의 『교양의 효용』과 같은 책도 있다. 감성과..

이번주가 전환점이 될까

2017년 들어서 가장 바쁜 한 주를 보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만남이 15개였다. 그 중 세 개는 강연이었고, 하나는 교육 프로그램 R&D 미팅이었다. 분초까지는 아니어도 5분, 10분을 아껴가며 지냈다. 누군가를 만날 때에는 바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고, 홀로 있을 때에는 그야말로 열불나게 일했다. 나는 터닝 포인트를 만들고 싶었다. 내면적 자아는 여전히 아프지만, 사회적 자아만큼은 왕성한 생산성을 회복하기를 바랐다. 1/4분기가 끝나기 전에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 전환점이 되는 날이 3월 20일 월요일이고, 그로부터 시작되는 한 주간을 전기로 삼고 싶었다. 최선으로 한 주를 살았던 이유다. 한동안 미뤄왔던 일에 달려들었고 신체적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애썼다.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