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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그와 함께

1.괴테에 관한 단상의 글 한 편을 적었다. 마음에 드는 글이지만, 공개(포스팅)는 후일로 미뤘다. 일부 구절이 울적함을 자아낼 여지가 있어서다. 내가 울적하게 읽히는 건 괜찮으나, 독자에게 울적함을 안기기는 싫다. 울적함의 언저리 한켠에는 낙관과 희망도 담아냈지만, 세심하게 읽어야만 잡아낼 정도의 섬세한 표현이었다. 포부이긴 하나, 강한 다짐도 또렷한 결심도 아니었던 게다. 자욱하게 낀 안개 속에 희미하게 존재하는 빛을 상상해 보자. 나의 긍정과 희망은 그런 빛과 같다. 안개 속이라 찾기 힘들고, 희미하여 없는 듯도 하다. 이런 희망을 강하게 표현하면 실체와는 거리가 멀어질 터였다. 그럼에도 분명 존재하긴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송충이가 솔잎을 갉아먹듯 현실이 나의 이상을 조금씩 잠식하더라도 나..

칭찬은 사람을 당황스럽게 한다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를 읽고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 토리 히긴스, 한국경제신문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캔 블랜차드의 책 제목이다. (물론 본래의 의도대로라면 문장 끝에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를 붙였으리라.) 고래는 차치하고, 칭찬은 정말 사람을 춤추게 할까? 대다수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칭찬이 모든 사람들을 들뜨게 하지는 못한다. 물론 사람의 내면에는 인정 욕구가 존재하고 많은 이들이 칭찬에 행복감과 에너지를 얻지만, 누구나 칭찬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칭찬을 받으면 자기 소유가 아닌 물건을 받은 마냥 어색해하고 당황해한다. 심지어 칭찬의 내용을 믿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동기를 부여받는 이들은 이 말을 믿지 않으려 든다. 누구나..

잠깐의 그윽한 여행

삶은 한 잔의 커피다. 처음으로 맛보면 쓰고, 급하게 들이키면 뜨겁다. 커피를 즐기게 되면 그윽한 향기에서부터 빠져든다. 적당하게 식으면 느긋하게 한 모금씩 음미하면 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젊은 날엔 이상에 취해야 아름답다. 성인이 되면 실존에 눈을 떠야 멋지다. 서른, 마흔... 예순이 되더라도 한 걸음씩 꿈꾸는 세상으로 차근차근 다가서면 된다. 커피는 자유다. 한 잔의 커피는 일상을 떠나는 잠깐의 여행이다. 삶도 자유여야 한다. 한 사람의 삶은 이상을 향해 춤을 추며 걸어가는 자유로운 몸짓이다. 커피는 그윽하다. 어린아이는 그윽한 맛을 모른다. 미숙한 어른들이 인생을 모르듯이. 커피 맛을 모르면 마키아또와 바닐라 라떼에 미혹된다. 찰나의 달콤한 욕망은 늘 우리를 엿본다. 자유와 그윽함은 그렇게 멀어..

고전 읽기를 위한 7가지 제언

1. 어떤 책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많은 식자들이 인문 고전으로부터 통찰, 지혜, 영감을 얻는다. 인문 고전은 탐나는 영역이지만, 오르기가 만만치 않은 산이다. 유익이 큰 만큼, 지적 임계점이 높다. ‘고전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커야 한다. 진득한 노력을 싫어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일부 독자들은 인문 고전마저 가볍게 읽으려는 마음으로 쉬운 길을 찾는다. 결국 서너 권 만에 고전을 포기하고 본래의 독서로 되돌아간다. 2. 때로는 예술이 길을 안내한다. 영화 는 고전 읽기의 여정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히말라야에 오르려는 초보 산악인들은 우선, 무거운 짐을 지고 북한산을 오르는 훈련을 통과해야 했다. 숱한 훈련..

2016년 지적 생활 중간점검

1. 전기만이 전율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몸이 떨릴 정도의 감격을 안기는 책들이 있다. 전율을 선사하는 작가나 사상가들의 책이 그렇다. 몇 줄을 읽다 보면, 감탄하여 더 이상 책을 읽지 못하게 만드는 이들! 나에게 니체와 푸코는, 영원히 전율의 작가로 남을 것 같다. (20대에는 파커 파머, 피터 드러커, 스티븐 코비가 전율을 안겼다. 구본형, 강준만, 고종석, 김영하도 내겐 전율의 작가였다. 달라스 윌라드와 필립 얀시의 글도 경이로웠다. 30대에는 에리히 프롬, 수잔 손택, 카프카, 호메로스, 벤야민에게서 전율을 느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전율을 선사한 이가 니체와 푸코다.) 2."2016년은 일년 내내 고대 그리스의 고전을 읽었다." 언젠가 '나의 2016년 지적 생활'을 돌아보며 이렇게 ..

[강연공지] 리버럴 아츠를 공부하라

수업 안내 일시 : 8월 17일(수), 24일(수), 31일(수), 9월 08일(목) 19:30~21:30장소 : 토즈 홍대점 (홍대입구역 2번 출구, 도보 1분)교재 : 매 수업 배부되는 A4 10~12 정도의 유인물수업료 : 10만원 (신한 801-04-851616) / 원격수업 8만원신청 : 입금 후 아래 댓글로 성함, 전화번호, 이메일을 적어 주세요. (제 수업의 기신청자는 성함만 작성. 신규 분들은 정보보호차 비밀댓글 권장) 아래 네 편의 글을 읽으시면 이번 수강 결정에 도움 되실 겁니다. 번호 순서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글의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글로 연결되고요. (시간이 없으시면 1번만 읽으셔도 감은 잡으시리라 생각합니다.) 1) 하버드를 넘어선 교양수업 2) 세인트존스 대학의 공부풍경3) ..

영성으로 밟은 그리스 기행

1. 삶을 돕는 사유와 영성이 깃든 그리스 기행 에세이! 내가 이 책을 한 마디로 소개한다면 그렇다. 그리스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대중적인 교양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림 한 장으로도, 탐스러운 먹거리로도, 묵고 싶은 호텔만으로도 여행은 시작될 수 있다. 저자의 경우는 어떨까? 왜 그리스일까? "나는 세상이 나를 휘젓지 못하도록 현실적 욕구를 실현하고 싶었다. 경쟁 속에서 구질구질해지는 현실을 벗어나려는 욕구 또한 그 못지않았다. 사람 속에서 섞여 떠들기를 좋아하면서도, 어느 날은 배낭을 메고 깊은 산속 동굴로 들어가 홀로 머물었다. 양극단을 오가느라 분주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종교적 진리를 철학적 의문에 답해야 하고, 말뿐인 깨달음은 자비의 실천으로 나타나야 하며, 영성을 합리적 지성과 소통해야..

3천 권 장서를 향한 첫걸음

1. 저자는 오카자키 다케시, 1957년생이다. 삼촌 나이라 생각하니 친근감이 생긴다. 주름살이 어느 정도일지, (사람마다 천양지차일) 흰머리의 비율도 상상해 본다. 일본 저자의 책을 읽기는 오랜만인데, 오랜만에 만난 낯설음이 ‘삼촌 상상’으로 친근함으로 바뀐다. 저자와 삼촌의 결정적인 차이는 그는 독서와 더불어 살고, 삼촌은 책과는 거리가 먼 분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젊은 날엔 국어교사로, 30대 중반 이후로는 집필에 매진하며 서평가로 활동해 왔다. 2. 추천의 글부터 읽었다. 누군가가 내게 ‘독서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누구입니까’ 라고 물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장정일이다. (이어서 이현우, 한기호, 고명섭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무려 7권까지 나왔고, 책 이야기를 담은 『빌린 책 산..

무엇이 인문학 공부인가

1. 인문학 공부는 교양과 지식 쌓기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다. 인간 이해와 삶의 지혜를 '인문정신'이라 한다면, 인문정신의 함양이 인문학 공부의 목적이다. 어떤 학문이 인간 이해를 돕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순서대로 학문을 배열한다면, 문학 역사 철학이 수위를 차지하고 심리학, 종교학 등이 뒤따를 것이다. 문사철은 인문정신을 고양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지, 문사철 지식 자체가 인문 소양은 아니다. 인문학 공부의 최종 실현은 인간다움의 회복이니까. 2. 출판계에 교양과 지식 쌓기 책이 유행인 까닭은, 인문정신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가르치는 일에는 능한 저자들이 인문서를 써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인문주의의 부재가 원인이다. 스스로 인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

스티븐 코비는 틀리지 않았다

자기계발서는 분명 달라졌다. 1990년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의 책들과 2010년 이후에 출간된 책들을 비교하면, 변화가 뚜렷하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질적 향상이지만, 오늘은 '접근방식의 변화(다양성)'만 언급하련다. 소소하게 보이는 이 변화는 사실 매우 중요하다. 이제야 '무거움 vs 가벼움' 또는 '깊은 성찰 vs 발빠른 행동'의 균형이 맞춰진 느낌이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자기계발서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다. 포브스, 블룸버그 뉴스 등에서 선정한 최고의 경영서 상위권에 오를 만큼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떨쳤다. (내 삶에도 비약적인 성장을 선사해 준 책이다. '주도성'과 '공감적 경청'이라는 개념은 20대의 나를 구원했다.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