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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곳은] 넓고 자유로운 마음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1994년에 방영된 드라마 의 테마곡 의 첫 소절이다. 살다보면 때때로 위로를 주는 노랫말이다. 도전적인 경험 앞에서 망설일 때, 고향보다 서울이 낯설게 보였을 때, 삶을 잘못 살고 있다고 느껴질 때... 나는 이 소절을 부르곤 했다. 종종 영화 의 명대사 "나 다시 돌아갈래"도 떠올리면서. 서울에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열차를 타고 서울에 접어들 때, 특히 서울역을 앞두고 한강을 건너갈 때 낯섬에서 오는 서글픔이 들었다. '내가 타지에 왔구나...' 사는 곳이 낯설 때의 서글픔은 평생을 고향에서만 사는 사람들이 이해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낯섬이 싫지도 좋지도 않았다. ..

인생의 책을 만나는 법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 소유하고 싶은 물건의 등장은 인생살이의 평범한 일면인데, 이번엔 좀 특별하다. 몇 해 전부터 이것만큼은 꼭 가지고 싶었다. 답변은 새삼스럽다. '책'이니까. 하지만 보통의 책은 아니다. 거듭 읽고, 깊이 읽어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책 몇 권을 갖고 싶다. 이것이 소유인지, 경험인지 모르겠지만(아마 소유와 경험의 합작품이리라), '열 번 이상 읽은 책' 한 권 정도는 소유하고 싶다. 평생을 사는 동안, 홀딱 반해서 빠져들게 된 책 한 권을 갖는 일! 이것이야말로 고상한 삶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동시에 진정한 독서가로 거듭나는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는..

고대 올림픽의 부침을 생각하며

2016년 리우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8월 6일 개막하여 22일 폐막한다. 보름 남짓의 올림픽은 월드컵과 함께 전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다.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약 2,300~2,700년 전, 그리스 영토에는 수백 개의 나라(흔히 도시국가로 번역되는 폴리스)들이 존재했다. 나라마다 다른 왕이 있었지만, 같은 언어(헬라어)와 공통의 신을 믿었다. 폴리스들은 스포츠를 통해 하나의 민족임을 확인했다. 4개의 스포츠 축제(올림피아, 피티아, 이스트모스, 네메아 제전)가 열렸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피아 제전이 가장 성대했다. 스파르타인들은 올림픽에서 우승하면 전투 때 왕 옆에서 싸우는 특권이 주어졌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은 폴리스끼리의 연대감을 나누는 장이자, 전사를 양성하고..

좋은 글은 객관성을 포착한다

“우리가 너무 늦게 도착했는가?” 소크라테스와 그의 오랜 친구인 카이레폰은 저명한 소피스트인 고르기아스의 강연장에 도착하자마자 관계자에게 물었다. “네, 방금 끝났어요. 얼마나 훌륭했는지 몰라요. 고르기아스님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셨거든요.” 소크라테스는 친밀한 어조로 친구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광장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던 자네 때문이야.” “걱정 말게. 내가 고르기아스와 잘 아는 사이이니 만남을 주선해 볼게.” 고르기아스를 만나 대화를 시작하려는 찰나, 폴로스가 등장했다. 고르기아스를 숭배하는 젊은 수사학 교사다. “괜찮으시다면 내게 질문하세요. 고르기아스님은 피곤하신 것 같아요. 긴 연설을 방금 끝냈거든요.” “자네가 고르기아스보다 내게 더 잘 답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건가?” 카이레..

주급 2,300만원짜리 알바

1.6시에 눈을 떴다. 날은 이미 밝았다. 겨울이면 어둑할 시간이다. 지금은 여름이다. 나는 여름의 긴 낮이 좋다. 낮의 생산성과 함께 밤의 낭만도 사랑한다. 일과 낭만은 적대적이지 않다. 서로를 빛내고 서로를 돕는다. (우리나라의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는 싫지만.) 요즘 6시간 수면을 못 다 채우고 깨고 만다. 일찍 일어나는 건 좋지만, 부족한 수면은 아쉽다. 때론 찜찜한 기분도 든다. 더 자고 싶지만 잠이 달아났다.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자기경영 수행자로서 2~3페이지의 책을 읽었다. 당근과 배 반쪽, 사과와 바나나 하나, 브로콜리와 오디를 갈아 만든 주스를 마셨다. 홈트레이닝, 안지만에 관한 인터넷 서핑을 잠시 했고 국카스텐의 노래를 들었다. 전자기기 코드선을 정돈했다. 아침시간인데도 더웠다. 샤..

과거로부터 온 소환장

1. 박보람의 을 들었다. 성인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를 무대로 산다. 타향을 떠난 이들은 두 도시를 산다. 여행을 즐기며 타지를 향유하는 이들은 보다 넓은 세계를 산다. 아이들은 다르다. 자신의 동네에서 산다. 그런 아이들에게 친구의 이사는 슬픈 이별이다. 대구에 살았던 나는 친했던 친구가 수원으로 이사갈 때, 기차역 플랫폼까지 나와 떠나보내고서 울었다. 열 아홉 살의 일이다. 박보람의 노래를 들으며 떠오른 이미지들이다. </center>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길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2.마지막 가사가 가슴을 ..

우직하게 그리고 기민하게

#. B씨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들을 읽는다.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 선물 받은 책, 강연에서 추천 받은 책 그리고 업무에 필요한 책과 북카페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들이 그의 손에 번갈아 오르내린다. 그의 관심사는 폭넓다. 주변의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한다. 세상과 더불어 산다는 점에서 이것은 커다란 강점이다. 한 가지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으면 싫증나는 기질적 특성대로 많은 것들을 조금씩 알려고 한다는 점은 아쉽다. 대화 역시 여러 주제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나, 깊이 있게 다루는 주제는 거의 없다. #. C씨는 한 분야의 책을 심도 있게 읽는다. 분야를 정하면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다. 그도 책 선물을 받고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북 카페에 가지만, 독서모임에서 다루는 책들은 그의 ..

다시 가고 싶은 1순위 여행지

1) 미코노스 타운으로 들어서자마자 시작되는 순백의 미로 탐험, 2) 바닷가 위에 세워진 리틀 베니스의 이국적인 건물들, 3) 골목길 여기저기에서 여행자를 유혹하는 카페와 갤러리 등의 상점 구경이 내가 미코노스에 빠져든 이유들이다. 누군가가 이 모든 것들과 미코노스의 아름다운 비치에서 수영과 선탠마저 즐긴다면, 그는 미코노스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미코노스는 바이마르, 포틀랜드, 비엔나, 팔라우, 아테네와 함께 내겐 꼭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다. 이 중에서도 1순위가 미코노스다. 제우스는 바람둥이였다. 아내 헤라를 질투의 여신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바람기였다. 외도가 취미였고, 자녀들이 수십 명이었다. 한번은 아내 몰래 미케네 왕의 딸 알크메네를 범했다. 죄는 결과를 낳는 법, 반신반인의 아들이 태어났다...

구입할 책들이 쌓여간다

1.제목부터가 신선한 『북유럽 공부법』(북유럽 스타일이 아니라, 북유럽 공부법이라니!), 1만 시간의 법칙을 발견한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재발견』(에릭슨은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자신의 실험 결과를 오해하도록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쓸모없는 짓의 행복』(책 소개를 보니,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의 방식을 찾도록 독자를 자극하고 고무시키는 책이라는 기대감이 모락모락), 『강유석의 착한 중고차』(중고차를 구입할까 하던 차에 만난 반가운 신간),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나는 『고민하는 힘』을 읽은 이후로 강상중 교수 에세이의 팬이 되었다), 『고통에 반대하며』(아우슈비츠 생존작가 프리모 레비의 성찰과 통찰이 깃든 에세이집),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제목에서부터 ..

나는 3가지 원칙으로 책을 산다

구입하고 싶은 책들이 쌓여가지만 좀처럼 지갑을 열진 않는다. 인터넷이든, 오프라인이든 서점에 가더라도 구매를 자제한다. 그렇게 최근 몇 달 동안 책을 거의 사지 않았다. 책장에는 읽을 책들이 넘쳐나고, 그동안 다소 헤프게 책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4~5년 전까지는 3대 인터넷 서점에서 최상의 구매 등급(플래티넘)을 유지했다.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모두 월평균 구매 금액이 10만원을 훌쩍 넘었다는 말이다. 책 구입을 자제하기는 쉽지 않다. 힘든 일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은 들쑥날쑥하지 않고, 하나의 방향을 향해야 결실을 맺는다. 마음은 바뀌거나 흔들리기 일쑤다. 원칙이 노력을 빛낸다. 마음 가는 대로 해라! 이 말은 자기 길을 결정하려는 이들에게는 근사한 푯대가 되지만, 올찬 자기경영을 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