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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끝이라면 아쉽지

또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고 말았다. 읽지도 못할 책을 사들이고, 중요한 일들을 내일로 미루고, '언젠가 해야지'라는 생각을 남발하고 있다. 며칠 동안 그랬다. 내 고질병이다. 번개같이 찾아든 후회를 붙잡았다. 목욕재계하고서 '골목길의 오아시스 낙랑파라'에 왔다. 멋진 카페가 넘쳐나는 동네에 산다는 것은 일상의 축복이다. 때로는 환경이 축복을 선사하지만, 진하고 지속적인 축복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법. 나는 이곳에서 삶의 비평 시간을 갖기로 했다. 비평노트를 펼쳤다. 3월에 최대한 집중할 일들의 목록을 적었다. 한 페이지를 채우고 나니, 다음과 같은 말들이 파편처럼 노트에 쓰였다. - 매일 2시간은 쓸 것. 거르지 말고 무리도 말고. - 삶은 구본형처럼 쓰고 여행하고. 거기에 치열한 공부를 더할 것...

모든 순간은 연결되어 있다

1. 어제는 여유를 만끽했다. 2월을 바쁘게 보냈고 3월에도 강연이 많으니 커피 한잔의 여유가 절실할 때 찾아온 행복한 하루였다. 아침에 마음편지를 보내고 나서는 느긋하게 독서했다. 스퀴즈빌리지 홍대점에서 착즙주스를 사와 간식으로 먹으면서 독서와 업무를 즐겼다. 오후에는 낮잠을 잤던가. 기억이 가물하다. 아마도 이런저런 일들을 하느라 낮잠 타이밍을 놓쳤던 것 같다. 저녁에는 홀로 티박스라는 카페에서 보이차를 즐기며 책을 읽었다. 2. 모처럼만의 독서는 맛난 음식처럼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 『교양과 무질서』와 『이것이 문화비평이다』를 제법 읽었다. 매슈 아널드의 비평관이 정교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내 나름으로 보완하여 글로 적기도 했다. 이택광 선생이 말하는 문화비평은 문화 속에 숨은 정치적 구조 해석..

제외하면, 한가로운 하루

1. 저녁식사 약속과 GLA START 수업을 제외하면 일정이 없는 하루다. 두 개의 일정이나 제외하고서 일정이 없다고 말하는 건 사실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 말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저녁에 일정이 두 개나 있고, 수업 준비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지금 눈 앞의 여유가 증발해버리는 느낌이다. 반면 무엇무엇을 제외하면 한가한 하루라는 표현은 마법 같다. 찰나지만, 여유로움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 찰나의 여유와 감정을 주무르는 언어의 마법에 열광한다. 열광이라고 쓰니, 춤이라도 추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의 내 감정이 과연 '열광'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내 감정을 회의적으로 들여다보는 맛도 일품이다. 열광, 맞다! 2. 나를 보자마자 김밥 아주머니가 외쳤다. "어머 어떡..

문학 읽기의 저력

3월 GLA 서양문학사 수업에 신청하신 한 분이, 오늘 아침 물었습니다. 선생님, 도대체 문학이 무엇인가요?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 걸까요? 나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질문이 학습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반가운 물음입니다. - 문학이란 무엇인가 -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두 질문을 품고 이번 수업을 들으시면 되겠습니다. 여러 문학 텍스트를 접하며 건져 올려야 하는 공부의 최종적 목표가 될 질문이니까요. 주신 물음에 이렇게만 답변드릴 수는 없어서 문학 읽기의 저력에 대해 제가 고민한 흔적도 공유하겠습니다." 라고. (공유한 글을 아래에 옮겨 둡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유합니다. 개인의 고유함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존재임을 뜻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면이 있는가 하면, 서로 판이하..

일상을 끼적이는 순간마다

일상을 끼적이는 순간마다 펄떡이는 심장 가슴에 품고 내가 살아 있음을 사지를 힘차게 놀리며 지금 여기에 살고 있음을 오감으로 확인한다 충만히 느껴지는 생동감은 끼적임 덕분일까 성찰의 저력일까 1. 길었던 설 연휴가 끝났으니, 이제 긴 업무시간을 즐길 때가 되었구나. 오늘을 맞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나는 월요일 오전에 서울에 도착했고, 이후에도 약속이 두 개나 있었다. 오늘(화요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조용한 일상이 시작된 셈. 아! 얼마나 고대했던 혼자만의 시간인가. (고대함은 내가 홀로 있기를 즐기는 성향 탓이기도 하겠지만, 근 일주일 동안 홀로 보낸 시간이 극히 적었던 탓이 더 크다.) 하루 종일 일했다. 미뤄왔던 GLA START 일정을 공지하고, 몇 개의 메일에 회신했다. 글쓰기 3월 수업을 위한 ..

[인문수업] GLA Start 공지

Great Legacy Academy 'Start' 강좌가 시작됩니다. 3주 동안, 인문학 공부의 얼개를 세우고 맥락을 잡는 수업입니다. 인문학 공부는 인문 지식과 교양을 쌓는 것, 그 이상이지요. 사람과 삶에 대한 이해를 높여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것이 인문학 공부의 목적입니다. 문학, 역사, 철학이 중요한 것은 고전이 많아서가 아니라 인간 이해를 가장 잘 돕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GLA 과정은 인문주의자를 꿈꾸며 문학적 인간, 역사적 인간, 철학적 인간이 되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지를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2년 동안 인문주의(Start) - 문학 - 역사 - 철학을 한 차례 훑어왔고, 올해 Start 과정부터 새롭게 시작합니다. START 과정은 '인문학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인문주..

자기경영의 세 가지 정수

지금 이 순간을 살라! 세상 모든 자기경영 메시지 중 정수가 될 세 개를 꼽는다면, 그 중 하나가 될 명제입니다. 순간을 살면, 몰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고, 지금 만나는 사람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삶의 밝은 순간만이 아니라 고통과 힘겨움의 순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두운 순간을 외면하지 않고, 그 속에서 살면 빛나는 지혜를 얻습니다. 아무 일이나 붙잡아 순간을 살아도 많은 것들을 얻지만, 삶은 유한하기에 소중한 것부터 붙잡아 살아야 합니다.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자기경영의 두 번째 정수입니다.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소중한 일을 먼저 한다면, 삶이 놀랍게 변화될 것입니다. 의미 있는 성취에 전념하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덩어리 시간을 선사하세요. 당신을 즐겁게 만드는 일로 기뻐하고, 깊이 쉴 ..

리더십의 종합예술, 위임

H는 유능한 일꾼이다. 그녀는 감정 기복이 없는 편이라 항상 높은 수준의 성과를 낸다. 일처리가 빠르고 정확하며 마감을 놓치는 일도 드물다. H의 약점은 부하 직원이 생기면서부터 드러났다. 부하직원이 해낸 일이 그녀 마음에 흡족했던 적은 드물었다. H는 종종 부하를 혼냈고, 부하에게 시킬 일도 자신이 떠맡곤 했다. 어차피 부하에게 맡겨도 자신이 새롭게 해야 했으니, 혼자 일하는 것이 시간절약이라고 느꼈다. H는 높은 책임감과 업무수행력으로 인해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녀에게도 고민이 있다. 점점 더 많아지는 일들과 직원과의 갈등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H는 탁월한 업무수행자였지만, 훌륭한 리더는 아니었다. 직원을 신뢰하지 못하고, 그렇기에 그들을 성장시키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그랬다. 위임하는 법..

GLA 서양문학사 공지

Great Legacy Academy 서양문학사 강좌가 시작됩니다. 4주 동안, 문예사조를 중심으로 서양문학의 흐름을 잡는 수업입니다. 문학 고전은 인문학 고전의 절대 다수를 차지할 만큼 인문 소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읽기가 만만치는 않습니다. 문학 텍스트를 역사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학 작품의 재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야말로 고전급의 저서에서 재미만 느끼기엔 다소 아쉽고요. 당대의 역사와 시대의식을 이해할수록 문학 작품의 재미 뿐만 아니라, 위대함도 발견할 겁니다. GLA 서양문학사 수업은 서양 문학사의 얼개와 큰 그림을 그려 개별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문학 작품에 관심이 없더라도, 서양 문학사에 대한 이해가 자체가 예술 작..

GLA'S' 과정을 마치고

4주에 걸친 인문수업 START 과정을, 어제 마쳤습니다. 를 부제로 한 수업이었죠. 2년 동안 음지에서 진행하던 수업을, 올해는 블로그에 공지한 것이 제게는 큰 변화였습니다. 열정적인 참가자 분들을 만난 덕분에 4주 동안 즐겁게 수업을 했네요. "선생님, 행복하게 강연하는 모습, 오랜만이네요"라고 말했던 와우들도 여럿이었고요. (4주 동안 참석해 주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마지막 수업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둡니다. 1. 어떻게 사고력을 키울까. 이것이 인문 소양에 대해 강의하는 선생으로서의 가장 큰 화두였다. 실용적 독서에 대해 강연할 때, 어떻게 실천력을 키울까를 고민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도약은 실천하는 독자와 실용서의 만남으로 탄생하고, 깊이는 사유하는 독자와 인문서의 만남으로 창조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