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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성찰일지 (2)

2015년, 2월이 되었다. 한 달의 마지막 나흘 동안 나의 귀가 시간은 항상 자정을 넘겼다. 고향에서 친구가 올라오기도 했고, 마지막 철학 수업을 마치고 뒤풀이 티타임을 갖기도 했다. 1월에서 2월로 넘어가는 오늘도, 나는 집에 있지 않았다. 귀가하니 새벽 1시 18분이었다. 나는 분명 욕심쟁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새로운 달로 넘어가는 찰나에 지난 한 달을 돌아보지 못한 걸 아쉬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야밤에 노트북을 켰다. 1-1. 올해는 월마다 빛나는 책을 읽어야지. 책 선정을 신중히 할 뿐만 아니라 최대한 많은 책을 읽어야지. (읽는 족족 그런 책을 만날 순 없을 테니까.) 이것이 나의 독서 목표였다. 글쓰기 과정(플로라이팅 4기) 1주차 수업을 위해 파리 리뷰..

[GLA'S'2주차] 인문주의

1.인문학 공부의 목적은 학식과 교양을 쌓는 게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인생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입니다. (인간 이해와 인생의 지혜를 인문정신이라 합시다.) 어떤 학문이 인간 이해와 인생의 지혜를 쌓는데 도움을 주는가? (달리 말하면 인문정신 함양에 도움을 주는 학문은 무엇인가?) 모든 학문을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순서대로 배열한다면, 문사철이 될 것이고 뒤이어 종교학, 심리학 등이 뒤따를 것입니다. 문사철은 인문정신을 고양하기에 중요한 것이지, 인문정신은 뺀 이론적 지식 쌓기는 인문학 공부의 본질은 아닙니다. 2. 출판계에 학식과 교양 쌓기 책이 유행인 까닭은, 인문정신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가르치는 일에는 능한 저자들이 인문서를 써내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인문주의의 부재가 원인입니다...

연지원의 독서지침&비전

1. 공감하여 기억하라. 책의 메시지, 저자의 강점과 문체를 이해한다. 2. 독서 충동을 억제하라. 읽은 것에 대한 사유 없이는 다음 책도 없다. 3. 기대할 바를 기대하라. 저자의 약점을 나의 강점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4. 읽은 것으로 글을 써라. 나의 언어와 사례를 들어 찬반을 표시한다. 5. 한 방향으로 나아가라. 같은 주제의 책으로 최소 3권은 읽어 비교한다. 공감은 정말 중요하다. 지적 독서의 정수는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을 만나는 것이다. 독자는 저자의 생각을 얻을 때 진보한다. 독서는 문자를 보아 생각하는 행위다. 다시 말해, 읽기 = 보기 + 생각하기다. 지적 성장을 위한 책읽기는 사유와 결합되어야 한다. 책 읽는 맛에 빠져 사유를 건너뛰게 할 정도의 독서 충동을 ..

시간경영의 5가지 신화

시간경영에 관한 5가지 신화가 있습니다. 첫째는 시간관리 지식이 시간경영을 도울 거라는 믿음입니다. 시간을 확보해도 신체적 에너지가 없으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고, 남편과 다투고서 출근한 날 회사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시간관리 지식은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지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간경영은 자기경영의 종합예술입니다. 두 번째 신화는 시간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습니다. 잠시 멈출 수도 없지요. 불러도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 여인처럼, 시간은 도도하게 흐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를 컨트롤하여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의미, 성취, 행복을 건져 올리는 일입니다. 우리는 시간이 아닌 자기를 경영할 뿐입니다. 세 번째 신화는 시간 경영을 개인적인..

사랑은 삶의 재발명이다

두 세계가 있다. 노인들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 눈에 보이는 차이가 뚜렷하니 노소(老少)는 쉽게 구분된다. 차이가 눈에 드러나지 않는 세계도 있다. 인정의 세계와 만족의 세계. A는 외부로부터의 인정을, B는 내면으로부터의 만족을 중요시한다. A는 인정의 관점으로, B는 만족의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전혀 다른 두 세계다. 그런 세계는 또 있다. 감각의 세계와 직관의 세계. C는 세상의 본질을 물질이라고 보지만, D는 정신이 본질이라고 믿는다. C는 유물론자가 되고, D는 관념론자가 된다. 눈에 보이는 차이보다 보이지 않는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중요하다. 그들은 서로 다른 관점을 가졌다.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하거나 판단하고, 나름의 관점대로 세상을 본다. 두 사..

인문학 첫 공부를 위하여

GLA START 1주차 참가자들을 위한 포스팅이지만, 인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께는 읽을거리가 될 것 같아 공유합니다. 강연에서는 인문정신과 인문지식이라는 개념을 설명드렸는데, 여기선 그러지는 못했네요. 1. 인문정신과 인문지식의 조화를 이룬 책을 읽으세요. 강신주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과 『김수영을 위하여』의 서문을 읽으시면 그 조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감을 잡으실 겁니다. 요컨대, 문사철 지식을 통해 인문정신을 함양시켜 주는 책이 좋은 인문서입니다. (김수영 전공자들에게는 강신주의 선생의 김수영 이야기에 실망할 수도 있지만, 전공자가 아닌 이상 오독과 오해는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큰 결함은 아닙니다.) 강신주 선생의 두 책 서문은 GLA Start 1주차 수업과 가장 긴밀한 텍스트입니다. 다음의 두 부..

[GLA'S'1주차] 지적 교류

GLA START 과정에 참가하신 여러분, 1주차 수업 후 보여주신 여러분들의 열렬한 반응에 감동했고 감사드립니다. 수업 때의 열정적인 경청 태도는 말할 것도 없고요. 지적 교류의 공간으로 일단 본 블로그를 한 주 동안 활용해 봅시다. 마땅 찮으면 2주차부터는 카페로 옮기고요. 후기 쓰실 분은 아래 댓글로 작성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위의 내용은 포스팅을 공란으로 두기엔 멋적여 '지적 교류'에 대한 예전에 썼던 글을 올려 둔 것입니다. ^^ 후기를 쓰시든, 쓰려고만 하시든, 양쪽 다 블로그의 장단점을 느껴볼 수는 있겠지요. (수업과는 관계 없이 본 글에 대한 블로그 독자들의 댓글도 환영합니다. ^^)

나는 왜 이 글을 썼을까

1. 평생동안 우리가 진정 사랑했던 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당신이 좋아하는 다른 것과 비교하면, 이를 테면 책을 좋아한다면 읽은 책의 권수, 여행을 좋아한다면 여행을 갔던 도시들과 견주면 사랑의 숫자는 더욱 초라해진다. 대다수가 이런 상황이라면, 이것은 우리가 형편없이 살아서가 아니다. 우리는 사랑하기 힘든 존재인 것이다. 아름다운 삶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숫자를 늘려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름다움을 논하려는 건 아니다. 내가 궁금한 것은 다음의 질문이다. 상실은 우리를 어떻게 바꿀까? 이 글을 쓰게 한 동기이기도 하다. ('상실이 우리를 바꾸기나 하는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나는 부럽다. 소중..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1. 데이비드 실즈의 책 제목이다. 나는 실즈의 전작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를 힘들게 읽었다. 내용은 좋았으나, 묘하게 잘 읽히지 않았다.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도 힘겹게 읽기는 마찬가지인데, 두 권 모두 어려운 책이 아닌데 무엇 때문일까. 책 속 두 구절에서 힘겨움의 원인 하나를 찾은 느낌이다. 실즈 : "나는 본문이 전혀 나뉘지 않은 책은 정말이지 거의 읽지 못한다." (p.200) 실즈 : "나는 가끔 앞에서 뒤로 읽기를 멈추고, 뒤에서 거꾸로 읽어 온다." (p.201) 나의 낮은 가독력은 낯선 작가들 때문은 아닐 것이다. 평균 독자들보다는 작가들 이름이나 작품명을 아는 편이니까. 실즈는 내용이 쭈욱 이어진 책보다 번호로 내용이 나뉘어진 책을 훨씬 잘 읽는다고 했다. 그와 달리 나는..

<플로라이팅> 글쓰기수업

2015년 와우스토리연구소 글쓰기 수업 안내 글쓰기 수업 4기를 시작합니다. 제가 출간한 책이 적어 부끄러운 주제의 수업입니다만 (그래서 3기까지는 와우나 지인들에게만 수업을 했었지요), 아래 세 가지 질문에는 부끄럽지 않아 처음으로 블로그에도 공지합니다. 매일 글을 썼는가. 글을 잘 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열정과 동기 뿐만 아니라 방법론적 노하우도 전할 수 있는가. 플로라이팅 과정의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 글쓰기에 필요한 세 가지 자아 확립 : 예술적 자아, 비평적 자아, 의지적 자아 (일부 글쓰기 책은 예술적 자아나 비평적 자아 한쪽만을 강조합니다.) - 이론은 핵심만을 명료하게, 적용과 실천은 지속적이고 끈기 있게! (저는 탄탄한 이론을 사랑하지만, 적용과 실천이 이론의 완성이라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