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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향한 포부와 결심

어제 식사를 건강하게 먹고 밤새 잘 잔 덕분인지, 새해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했다. 몸은 가벼웠고 기분이 좋았다. 새해에 가장 먼저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놓고 아침식사를 살뜰하게 챙겨 먹었다. 희망찬 기운을 품고 한 해의 소원도 계획했다. 책상 정돈을 하면서 기분이 더욱 맑아졌다. 아프지 않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산뜻하게 시작한 오늘 하루가 며칠 동안 노력한 결실이라 생각하니, 은근히 기뻤다. 『잠의 사생활』은 수면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문헌을 탐구하고 전문가를 취재한 결과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내가 전문가들과 대화하면서 배운 가장 귀한 교훈은 잠을 잘 자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결론이지만, 어디 잠만 그런가. 건강, 행복, 친밀함, 사랑 ..

2014 올해의 책 (언론사)

제목 작가 출판사 추천인 중앙일보/교보문고 선정 '2014 올해의 좋은 책 10' 투명인간 성석제 창비 정재숙 기자 현기증. 감정들 W.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문학동네 신준봉 기자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돌베개 김효은 기자 킨포크(kinfolk) vol. 1 킨포트매거진 지음, 김미란/최다인 옮김 책읽는수요일 이영희 기자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 김영진 글/그림 길벗어린이 권근영 기자 세상물정의 사회학 노명우 사계절 양성희 기자 작가란 무엇인가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다른 백성호 기자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옮김 글항아리 이은주 기자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이은주 기자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

새벽에 문득 애도 한 움큼

1. 새벽 한 시가 넘었으니, 이성이 쫑알거리기 시작한다. '어서 자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일 헤르페스 각막염이 재발할지 몰라.' 머리가 마음을 두드렸지만 마음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머릿 속 자야 한다는 생각은 오른쪽 눈에 느껴지는 옅은 이물감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성의 목소리보다 감성의 끌림에 나의 밤을 맡겼다. 넬, 허각, 에픽하이가 내 방에 선율을 채워 주고 있다. 오늘 배송된 책 하나를 펼쳤다. 『소설이 필요할 때』. 표지에는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라는 문구가 적혔다. 목차가 간단하다. 프롤로그를 제외하면 목차가 하나 뿐이다. "세상 모든 증상에 대한 소설치료법 A to Z". 삶의 상황별로, 무려 751권의 소설을 화끈하게, 제안하는 책이다. 이런 식이다. - ..

For the next generation

[포틀랜드 4일차] 2014년 12월 18일(목) 1. 밤새 여러 번 꿈을 꾸었다. 꿈에서의 날짜는 상욱이가 죽는 날이었다. 상욱이가 분명 살아있었는데, 나는 그 날 상욱이가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꿈은 이렇듯 비현실적이다. 어쨌든 꿈 속에서 나는 상욱이가 원하는 물건들을 챙겨서 병원으로 갔다. 나는 긴급했고 다급했다. 그가 원하는 것이 뭐였더라. 꿈 속 장면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 물건도 가물가물하고, 그것이 실제 상욱이가 원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장면은 카페에 가서 상욱이가 마실 커피를 내가 주문하는 모습이다. 이런 꿈을 여러 번 꾸었고, 내가 구해야 하는 물건은 계속 바뀌었다. 2. 오전 두 시간을 Grendel's Cafe에서 보냈다. (아마도..

내 취향은 호손 쪽은 아니지

[포틀랜드 3일차 저녁] 2014년 12월 17일(수) 1. Canteen 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포틀랜드에 사는 한 사내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예상보다 90분은 더 머물렀다. Corey 라는 이름의 그와 나는 일단 음식 취향이 비슷해서인지 여러 가지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나중에는 그의 인생 이야기도 듣고, 나의 최근 힘겨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우정에 대한 나의 개똥철학까지 그는 아주 사려 깊은 눈빛으로 들어주었다. 사위가 어둑해졌다. 그도 돌아가야 했고, 나도 여행을 이어가야 했다. 여행자에게는 자유가 있다. "근처에 어디 추천할 만한 곳 없어요?" 결국 나는 그의 차를 얻어타고 호손 스트리트 파웰 북스(Powell's Books) 앞에 내렸다. 질문에 대한 친절하고 따뜻한..

포틀랜드 단기거주를 꿈꾸다

[포틀랜드 3일차 오전, 오후] 2014년 12월 17일(수) 1. ‘포틀랜드에 살고 싶다.’ 어젯밤 호텔로 돌아오며 문득 든 생각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몇 달 만이라도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생기곤 하는데, 포틀랜드가 추가됨으로써 목록은 이제 바이마르, 상파울로, 몽펠리에, 시드니에 이어 포틀랜드까지 다섯 개 도시가 되었다. (팔라우와 항저우도 끌리지만 강력한 유혹까지는 아니었다.) 포틀랜드의 무엇이 내게 끌림을 안겼을까? 끌림은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다. 머리가 작동하기 전에 몸이 반응하고 감흥이 일어나 끌림을 창조해내고 마니 당연지사다.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 할 때, 이성은 얼마나 무력한가. 중요한 점을 고려하지 못해 잘못 판단하기 일쑤고 종종 무의식에 완패하고 만다. ..

이리도 한산한 번화가라니

[포틀랜드 2일차 오후] 노스웨스트 번화가 중 하나인 펄 디스트릭트(Pearl District)를 돌아다니다. 1. 숙소(Quality Inn)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퀸 사이즈 베드가 두 개나 있는 객실인데, 이럴 때에는 여행 친구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양가감정이다. 여행은 곧 삶의 일부이기에 함께 하기에 좋은 것들과 혼자 하기에 좋은 것들이 공존한다. 호텔 비용을 지불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식사 때에는 친구가 있으면 좋지만, 시장이나 미술관을 둘러볼 때에는 혼자가 낫다. 나는 지금 침대가 두 개 놓인 객실을 보고 있다. 친구가 떠오른다. 홀로 조용히 차 마시는 이 시간이 좋다. 친구 생각을 지운다. 혼자 치러야 하는 객실료는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대가..

하나에 함몰되는 여행

포틀랜드 여행 둘째날 오후, 예상보다 UNION WAY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Steven Alan과 WILL, 단 두 곳을 둘러보았을 뿐인데, 90분이 흘렀다. ‘이런 식으로 여행하다간 하루를 UNION WAY에서 끝나겠군. 하하하!’ 이런 생각을 하며 체크인을 위해 호텔로 향했는데, 하루를 보내고 난 지금은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어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설픈 여행자는 모든 것을 ‘훑고’ 지나간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한두 번 바라보다가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이해되는 일이다. 어딘가에 오래 머무르거나 무언가를 가만히 응시하기에는, 가야 할 곳은 많고 여행할 시간은 적다. 그래서 잠시 여행을 멈추고 바라보거나 생각하기보다,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혹자는 훗날 자랑하기 위해 찍기도 하..

Ace, Stumptown & Alan

1. 에이스 호텔은 포틀랜드에만 있는 건 아니다. 뉴욕,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런던, 파나마에도 에이스 호텔이 있다. 홈페이지의 ‘About' 메뉴에는 포틀랜드 호텔의 로비 사진이 제공된다. 호텔 측의 소개에 따르면, 에이스 호텔은 Classic Building을 재창조하여 Bohemia, Affinity(친밀감), Handmade culture를 추구한다. 어느 책자에서는 에이스 호텔을 두고 포틀랜드의 상징이라 표현했지만, 성급한 판단이다. 에이스 호텔과는 다른 가치들(그 역시 멋진 가치들)을 추구하는 호텔이 서운할 테니까. 에이스 호텔은 20~30대 젊은 영혼에게 어울리는 호텔이다. 반면, 히스먼 호텔(Heathman Hotel)은 에이스 호텔과는 다른 점잖은 분위기로 신사들을 만족시킬 것이다. 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포틀랜드 현지 시각. 12월 15일(월) 밤 11시 33분. 1. 포틀랜드를 여행하는 동안, 내 여행 짐은 보스턴 백 하나뿐이다. 가방에는 노트북과 카메라,바지와 니트, 세면도구, 여행책자 그리고 충전을 위한 케이블, 휴대용 스피커가 전부였다. 전자기기는 요물이다. 충전기와 케이블까지 챙기면 부피와 무게가 늘어난다. 언젠가는 이들로부터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Unplug Life에 대한 책도 있더라.) 가방은 무겁지만, 10~20분은 들고 다닐 만하다. 시애틀 친구 집에 캐리어를 맡겨두길 잘했다. 포틀랜드 유니온 역에서 에이스 호텔까지는 도보 15분 거리였다. 가는 도중 비가 내려, 서둘러 걸었다. 미국에서 길 찾기는 쉽다. 내 길눈이 밝은 편지만, 그것 때문이 아니다. 구글 지도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