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80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누구나 삶을 살며 조금씩은 힘겨움을 겪지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사별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고서 뒤늦게 사랑을 그리워하기도 했지요. 여행에세이를 내고 싶어 두 달 동안 여행하며 빼곡히 기록한 노트와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며 구입한 자료들을 몽땅 잃어버리기도 했지요. 참 보고 싶었던 선생님을 찾아 뵈었더니 2년 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며 준비한 꽃다발을 동료 선생님께 전하면서는 또 얼마나 울었는지요. 이 모든 일은 제가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하는 슬픔들이지요. 어떤 슬픔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 평생을 안고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묘한 것은 한없이 기쁠 때에도 슬픔이 슬쩍 지나가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첫 책을 출간하고서 저는 참으로 기뻤는데요, 돌아가..

홀로 있음에 대한 변명

자꾸만 외부 활동이 잦아드는 요즘입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요. 이것이 서른 중반에 접어드는 사내의 일반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점점 외부 활동을 줄이려는 제 의도의 결과인지는 알지 못하겠군요. 저도 인생을 처음 살아보고 있는 중이거든요. 강연 요청이나 새로운 사업의 제휴 등은 저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지만, 그런 기회마저 자꾸만 피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나다움을 향한 불필요한 일의 가지치기요, 효과를 높이는 집중인지 아니면 그저 몸 편안하기만을 바라는 철없는 게으름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저도 아직 제 자신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서요. 홀로 가만히 책을 읽거나 글이나 쓰며 살고 싶지만 사실 제 기질상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지는 못하지요. 삼사일을 꼬..

출세

"요즘 출세 하는데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것이 바로 출세지요. 나, 이거 하나가 있기 위해 태양과 물, 나무와 풀 한 포기까지 이 지구 아니 우주 전체가 있어야 돼요. 어느 하나가 빠져도 안 돼요. 그러니 그대나 나나 얼마나 엄청난 존재인 거예요." - 무위당 장일순 무위당 선생은 원주에 대성학교를 세워 후학을 길렀으니 교육자다. 노장사상에 조예가 깊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공존을 강조한 생명사상가다. 고향 원주를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본거지로 만든 사회운동가요 지도자다. 이것은 무위당 선생의 잠언집에서 소개된 글이다. 무위당 선생님은 묘하게 나를 잡아 끈다. 그의 사상 일부(특히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끌린다. 아마도 당신께 보이신 후학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 앎과 삶을 연결시키는..

일상도 좋고 여행도 좋으니

휴식과 놀이, 혹은 무위(無爲)를 비생산적인 것이 아니다. 휴식은 생산적인 것이고, 놀이는 창조의 샘이다. 무위는 내면의 힘을 끌어올리는 위대한 '행위'다. 이 글을 쓴 후, 나는 쉴 것이다. 잠시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작업을 할 기운을 모을 것이다. 다음 주에는 여행을 떠날 것이다. 여행을 하며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의례를 거행할 것이다. (생각해 둔 의례가 있다. ^^) '어제까지의 나'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고, '새로운 나'를 맞이할 것이다. 나는 일상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다. 즐겁고 만족스럽다. 일상 탈출로서의 여행이 아니기에 돌아와서 다시 일상을 맞는 즐거움도 가득하지만, 여행은 일상을 재창조하는 힘이 있기에 여행의 과정 역시 즐겁다. 되돌아오고 ..

참 좋은 시간

향이 좋은 와인에 취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와인은 그것의 술기운에 취하는 게 아니라, 향에 취하고 기분에 취하게 한다. 어제 선생님과 연구원 동기 두 분과 함께 식사와 와인을 들었다. 고품격 (그러나 양은 무지 적은) 음식을 함께 먹는 것으로 행복은 시작되었다. 달빛 은은한 창가에 앉아 있는 것은 감미로웠다. 우리는 선생님 댁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사모님께서 불을 한 번 꺼 보라신다. 산 너머 달이 차올랐던 것이다. 주방은 한쪽 벽면 전체가 유리창이었기에 우리는 달빛을 만끽할 수 있었다. 와인은 달콤했고, 달빛은 감미로웠다. 낭만적이었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잔잔한 행복감이 깃들었다. 그 무엇보다 참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했으니. "달빛 참 좋지? 그런데 더 ..

조바심을 극복하는 법

손에 들고 있는 책보다 책상 위에 쌓인 책에 시선을 빼앗기게 만들어 우리의 학습을 방해한다. 다른 사람들의 속도와 비교하고, 빨리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조바심을 부른다. 조바심에서 벗어나는 간단한 Tip 몇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문제 해결하기를 좋아한다. 조바심도 인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으로 얼마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 개인의 인생 전체도 어떤 결과를 맺지 못할지도 모른다. 개인의 인생은 인류 역사의 한 부분이요, 하나의 과정이라는 얘기다. 우리의 인생은 모두 과정이고, 신은 그 과정들을 모두 모아 선한 목적을 이뤄간다. 요컨대, 우리는 인류사를 완성하거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시사적인 한 장면을 누리면서 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왔다. 성공적인..

독서는 정말 유익한가? (2)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 독서가 내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많았다. 다만, 내가 나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았기에 그것을 설득력있게 전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서른 즈음이 되어서야 "독서는 유익하다"는 구호 같은 메시지가 아니라, 나의 삶으로 독서의 유익을 전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20대 초반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행복하게 잘 사는 삶은 '기어오다가 과자를 집는 데 온 정신을 쏟는 아가에게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삶'일지도 모른다." (글의 전문은 http://www.yesmydream.net/25 를 클릭해 보세요.) 나에게 행복은 정말 전망 좋은 아파트, 멋진 차, 높은 연봉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행복은 무엇인가? "아기 귀에 난 솜털을 봐라. 뒷마당에 앉아서 햇살을..

당신이 좋아하는 낱말 10개를 적어보세요~

행복은 이력서의 근사한 경력보다는 삶의 순간마다 느끼는 만족과 여유에 있다. 이제 사람들은 영혼에 대해 얘기하기보다는 이력서에 자랑스럽게 쓸 일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춥고 외로울 때, 이력서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 말이다. 행복하게 잘 사는 삶은 '기어오다가 과자를 집는 데 온 정신을 쏟는 아가에게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삶'일지도 모른다. 여유를 잃고 무언가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서 한 동안 아가를 지켜보라는 제안은 무의미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정말 행복은 아가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주위의 나뭇잎사귀에 있을지도 모른다. 산을 오르는 즐거운 과정은 팽개쳐버리고, 산정상을 향하여 숨가쁘게 전진하는 이들이 과연 등산의 기쁨을 알까? 산정상을 향하되 오르고 있는 산길을 즐길 수 있어야 ..

몰입으로 행복한 하루

새벽 4시부터 밤 8시까지 식사했던 2시간 여를 제외하면 오롯이 업무를 처리하는데 투자했다. 최근 며칠 동안의 몰입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오늘은 최고의 집중력으로 업무에 몰입하였다. 마감이 다가오고 있는 두 개의 글을 마감하여 송부하고 미뤘던 우체국 업무와 공저로 쓴 책의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오후 4시경 한 번 자리를 바꾸었다. 오전엔 사무실에서, 오후엔 카페에서. 12시간 가까이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고 기분 좋았다. 집에 가면 프로야구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더욱 설레였다. 일상 중에서 몰입 체험을 늘려가는 것은 분명 행복 증진에 도움이 된다. 내일도 이리 즐겁게 업무에 몰입하고 싶지만, 강연이 있다. 몰입의 흐름이 끊어지는 듯 하여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목요일에도 강연이 이어..

현실을 직시하기

누군가가 행복하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 말을 믿을 수 있는가? 그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것은 매우 주관적인 영역이어서 증명해내기가 쉽지 않다. 하버드의 심리학과 교수 대니얼 길버트도 이 대목을 ‘주관성’이라는 제목으로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한 챕터를 할애하여 깊게 설명했다. 결론은 이것이다. ‘행복’이라는 말이 주관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나는 행복해”라고 말하는 그의 행복은 믿을 만한가? 진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더욱 행복하시기를~ 자기 기만이라면 진솔함과 용기를 발휘할 일이다. 부디 행복하시기를~ 자기 기만 자체는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한다. 나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이 글에서 자기 기만의 원인을 분석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관심이 아니다.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