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068

자신을 받아들이는 지혜

누구에게나 타고난 기질이 있습니다. MBTI 나 에니어그램 등의 성격유형 검사는 우리가 어떤 기질을 지닌 사람인지 알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타고난 기질은 평생동안 변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듣고서 화를 내거나 절망하지 않아도 되지요. 우리가 성장하지 못한다거나 변화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니니까요. 밤과 낮이 어우러져 온전한 하루를 이루듯이 자기 기질을 수용하고 반대되는 기질을 이해하면 온전한 자신이 됩니다. 성장의 전제 조건은 자기 기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자신과 비슷한 기질의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의 말과 행동에 예민해지거나 때로는 그에게 짜증이 나기도 하지요. 자신에게도 같은 문제가 있을 경우, 우리는 그 문제를 잘 발견해 냅니다. 헤르만 헤세는 다음과 같이 정확히 ..

공동체 의식의 회복을 꿈꾸며

[큐티나눔] 2010. 3. 19 요한복음 20:1~10 신약성경의 요한복음 20장은 예수님의 부활 장면을 묘사한다. 안식 후, 첫날 새벽에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다. (그녀는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 끝까지 곁을 지킨 신실한 제자였다.) 마리아는 무덤 입구의 돌이 옮기워진 것을 보고, 그 소식을 제자들에게 전했다. 한 제자와 베드로가 달려오고, 먼저 베드로가 무덤 안으로 들어갔고 제자도 따랐다. 그들은 빈 무덤과 잘 개켜진 수건, 그리고 한쪽에 놓여진 세마포를 확인하고 떠난다. 오늘 묵상한 말씀의 줄거리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시신을 옮겨 갔을 것이라 생각했던 마리아는 예수의 시신을 쌌던 세마포가 무덤 안에 그대로 있음을 보고 당황했을 것이다. 이 정황을 보고서도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

오늘 날씨가 어제를 모르듯

카페데베르에 앉아 햇살을 맞는다. 오랜만이다. 햇살을 맞는 것도, 이 곳을 찾은 것도. 어제는 하루종일 눈이 내리더니... 며칠은 불어닥칠 것처럼 바람마저 거세더니 오늘의 날씨는 어제를 모르는 듯, 맑게 개었다. #1. 변화를 활용하는 태도 이것이 날씨다.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는 것 같지만, 날씨의 매력이기도 하다. 변화와 예측불가능성 말이다. 예측불가능성은 불안과 삶의 신비를 동시에 지닌 말이다. 어제는 지나간 것이기에 아름다움으로 채색되는 것이고 내일은 모든 것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신비로움으로 희망하게 된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을 때에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기량이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전년도에 타격 1위를 자랑했던 이가 이듬해에는 3할도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사명 완수 놀이

막 지하철 입구에 들어서려는데 구두끈이 풀렸다. 에스켈레이터에 몸을 싣고서 뒤돌아 허리를 숙였다. 다른 것보다 비교적 길이가 짧은 에스켈레이터이니 빨리 묶어야 했다. 끈이 풀린 구두 쪽의 다리를 들어 올려 두 계단 위에 올리고 끈을 잡았다. 나는 라는 게임을 즐겼다. 지하에 내려가 발을 올려 둘 만한 곳이 없으면 허리를 훨씬 많이 숙여야 하니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재밌었다. 그리고 희미한 짜릿함이 있었다. 주어진 시간 내에 끝내야 한다는 (비록 크지는 않지만) 긴장감 때문이었다. 신발끈을 묶으면서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내 인생의 중요한 일들이었다. 언젠가 삶은 끝날 것이다. 혹은 남아 있는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깨달을 날이 올 것이다. 그 때, 주어진 시간 내에 신발끈을 잘 묶어 낸 오늘처럼 내 ..

내면 세계를 성찰하며

우리는 서로 상반되는 견해와 시각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맑고 깊은 생각을 가지기란 무척 힘들다. 삶에 대한 조언이 넘쳐나지만, 자기 사고의 얼개가 없으면 갈등만 더해질 뿐이다. 나는 이런 상상을 해 본다. 내가 하나의 종교, 하나의 가치 체계를 지닌 사회에서 태어났으면 좋으련만... 디지털 기기들은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개인에게서 성찰의 시간을 앗아가기도 한다. 우리 문화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자기 인생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돕지 못한다. 핸드폰은 가장 개인적인 장소와 시간까지 따라 다닌다. 나는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휴대폰과 함께 보내는 시간 중 10분의 1을 자기 내면으로의 접속에 할애한다면 어찌될까? 그래서 나는 삶의 항해를 멋지게 이끌어 줄 나만의 철..

예비군 훈련은 내 인생에 무슨 의미일까?

#1. 8시간이 얼마나 긴긴 시간인지 알려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해 보면 된다. 나는 어제와 오늘, 각각 8시간과 4시간 훈련을 받았다. 훈련이 시작된 후, 예비군 대원들은 시가지전투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교관의 설명을 한참동안 듣고 1분대의 시가지 전투 훈련이 시작될 무렵 손목시계를 들춰 보았다. 아이고야. 최소한 40~50분이 지났기를 바랐는데 이제 겨우 13분이 지났다니. 절망도 잠시, 추워서 제자리에서 뜀뛰기를 했다. 그렇게 반 시간은 추위에 떤 것 같은데 다시 시계를 보니 12분이 더 지났다. 으악! 지금까지 보낸 시간이 겨우 25분이라니. 이런 식으로 8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 이것이 예비군 훈련이다. 그래도 난, 어제 8시간 교육을 무사히 (조퇴의 유혹을 뿌리치고) 수료했다. 저녁에 해야 할 ..

찰스 핸디의 교훈

"나이가 들수록 잘 보이고 싶은 대상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본 대로 말하고, 바라는 대로 살고, 자신의 가치에 따라서만 시간을 쓰게 된다." 자기다워질 수 있으니 나이가 드는 것은 괜찮은 일입니다.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행복에 다가설 수 있을 테니까요. 행복은 태도와 마음 먹기에 달려 있으니, 행복해지기 위해 한 살 더 먹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겠지요. 앞으로 조금씩 늘어나게 될 잔주름, 서서히 떨어지게 될 체력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법,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삶의 지혜를 배워가기를 소원해 봅니다. 아들이 결혼을 생각할 무렵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명심해라. 너는 평생 사랑할 배우자하고만 결혼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가족..

심사숙고, 항상 효과적인가?

[주요정보] -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의 구분법 - 토익학습 10계명 살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문제를 심사숙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성취할 수 있는 목표를 향한 심사숙고만이 유익하고 우리를 살 맛 나게 합니다. 그렇지 않은 심사숙고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지요. 만약 제 친구가 이번 주말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궁금하다면, 그건 심사숙고할 일이 아니라, 물어보아야 할 일입니다. 심사숙고할 문제는 우리의 통제 하에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심사숙고하며 전전긍긍하지 말아야지요. 이번 주일의 저녁식사는 집에서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을 예정입니다. 저는 스파게티를 잘 요리하지 못하지만, 어떻게 하면 맛있는 스파게티를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심사숙고 할 필요는 없지요. 그건 심사숙고의 대상이 아니라 요리법을..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누구나 삶을 살며 조금씩은 힘겨움을 겪지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사별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고서 뒤늦게 사랑을 그리워하기도 했지요. 여행에세이를 내고 싶어 두 달 동안 여행하며 빼곡히 기록한 노트와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며 구입한 자료들을 몽땅 잃어버리기도 했지요. 참 보고 싶었던 선생님을 찾아 뵈었더니 2년 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며 준비한 꽃다발을 동료 선생님께 전하면서는 또 얼마나 울었는지요. 이 모든 일은 제가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하는 슬픔들이지요. 어떤 슬픔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 평생을 안고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묘한 것은 한없이 기쁠 때에도 슬픔이 슬쩍 지나가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첫 책을 출간하고서 저는 참으로 기뻤는데요, 돌아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김광석

내 인생의 노래 (1) 김광석의 이십 대 초반의 일이다. 친구들끼리 모여 놀던 우리는 그 중의 한 친구네 집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 날은 아직도 내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아서가 아니었다. 두 가지의 개인적인 기억 때문이다. 하나는 친구 집의 아파트에서 내다보이는 시원한 전망이었다. 내 생애 가장 높은 집에 갔기 때문일까. 나는 그 전망이 좋았다. 친구들이 소파에 앉아 있을 때에도 혼자 슬쩍 슬쩍 베란다 곁으로 가서 창밖의 전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른 하나의 기억은 그 날 친구가 들려준 노래였다. 친구는 감동적인 노래라면, 우리에게 들을 준비를 하라고 청했다. "가사가 좋아. 잘 들어 봐" 친구의 말에 우리 모두는 (아니면 적어도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