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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상실

아마도 지갑을 잃어비린 것 같다. 덕분에 집안을 뒤지느라, 외투 주머니를 확인하느라, 가방의 포켓마다 열어 보느라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확실하게 지갑을 사용한 것은 어제 1시경이다. 이후에 집으로 왔고, 오후에는 강연을 위한 미팅이 있었다. 잠시 집에 들렀다가 다시 저녁 약속으로 나갈 때 지갑이 없어서 그냥 카드만 들고 나왔다. 약속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 후, 잊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지갑의 부재에 놀라며 집안을 뒤졌다. 그런데, 아쉽게도 없다. 유력한 분실 후보지인 어제 오후 미팅을 했던 곳, 카페 데 베르에 왔다. "혹시 분실 지갑 들어온 게 없나요? 제가 어제 지갑을 두고 간 것 같거든요." 라고 물어야 할 터인데, 도착한 지 30분이 지나도록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조급..

출세

"요즘 출세 하는데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것이 바로 출세지요. 나, 이거 하나가 있기 위해 태양과 물, 나무와 풀 한 포기까지 이 지구 아니 우주 전체가 있어야 돼요. 어느 하나가 빠져도 안 돼요. 그러니 그대나 나나 얼마나 엄청난 존재인 거예요." - 무위당 장일순 무위당 선생은 원주에 대성학교를 세워 후학을 길렀으니 교육자다. 노장사상에 조예가 깊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공존을 강조한 생명사상가다. 고향 원주를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본거지로 만든 사회운동가요 지도자다. 이것은 무위당 선생의 잠언집에서 소개된 글이다. 무위당 선생님은 묘하게 나를 잡아 끈다. 그의 사상 일부(특히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끌린다. 아마도 당신께 보이신 후학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 앎과 삶을 연결시키는..

관계를 위한 훈련

"성공이란, 세월이 흐를수록 가족과 주변인들이 나를 점점 더 좋아하는 것이다." - 짐 콜린스 나는 짐 콜린스가 말한 성공의 정의가 마음에 듭니다. 내가 갖고 있는 성공의 정의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성공이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이 정의가 일을 반영한 것이라면, 짐 콜린스의 정의는 관계를 반영한 것이겠지요. 일과 관계, 모두 중요하지요. 그렇다면, 훌륭한 리더십을 갖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척도가 되겠습니다. 리더십은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훌륭한 성품이 필요하고 (관계),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려면' 훌륭한 역량이 필요합니다 (과업). 리더십 공부는 CEO나 팀장만이 아..

꽃 이름을 아는 것

다원주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돈에 대한 생각만큼은 절대주의가 판을 친다. 돈이 생기면, 그 돈을 굴려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 된 사회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교양이 결여된 것으로 본다. 내일의 먹고 입을 것을 염려하지 않는 삶은 순진하고 어리석은 생각으로 여겨진다. 나는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약간의 여유돈이 생기면, 그 돈을 주식에 집어 넣지 않는다. 대신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 좀 더 많은 돈을 벌고픈 욕심이 드는 경우는 가족 여행을 구상할 때다. 이런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방어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는 표현을 붙이고 싶은 것이다. 나의 이런 생각을 아직 철이 들지 않은 것으로 보는 이들이..

김광석 노래에 빠진 밤

저는 12시를 넘겨 잠드는 날은 많지 않습니다. 일찍 잠드는 편인데, 오늘은 새벽 늦은 시각까지 깨어 있네요. 밤에 무언가를 할 때면 꼭 음악을 듣습니다. 주로 듣는 음악은 김광석, 이문세, 이승철 씨의 노래인데, 그러고보니 최근에는 이승철 씨의 노래가 조금 뜸했네요. 오늘은 김광석 동영상을 여러 개 보았습니다. 콘서트 무대인데도 친구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듯한 조근조근한 말투와 편안하면서 우수에 찬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늦은 밤, 가끔씩 저는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곤 합니다. 오늘은 유난히도 이 시간이 행복하여 취침 시간대를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네요. 그의 콘서트에 한 번 가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그의 자살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가끔 자..

일상도 좋고 여행도 좋으니

휴식과 놀이, 혹은 무위(無爲)를 비생산적인 것이 아니다. 휴식은 생산적인 것이고, 놀이는 창조의 샘이다. 무위는 내면의 힘을 끌어올리는 위대한 '행위'다. 이 글을 쓴 후, 나는 쉴 것이다. 잠시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작업을 할 기운을 모을 것이다. 다음 주에는 여행을 떠날 것이다. 여행을 하며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의례를 거행할 것이다. (생각해 둔 의례가 있다. ^^) '어제까지의 나'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고, '새로운 나'를 맞이할 것이다. 나는 일상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다. 즐겁고 만족스럽다. 일상 탈출로서의 여행이 아니기에 돌아와서 다시 일상을 맞는 즐거움도 가득하지만, 여행은 일상을 재창조하는 힘이 있기에 여행의 과정 역시 즐겁다. 되돌아오고 ..

이런 책을 추천하고 싶다

눈을 떴다. 하루가 시작된다. 몸이 무겁다. 좀 더 자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날은 몇이나 될까? 아침마다 깃털처럼 가벼운 몸으로 잠에서 깨어날 순 없는 것일까? 삶의 불만족스러운 순간이 생길 때마다, 원인이 나의 잘못이라고 자책하기에는 일은 고단하고, 삶은 너무나도 불확실하다. '불만족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나'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믿고 싶다. 단지, 많은 업무와 하루 온 종일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일상 탓으로 돌리고 싶다. 허나, 나도 안다. 스스로를 '상황의 희생자'로 여겨서는 삶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자기 내면의 어떤 힘으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만이 삶의 도약을 창조할 수 있다. 도대체 그 내면의 힘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필요할 때마다 힘을 발휘하는 방법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친밀한 사랑과 열렬한 사랑

힌두인들은 그들의 신, 비슈누를 사랑한다. 비슈누식 사랑은 다섯 단계로 나눠진다. 1) 주인 대 하인 2) 친구 대 친구 3) 부모 대 자녀 4) 배우자 대 배우자 5) 절대적인 사랑 힌두인들은 번호가 커질수록 높은 수준의 사랑으로 여긴다. 주인을 향한 하인의 사랑은 가장 낮은 단계의 사랑이다. "주인이시여, 당신은 나의 주인입니다. 내가 무엇을 할지 말해 주시면 제가 따르겠습니다." 친구 간의 사랑은 (첫 단계의 사랑보다) 자주 서로를 생각하는 사랑이다.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행동을 통해 사랑을 경험한다.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눔으로 명령에 복종하는 단계보다 친밀함을 누린다. 힌두교 전통 사고에서 나온 이 다섯 가지 척도를 통해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이 생각들은 내게 중요한 생각꺼리..

공부란 무엇인가?

1. 사랑에 빠지면 온갖 충만한 감정과 착한 기운이 샘물처럼 솟아납니다. 상실을 경험하면 극심한 고통과 그리움을 체화하며 성장합니다. 사랑하는 일도, 상실의 경험도 우리를 깊어지게 만드는 인생 공부입니다. 2. 생각만 하는 건 공부가 아닙니다. 행동만 하는 것도 공부가 아닙니다. 공부는 그것 모두입니다. 생각과 행동을 통합하는 과정이 공부입니다. 공부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공부는 시간이 걸리는 과정임을 깨닫습니다. 말이 앞서든 행동이 앞서든 염려치 말고, 뒤처진 것을 불러들이는 것이 공부입니다. 3. 배우고 익히는 것이 공부입니다. 배우는 것은 잠깐일지라도, 배운 것을 익히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 조바심을 내는 것은 공부에 방해가 될 뿐입니다. 4. 조바심을 떨쳐 버리는 한 가지 비결은 신의 ..

인복이 많은 사람

오늘 아침, 와우팀원과 책나눔을 하면서 (제임스 패커 『하나님을 아는 지식』)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제는 삶의 구석 구석을 찾아 갔기에 비전을 이루는 전략과 일상의 변화에 대하여 얘기 나누기도 하고 삶의 변화와 영적 성장에 대하여 감사함을 표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지요. 이야기 도중에 그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왜냐면요.." 그는 고등학교 때 친구의 이야기, 대학교 때 만난 절친 이야기, 와우 이야기 등을 했지요. 이야기가 끝난 후, 인복에 대한 평소의 제 생각을 전했습니다. "인복이 없는 사람은 없어. 모두가 인복이 있지. 다만, 인복을 깨달은 사람들과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지 않을까?"라고. 책나눔이 끝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