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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가?

사람들은 내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 말한다. 친한 친구들이 내게 하는 말도 비슷하다. 아무말 없이 참 잘 들어준다는 얘기를 한다. 이런 저런 조언을 하지 말고, 그저 말없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들어 줄 때에 고마움이 느껴진단다. '아무 말 없이'에 방점이 찍힐지, '잘 들어준다'에 방점이 찍힐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 좋은 얘기다. 나는 스스로를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아마도 내가 맞을 것이다. 그러니 친구들과 사람들의 오해에 대해 몇 마디 하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 안에는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도 있고, 남을 격려하고 싶은 욕구도 있다. 내가 무엇인가 말을 하고 있는 모습의 원형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엌으로 통하는 문지방에 앉아 식사를 준비하시는 엄마에게 쫑..

™ My Story 2010.02.12

와우와 함께하는 일상

어제 한국에서는 와우빙고(6기)의 모임이 있었고 오늘은 브라질에서 와우솔개(5기)의 번개가 있다. 2010년 들어 빙고들간의 친밀함이 더욱 진해져 우리는 퍽이나 자주 만난다. 번개에도 6~7명은 모여 드니 분위기가 들뜬다. 어제는 8명이 모였다. 조용한 성격의 빙고들이 많아 '들뜸'보다는 '편안하고 잔잔한 즐거움'이란 표현이 더 맞겠다. 플래너를 뒤적여 보니, 2월 들어 와우팀원을 만나지 않은 단 이틀 뿐이다. 그 중 이틀은 12시간 가까이 함께 지냈고, 그네들의 휴가를 하루 종일 함께 한 게다. 그리고 하루는 빙고들과 MT를 다녀왔으니 24시간을 함께한 것이다. 내친 김에 1월의 플래너까지 훑어보았더니 한달 31일 중에 20일을 만났다. 주일에는 예배 외 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강연 날에도 약속이 없..

우리 자주 보지 말자

너무 잘난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놀지 마. 희경씨. 버스나 전철 타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 재래시장에 많이 가. 그곳에서 야채파는 아줌마들을, 할머니들 손을, 주름 봐. 그게 예쁜거야. 골프 치지 마. 대중 목욕탕에 가. 우리 자주 보지 말자. 그냥 열심히 살자. 희경씨. 제 삶의 지표가 된 나문희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 드라마작가 노희경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은 일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일을 통해 세상에 공헌합니다. 그들도 누군가가 보고 싶을 때에는 시간을 내어 만납니다.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길 나누다가 일 이야기도 합니다. 그 이야기는 넋두리나 하소연이 아닙니다. 도전과 열정의 이야기요, 에너지가 넘치는 이야기입니다. 나문희 선생님의 말씀 중 "우리 자주 보지 말자. 그냥 열심히..

생각하기가 필요한 사람들

"행동하는 무지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 - 괴테 나는 오랫동안 행동주의자라고 불릴 만한 모습을 보여왔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들과 회의를 하거나, 머리를 모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었다. 생각하고 이론적인 이야기를 할 시간에 무언가를 해 보자, 라는 식이 나의 패턴이었다. 행동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고, 실제로 좋은 결과를 많이 얻기도 했다. 회의가 종종 비생산적으로 흘러가곤 하지만, 이 글의 주제는 '생산적이지 못한 회의'가 아니다. 나는 지금 행동주의자들이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 보는 것을 자주 간과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생각하고 성찰하는 과정 없이 시도하는 행동은 비록 그 결과가 좋을지라도 깨달음은 적다. 성공을 했는데, 그 성공의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 성공 비결을 공유하기도 어렵다..

시작하는 연인과의 식사

2010년과 함께 교제를 시작한 후배 2명. 나는 커플의 두 명 모두를 알고 지내는 사이다. 아니지. 알고 지낸다는 표현은 우리의 친밀함을 나타내기엔 역부족이다. 나는 그들을 신뢰하고 좋아한다. 나를 향한 그들의 마음도 비슷하리라고 생각하며 산다. 나는 그들을 축하해 주고 싶었다. 한 사람은 연인이 되고 싶다는 감정을 전하고 다른 사람은 그 감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 기쁜 일인지! 나는 그 기쁨을 나눌 만한 장소를 예약했다. (내 수준에서 가장 맛있고 분위기 좋은 곳으로.) 책을 좋아하는 녀석들이라, 3권의 책을 구입했다. 연애에 대한 책은 두 권을 샀다. 녀석들끼리 읽고 이야기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전했고, 즐거운 식사 시간을 함께 즐겼다. 마음을 담아 이런 저런..

스스로 질문하기

"매사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라. 심각해지는 것이 진실에 접근하는 길이라고는 볼 수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생각이 많은 사람 ≠ 생각이 깊은 사람 저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생각이 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르니까요. 한 손에는 진지함을, 다른 한 손에는 유쾌함을 쥐고서 균형 있게 걸어가는 자가 인생의 지혜를 발견할 것입니다. [참고 : http://www.yesmydream.net/641] 요즘엔 자신이 생각이 많은 사람인지, 생각이 깊은 사람인지를 가늠하는 기준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답변하기 쉬운 몇 가지의 질문으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면, 더불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성장의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다면 생산적으로 생각하도록 도울..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음은

와우팀장으로서 살아가는 일이 늘 즐겁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요. 나의 부족한 인격을 탓해야 할 일도 많고, 나의 시간을 주어야 할 일도 많지요. 팀원들의 미움을 받을 때도 있고, 하고 싶은 말이지만 불필요하기에 참아야 할 때도 있지요. 아마, 와우팀원들도 나와 마찬가지겠지요. ^^ 이런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는 까닭은 우리가 (순간이 아닌) 인생을 나누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 잠깐 만나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소개팅을 하여 나의 좋은 모습 일부를 보여 주듯이 수업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래 함께 갈 사람들이기에, 수업 때에는 자신을 드러내려고 많이들 노력합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두려운 일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자신의 결점이 드러나면 거절당하거나 저울..

삶은 3가지의 놀이

삶은 3가지의 놀이라고 『천국을 낭비하는 사람들』이란 책은 말합니다. 의식주 놀이, 만남 놀이, 그리고 문제해결 놀이. 5, 6년 전에 배웠던 '삶은 놀이'라는 이 착상은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도적으로 즐기는데 퍽 도움이 되었지요. 의식주 놀이.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라는 질문은 매일 맞게 되는 일이고 어디에서 살까는 우리의 존재에 연결된 일입니다. 만남 놀이.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그 만남들이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기도 하지요. 생각해 보면, 제가 가장 행복했던 일도 가장 슬프거나 괴로웠던 일도 모두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입니다. 문제해결 놀이. 옛노랫말 가사처럼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겠습니까, 라는 말은 걱정으로 머리 아픈 사람들의 두통을 덜어주지는 못..

마음 열기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생각을 바꾸는 것,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 참 힘든 일들이다. 새로운 생각을 거부하는 일, 이해되지 않은 것은 무시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것들을 표현할 때 '이상하다'고 말한다. 지난 해 와우팀원들과 강촌으로 MT 를 갔을 때, 펜션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 여느 출입문과는 다른 잠금 장치였고, 두세 번 시도하다가 내뱉은 나의 말은 "이상하네"였다. 그것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이거나 경험한 것과 다른 것이지, 이상한 것은 아니다. 이런 사소한 경험은 그저 언어적 습관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삶 속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모습은 지성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은 대개 자신이 가진 기존의 관점만을 받아들이게 된다. 괴테는 말한..

참 좋은 시간

향이 좋은 와인에 취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와인은 그것의 술기운에 취하는 게 아니라, 향에 취하고 기분에 취하게 한다. 어제 선생님과 연구원 동기 두 분과 함께 식사와 와인을 들었다. 고품격 (그러나 양은 무지 적은) 음식을 함께 먹는 것으로 행복은 시작되었다. 달빛 은은한 창가에 앉아 있는 것은 감미로웠다. 우리는 선생님 댁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사모님께서 불을 한 번 꺼 보라신다. 산 너머 달이 차올랐던 것이다. 주방은 한쪽 벽면 전체가 유리창이었기에 우리는 달빛을 만끽할 수 있었다. 와인은 달콤했고, 달빛은 감미로웠다. 낭만적이었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잔잔한 행복감이 깃들었다. 그 무엇보다 참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했으니. "달빛 참 좋지? 그런데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