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068

300년을 살면 얼마나 좋을까

"진지하게 답변하셔야 합니다. 몇 살입니까?" "삼백서른일곱 살이에요." 답변을 한 에밀리아는 무려 337살입니다. 그녀는 아버지가 발명한 묘약을 마신 후 영원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체코의 국민 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마크로풀로스의 비밀』의 주인공 말입니다.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사람들은 동요합니다. 묘약은 그녀의 후손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비테크라는 청년은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그 약을) 공공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인에게, 전 인류에게 주어야 합니다. 모두가 똑같이 생명을 누릴 권리가 있단 말입니다! 하나님, 우리 삶은 너무 짧아요! 인간으로 지낼 시간이 이토록 짧다니! 상상을 해 보세요, 이 인간의 영혼, 지식을 향한 갈망, 사람의 두뇌, 과업, 사랑과 창..

세 권의 책을 구입해버렸다

내가 책 구입을 이리도 자제했던 적이 있던가. 아마도 있었을 것이다.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고, 두뇌는 조종종 지금의 순간을 과장하기 십상이니까. (『뇌 마음대로』라는 책은 자기를 기만하기 일쑤고 착각에 허덕이는 뇌에 대하여 두 챕터를 할애했다.) 나는 지갑이 가벼워질 때마다 서점을 멀리했겠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수입이 생기면 책을 샀고, 덕분에 다른 살림살이가 늘어날 기회는 없었다. 책 구입에 돈을 많이 쓴 것에는 내 나름의 전략은 없었다. 일관된 방향도 없었다. 장서에 대한 철학과 공부 키워드가 있기는 했지만, 얼마간은 지적 욕망의 노예였다는 말이다. (노예는 과장된 단어지만, 확실히 내 구매욕을 다스리지는 못했다.) 이번 여름부터 시작된 책 구입 자제는 꽤 오래 갈 것 같다. 지금까지 살..

이런 책을 읽어야 할까

개인이 인류 공존의 담론까지 읽어야 할까 -『문명, 그 길을 묻다』를 읽고 "쉴 틈 없이 일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도 그랬고, 2만 달러에서 IMF와 함께 곤두박질칠 때도 다시 그 고지를 넘어야 한다고 힘을 모았다. 이제는 2만 5천 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 성장의 열매인 행복한 미래는 만기가 자동 연장되는 이상한 적금 통장이 된 것 같다. 질 높은 교육 혜택, 쾌적한 주거 환경, 맑은 공기, 푸른 공원의 시대는 언제 오는 걸까? 아니면 이런 숫자와는 상관없이 서로 비슷비슷하게 고생도 하고 절약도 하고 먹을 걱정을 덜어냈다며 조금씩 여가를 즐기던 20여 년 전이 더 실질적인 풍요를 누렸던 건 아닐까?" 『문명, 그 길을 묻다』의 저자 안희경 씨가 프롤로그에서 던진 물음입니다...

나는 전봇대가 아니다

'아, 라틴어 복습해야 하는데...' (수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오늘도 하지 않으면 이번 수업은 따라가기 버거울 것이다.) '벤야민도 읽어야 하는데...' (벤야민 세미나는 미리 읽어가지 않으면 얻는 것이 확연히 줄어든다.) '마음편지를 미리 써 두면 좋은데...' (월요일마다 보내는 마음편지는 작성하지 않고 당일날이 되면 과업처럼 다가온다.) '원고도 한 번 더 퇴고해야 할 텐데...' (한번만 더 들여다보아야만 여타의 출판사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애일당 청소하는 날인데...' (아침에 하려다가 관두었는데, 오후가 되니 귀찮아졌다.) 여느 때 같으면 즐거운 공부요 독서요 일감바구니 비우기 놀이거리일 텐데, 오늘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이것은 압박감의 목록이다. 나는 내 소중한 시..

자극과 에너지를 얻은 강연

※ 9월 3일 렉티오 리딩 강연에 참석하신 분들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www.yesmydream.net/notice/1661 유인물에 실은 창의적 독서법의 공란은 다음과 같습니다. - 3가지 종류의 창의성 : 예술적 창의성, 과학적 창의성, 비즈니스 창의성 - 조사하는 독서 VS 생각하는 독서 - 창의적 독서의 4단계 1) [의식] 질문, 화두, 키워드 선정하기 2) [조사] 문제해결을 도울 책 조사하기 3) [독서] 책의 핵심메시지 파악하기 4) [적용] 현장을 들여다보며 실천하기 9월 3일 오전에 모 카드회사에서 독서법 강연을 했습니다. 강연이야 수도 없이 했고 독서법은 편안한 주제인데도, 얼마간은 긴장했습니다. '독서'에 대한 청중의 관심도가 어떠한지 모르니까요. 기업 내에서의 교육..

연남동 투어의 4가지 코스

연남동은 매혹적인 동네다. 연남동(과 이웃한 연희동) 곳곳에 맛집이 널렸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골목길마다 들어서 있다. 2015년 여름이 되기 전에는 경의선 숲길이 열리면서 더욱 환상적인 공간이 되었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로 나와 홍대와 상수역으로 이어지는 거리들이 10~20대 초반에게 신나는 놀이터라면, 3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펼쳐지는 연남동으로 골목들은 20대 이상의 모든 연배들을 폭넓게 유혹한다. 유명한 여행지가 대개 그렇듯이 연남동도 어느 골목 하나를 보거나 경의선 숲길 만으로는 매력을 충분히 느끼거나 연남동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연남동 투어는 경의선 숲길 / 동교로 & 성미산로 / 동진시장 골목길 / 경성고 골목길 이렇게 네 군데로 나뉠 수 있다. 거리만 둘러보는 데에는 90분이면 가능하지만..

사진

[짧은 소설] “다음 순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입니다. 내빈 여러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매년 5월 19일, 남양주 해유령 전첩지에서는 임진왜란 때 최초로 육지전 승리를 이끈 신각 장군 추모 제향식이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다. 사진작가가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카메라에는 큼직한 셔터가 달렸다. 하늘은 잔뜩 흐렸다.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빛을 들이는 정도를 잘 조절해야 하기에 날씨는 중요한 변수였다. 그는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고 선 이들의 사진을 몇 컷 찍었다. 사회자는 순서를 진행해 나갔다.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그는 입을 크게 벌리는 이들의 모습 두 장을 가까스로 찍어냈다. 그는 디지털 화면을 통해 방금 찍은 사진을 보며 사냥꾼이 느낄 법한 포획감을 느꼈다. 사진 속 주인공이..

카테고리 없음 2015.08.31

선택을 돕는 6가지 질문

도무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선택의 상황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분들로부터 카페 운영을 함께 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서, 나는 그렇게 몇 주 동안을 고민했습니다. 고민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인지 몰랐으니까요. 나는 선택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책장을 살폈습니다. 선택과 결정에 관한 책을 여러 권 갖고 있으니까요. 헤아려 보니 일곱 권이더군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잘못된 선택은 대가를 치른다는 깨달음을 얻은 이후로 선택에 관한 좋은 책을 모아 온 덕분입니다. 좋은 선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관해 이론적으로 설명한 책이 있는가 하면, 선택의 기술을 실용적으로 다룬 책도 있습니다. 『넛지』는 행동경제학의 이론으로,『탁월한..

어디로 가는 길인가

"모든 사람은 죽기 전에, 어디에서 어디로 그리고 왜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제임스 써버 (미국 소설가) 자기이해는 자기경영의 초석이요, 지름길입니다. 살다가 자신을 조금씩 이해할 때마다 세상을 다 얻은 듯이 기뻐하며 웃으세요. 그것은 실로 세상은 얻은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 1990년대의 인기 그룹 GOD의 은 (누구나 직면하는 화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노래입니다. GOD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춤을 추며 행진하는 사람

1.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사랑 고백처럼 달콤하고, 이곳 서울역사 내의 공기들이 반짝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걸핏하면 삶의 의미를 몰라 염세적인 정조에 휩싸이곤 하는 요즘인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있습니다. 내가 여기에 숨 쉬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A4 3페이지 남짓의 글 하나를 완성했거든요. 작은 일로도 행복하다는 사실이 생경하면서도, 반갑습니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에 말이죠. 보다 자주 써야겠습니다. 훨씬 더 부지런히 써야겠습니다. 이런 생각은 은근히 나를 안심시키기도 합니다. 집필했던 원고를 몽땅 잃어버린 사건을 지우거나 덮어버리거나, 그 방법이야 어떻든 그 일과 화해하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와! 이것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