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를 일찍 여의었다. 그래도 잘 자랐다. 학창시절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나쁜 짓을 하며 지내지는 않았다. 운좋게 지방의 국립대에 입학했고, 읽고 싶은 책과 벗하며 20대 초반을 보냈다. 대학 졸업을 하지 못했음에도 작은 교육회사에 입사했다. 역시 좋은 운 덕분이었다. 탁월한 재주를 가지진 못했지만, 형편없이 살아온 것도 아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먹고 살만하게 지냈다. 어떤 이는 (이젠 성인이 된) 아이를 대견하게 보았다. 아이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무엇이 대견한 걸까? 열심 때문이라면,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삶의 힘겨움을 딛고 일어선 것을 두고 대견하다 한 것이라면, 고개를 내젓고 싶었다. 힘겨움을 딛고 일어선 적도, 고통을 이겨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