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1월의 첫날,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다. 대개의 소설은 이야기로 서사를 진행시키지만, 김영하는 자신의 신작에서 다양한 것들로 서사를 이뤄냈다. 주인공의 단상으로, 단 한 줄의 묘사로, 책에서 뽑아낸 인용구로. 단상, 묘사, 인용문 각각은 하나의 아포리즘이다. 그리하여 독자를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소설이 잠언집이 되는 순간이다. 그러면서도 짧고 긴 이야기를 비롯한 단상과 묘사, 인용문들은 장편 서사로 수렴한다. 잠언집으로 천천히 음미하여 읽어도 좋을 책인데 결국 긴장감과 재미에 빨려들어 후루룩 읽게 된다. 소설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사유할 꺼리를 담은 셈.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천천히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 되어 어서 다시 일독해 보라고 나를 유혹한다. 묘한 책이다. 한 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