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9 2

이해가 깊어지는 여행

1. 12월 8일이 어두워졌을 때 한국을 떠났다. 9시간 넘게 날아서 도착한 시애틀은 여전히 12월 8일이었다. (시애틀과 한국의 시차는 15시간이다. 한국이 빠르다.) 시간은 오전 10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비행시간을 제외하더라도, 하루의 낮 시간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았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여행이라면, 나는 매일 여행을 떠날 것이다. 하루씩 젊어지는 여행!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젊어지는 것이 과연 멋질까, 하는 철학적 질문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 그런 여행은 존재하지 않고, 게다가 하루씩 젊어지는 '인생'이나 '일상'이 아니라, 하루씩 젊어지는 '여행'이니, 선택은 자유다. 망상이지만, 정말 그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종종 여행을 떠날 것이다. 삶을 사랑하고,..

정신없이 여행을 떠나다

1. 여행 준비도 일이다. 그것도 이중의 일이다. 숙박 예약, 동선 파악, 여행지 조사 등 여행 자체를 위한 준비도 해야 하고, 부재 중일 때를 대비한 일상의 업무도 몇 가지는 처리해 두어야 한다. 여행이 설레임과 함께 얼마간의 부담감으로도 다가오는 까닭이다. 12월 8일부터 22일까지의 미국 여행은 내게 설레임보다는 부담감이 컸다. 여행 직전의 일정이 다소 빡빡했고, 지난 9월에 벌어진 데이터 유실 사고의 후유증으로부터 이제 막 벗어나기 시작했기에 해야 할 업무도 많았다. 왜 이럴 때 여행을 떠나냐고? 내가 그 말이다. 나는 7월 이후, 줄곧 슬프거나 힘겨웠다. 여행이라도 떠나야지, 했던 때가 10월 초였다. 그때 계획한 여행이 이번 미국 여행이다. 계획된 일정을 피하다보니, 출발일이 12월 8일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