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호가다. 애호가와 전문가는 다르다. 전문가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애호가는 ‘어떤 사물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다. 애호가에게 중요한 것은 태도다. 지식은 위대한 애호가가 되는 데에 도움을 주지만, 보통 수준 이상의 애호가가 되는 데에는 좋아하는 열렬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대체 무엇을 만나는가? 사람을 많이 만나는 듯하나 실제로는 숱한 사물과 풍경을 만난다. 사전의 정의로도 만남은 ‘어떤 사실이나 사물을 눈앞에 대하다’는 뜻도 가졌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안경부터 만난다. 이후엔 방안의 풍경을 만나고, 곧이어 한 잔의 컵과 그 속에 든 물을 만난다. 곧이어 음식을 만난다. 출근하기 위해 옷을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