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 18

시작할 수 있으니 괜찮아

아직 27일인데, 내일 모레면 3월이다. 29일, 30일, 31일은 어디로 갔대? 마음이 바빠진다. 못다 이룬 2월의 계획들이 눈에 들어온 것! 방금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오른다. 뒤적여보니 이렇다. “작가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살아남아 자신의 일을 끝내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헤밍웨이가 작가 후배에게 건넨 말인데, 우리 범인들의 말로 바꿔볼 수도 있으리라. “소원과 의무를 완수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렵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주어진 시간은 짧다.” 헤밍웨이는 글이 안 써질 때엔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알았다. ‘걱정하지 마. 항상 글을 써 왔으니 지금도 쓰게 될 거야. 그냥 진실한 문장 하나를 써내려가기만 하면 돼.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이면 돼.’ 이 역시 누구나 유용하게 따..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가끔 생각해 본다. 내가 강의를 업으로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십여 년 전만 해도 이런 가정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젠 가정이 하나에 그치지 않고 릴레이로 이어졌다. 내가 인문학을 전공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때 읽었던 책이 스티븐 코비의 책이 아니었더라면? 가정의 행진은 내 인생의 피할 수 없는 물음을 마주하고서야 멈춰 섰다.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불가피한 상황도 있었고, 선택의 기로도 있었다. 엄마와의 사별은 숙명이었다. 숙명은 강력했다. 싸울 대상이 아니었다. 책 속 현자들의 권고를 정리하니 “숙명과 화해하여 벗으로 지내라” 쯤의 명제가 되었다. 엄마 없이 25년을 살면서 이를 어느 정도는 실현했으리라. 사별 덕분에 잃은 것이 많을까, 얻은 게 많을까? ..

새벽에 잠 깨어

새벽에 잠 깨어 잘 사니? 요즘은 어때? 불현듯한 자문에 침묵만이 방을 채운다. 올해 목표라고 내세운 포부와 계획은 진심인지 전시품인지…. 인터넷 기사는 공허했고 책으로도 헛헛한 마음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시 음악 그리고 새 날의 태양! 시를 읽었고 음악이 흐르지만 아직은 밤이 어둡다. 새벽에 깨어 쉬이 잠들지 못했다. 3시간 동안 글을 읽거나 음악을 들었다. 우연히 '한국강사신문'이라는 홈페이지에 들어갔고, 아무개 씨의 글을 읽었다. 진부한 내용을 시시하게 표현한 글이라, 끝까지 읽은 시간이 아까웠다. 읽기의 희열을 맛보고 싶어서 신형철의 산문집을 펼쳤다. 두 편의 에세이로 소원을 달성했다. 한 편으로도 충분했지만, 맛난 초콜릿을 한 입으로 그치지 못하는 심정으로 한 편 더 음미한 것이다. 그는..

세상의 양면성을 탐구하세요

그는 진지하고 선하다. 사유하는 힘이 조금 약할 뿐이다. 괜찮다.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어 보인다. 그는 이미 멋진 사람이고 자신을 좋아하는 이들과 더불어 잘 산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깊어지고 싶어요. 더 성장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내게 ‘한 말씀’ 듣기를 원했다. ‘지금도 괜찮으신데….’ 이건 그가 원하는 ‘한 말씀’이 아니리라. 며칠이 지났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오늘 아침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떠오르는 대로 '한 말씀'이 아닌 '몇 마디'를 적어 보냈다. 핵심은 양면성이다. (사례를 덜어내고 명제만 모아 블로그 벗들과 공유한다.) “세상의 양면성을 탐구하세요.” 이 ‘양면성’을 이해할수록 더욱 깊어지실 겁니다. 양면성을 탐구한다는 말은 눈물과 미소를 동시에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

[강좌] 서양 문학의 흐름

서양 문학의 흐름 - 문예사조를 중심으로 - 서양 고전의 대다수는 문학 작품입니다. 일리아스, 오딧세이아,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 몽테뉴 수상록, 괴테, 톨스토이 등의 작품이 모두 문학입니다. 인문 교양의 중심이 문학 고전인 셈입니다. 문학 고전을 문예사조라는 키워드로 꿰는 수업입니다. 문학과 예술의 사상적 흐름을 문예사조라 합니다. 문예사조는 예술에 깃든 ‘사상’이기에 철학이나 지성사의 흐름과 이어집니다. 낭만주의가 문학뿐만 아니라 철학, 음악, 미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말이죠. 문예사조는 인문학이라는 지적 세계를 거니는 훌륭한 지도입니다. 4주 동안의 문예사조 공부는 인문학 공부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겁니다. 깊이 있는 내용을 쉽게 (그리고 최대한 재미있게) 풀어 보겠습니다. 문예사조는 케케..

와우 11기 지원자 분들께

안녕하세요? 와우리더입니다. ^^ 이제 마지막 과제만을 앞두고 있네요. 잘 즐기고 계세요?그러기를 바랍니다. 즐겁기는커녕 힘겹고 고통스럽다고요? 동의하고 이해합니다. 허나 고통에도 불구하고 즐길 수는 있지요. 극도의 즐김(쾌락)에는 고통이 살짝 동반되기도 하고요. 여정이 목적지요, 항해가 고향입니다. 과정을 즐기게 되면 여정도 목적지가 되고, 항해마저 고향처럼 편안해진다는 말입니다. 와우 지원 과정 자체가 여러분께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3가지 공지를 전합니다. 1.와우 11기에는 최종 16명이 지원하여 과정을 즐기는 중입니다. 3차 과제 제출이 끝나는 2월 26일(일)이면 11기의 윤곽이 나오겠지요.과제 미제출자 그리고 지각 제출자 순으로 선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러고도 10명이 초과되..

최고는 복수로 존재한다

“방금 를 켰는데, Cool Jazz 채널에서 폴 데스먼드가 보이는거야. 바로 클릭했지. 아, 미치겠다. 역시, 데스먼드야. 이 베이스소리 어쩔! 색소폰 연주자로는 스탄 겟츠랑 폴 데스먼드가 최고인 듯. 부드럽고 달콤하거든. 존 콜트레인은 종종 날카로워. 사실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모두 품고 있음이 콜트레인의 힘이겠지. 아, 데이브 브루벡으로 넘어가 버렸네! 휴우, 아쉽다. 사실 데이브 브루벡도 좋지. 그 유명한 브루벡의 를 폴 데스먼드가 작곡했어. 맞나? 헷갈리네.” - 카친과의 대화 카톡 대화가 끝나자 트럼페터들이 아우성쳤다. 리 모건, 쳇 베이커, 클리포드 브라운이 협연으로 나를 부른다. "어이, 친구! 자네 인터넷 카페 닉네임이 한 동안 '리모건'일 정도로 나를 좋아했지 않나. 잊었는가?" 그럴 리..

깊은 명랑을 꿈꾸며

높은 산을 오르는 중이다. 성장이라는 산을! 이번 산의 이름은 ‘자제력’이다. ‘변증법적 열망’이라는 산맥의 한 봉우리다. 히말라야 산맥의 K2 봉 정도가 되겠다.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아주 험준하다. 진보는 더디지만, 결국에는 조금씩 나아갔다. 가끔씩 미끄러져 퇴보도 했지만, 포기는 없었다. 지난달에는 한 100m 즈음 올랐다. 수개월째 올라 대지가 보이지 않을 지점에 이르렀다. 어제는 대지의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번 산행의 목적은 뭐야, 라고 물어보는 이들은 극소수였다. 그들은 성장의 가치보다는 성장에 따르는 불편함과 고통에 안쓰러워한다. “뭘 그리 힘들게 살아?” 그들은 모르는 걸까? 삶을 농밀하게 사는 영혼은 성장하지 않으면 더 고통스럽게 산다는 것을. 나는 지금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

스승을 찾아야겠다

스승을 찾아야겠다. 전문가도 스승이다. 지식, 기술, 지혜를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전문가! 멘토도 스승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영감을 주고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네는 멘토들! 구루도 스승이다. 밤하늘의 별처럼 바다의 등대처럼 어두운 인생길에 빛을 비추는 구루들! ‘어떻게 살 것인가?’ 구루는 이 질문에 대해 설명이 아닌 자신의 ‘존재’로 답한다. 살면서 전문가도 만났고, 구루도 만났다. 축복이었다. 지난 해 언제부터인가 더 큰 축복을 누리고 싶어졌다. 서두름 없이 안주함 없이, 신중하지만 적극적으로, 스승을 찾아야겠다. 책으로 사숙하고, 만남으로 사사를 받아야겠다. 최근 넉 달 가까이 겪어 온 고통의 원인은 나의 부덕함이다. 피할 수 없는 이다. 구제책은 하나다. 성장할 것! 스승이 필요한 이유다.

카잔차키스 탄생 135주년

1883년 오늘(2월 18일),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태어났다(1883년은 마르크스가 퇴장하고 케인즈가 등장한 해이기도 하다). 여행과 글쓰기를 좋아했던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 『붓다』, 『오딧세이아』 등의 걸작을 남긴 소설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정치 이력도 눈에 띈다. 베니젤로스 총리 시절 공공복지부 장관에 임명(1919년)되었고, 만년에는 사회당의 지도자가 되기도 했다(1945년). 그의 묘비명은 영감을 잔뜩 품고 있기에, 감동적이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는 100회 특집으로 그 동안 가장 많이 추천된 도서 Best 30을 선정했는데, 2위가 『그리스인 조르바』였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