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책을 이야기하는 졸바 25

고전문헌학은 어떤 학문인가

루돌프 파이퍼 길 고전문헌학은 어떤 학문인가? 루돌프 파이퍼는 20세기 최고의 서양 고전문헌학자다. 고전문헌학은 어떤 학문인가? 서울대 안재원 교수의 해제를 보자. “파이퍼에게 서양 고전문헌학이란 한 문헌이 최초의 원전으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 우리에게 오게 되었는지를 해명하고, 그 전승 과정 중에 생겨난 오류들을 교정해서 최초의 원전을 복원하려는 학문을 뜻한다.”(p.300) 고전문헌학이 왜 필요한가? “전승된 문헌 가운데 원저자의 필체로 기록된 문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설령 원저자의 기록이라 하더라도, 원저자의 필체를 알고 있지 못하기에 그것이 실제 원저자의 기록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고전문헌학자들은 전승된 문헌에 대하여 원저자의 기록, 저술이 아니라는 가정 ..

유미주의자로 산다는 것

유미주의자로 산다는 것 - 서머싯 몸 민음사 유미주의자, ‘예술적 미의 창조’를 인생의 목적과 최고선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저 역시 예술을 즐기고 추구하는데, 그것은 ‘인생을 위한 예술’입니다. 반면 유미주의에 경도된 예술가들은 ‘예술을 위한 예술’ 심지어는 ‘예술을 위한 인생’을 추구합니다. 예술을 위해 인생의 다른 가치들을 모두 희생하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 유미주의자 한 명을 소개합니다. 장밋빛 성공과 수많은 음반을 뒤로하고 대중을 떠난 천재 뮤지션입니다. 그는 팬들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글을 남기고 떠났지요. 일부를 옮겨 봅니다. “이제 그만 둡니다. 다른 할 일이 있어서요. 여러분께는 죄송하지만 저를 너무 원망하지는 마세요. 캐나다에서 음악, 음악의 고독, 고독의 고독과 약..

인문학의 힘으로 삶을 촉촉하게

인문학의 힘으로 삶을 촉촉하게 - 밥장 앨리스 조르바 원고로 다룰까 말까?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의 신간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책이었거든요.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 만 가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열 가지는 되더군요. 어떤 챕터에서는 합격점을 주며 ‘원고 써야겠다’ 싶다가도, ‘아니! 이건 아니지’ 하며 고개를 가로젓곤 했네요. 결론이요? 여러분이 지금, 읽고 계시잖아요. 1) 은 반디 앤 루니스에서 만난 책입니다. 책을 집어든 것은 단순한 호기심. ‘오? 밥장 씨 신간이네.’ 일만 오천원을 지불한 까닭은 김경란 아나운서의 추천사. “은근 중독성 있는 뽀글이 헤어로 덮인 그의 머릿속엔 혼자 살기엔 너무도 아까운 아기자기한 세상이 들어 있었다.” 나는 자기 세상을 창조하여 즐기는 이들에..

단편소설의 대가를 스승으로!

소녀는 자신의 남동생과 함께 자주 친구와 어울렸습니다. 세 아이는 모두 문학에 대한 자질이 뛰어나 어린 시절부터 잘 맞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소녀는 아들을 둔 어머니가 되었고, 친구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 아들이 프랑스 단편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기 드 모파상이고, 소녀의 친구는 사실주의 소설의 경전 『보바리 부인』을 쓴 플로베르입니다. 안타깝게도 소녀의 남동생은 지나친 공부와 심장병으로 20대에 요절했고요. 모파상의 어머니는 아들을 지극히 사랑했고 재능을 키워주고 싶어, 어린 시절의 친구 플로베르에게 아들을 지도해 주기를 부탁했습니다. 모파상은 어머니의 편지를 들고 플로베르를 찾아갔습니다. 스승의 나이 52세, 제자의 나이 23세의 일인데, 그들의 사제관계는 플로베르가 세상을 떠난 1980년까지 이어..

허무주의 시대,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허무주의 시대,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 휴버트 드레이퍼스 사월의책 1. 책의 부제는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 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다. 부제엔 진단과 처방이 모두 담겼다. 책을 함께 쓴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숀 켈리는 이 시대의 특징을 ‘허무주의’로 진단하고서 “삶의 의미를 되찾아라”는 처방을 내렸다. 처방전의 제조는 ‘서양 고전의 세계’에서 이뤄졌다. 저자들이 다룬 ‘서양 고전’이란 문학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 단테의 그리고 허먼 멜빌의 등의 고전 문학!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세 부류의 사람들, 고대 그리스인, 중세인, 근대인들이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았는지 조사하기 위해 문학을 살핀다. 왜 문학인가? 문학에게 그럴 힘이 있는가? 르네 지라르의 은 세르반테스..

가짜 겸손과 가짜 배려

가짜 겸손과 가짜 배려 - 김승옥의 단편 를 읽고 친구의 헤어스타일이 별로인 날, 그걸 콕 집어 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친구가 무안해할 테니 아무말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누가 친구를 배려한 것일까요? 방금 말씀드린 정보만으로는 어느 쪽이 배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도와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이 배려이니, 배려라면 그에게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도움이 되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여 그것을 주어야 합니다. 친구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진짜 배려인지의 여부가 달려 있습니다. 옷매무새나 스타일이 어색할 때, 그것을 고칠 수 있도록 말해 주기를 원하는 친구라면 슬쩍 귀띔해 주면 되고, 모른 척 해 주기를 원하는 친구라면 넘어가 주어야 배려입니다. 친구의 원함보다는 자기 마음이 불편해질까 하여, 옳은..

슬프고 외로운 어느 황혼

카페고리의 포스팅은 아이폰/ 아이패드 앱 를 통해서도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슬프고 외로운 어느 황혼 - 필립 로스 문학동네 두 개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서며 손에 책 한 권을 들었습니다. 필립 로스의 소설 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를 들었다가 빨간색 책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 작은 책을 고른 겁니다. 이미 절반 남짓을 읽은 터였기에 주요 내용은 알고 있었습니다. 누구나(every man) 죽는다는 불멸의 사실을 다룬 소설입니다. 결혼식에 어울리지 않는 주제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정작 나는 스스로의 선택에 만족하며 식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런 글귀를 떠올리고 있었거든요. “많은 결혼식에 가서 춤을 추면 많은 장례식에 가서 울게 된다.” 에 나오는 말인데, ..

트로이 전쟁, 역사적 사실일까?

카페고리의 포스팅은 아이폰/ 아이패드 앱 를 통해서도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트로이 전쟁은 역사적 사실일까? - 김진경 안티쿠스 트로이 전쟁은 역사적 사실일까요? 호메로스의 서사시 와 영화 〈트로이〉가 그려낸 드라마틱한 전쟁은 전설일 뿐일까요? 고대인들은 사실이라고 믿었지만, 근대인들은 허구로 인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다시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는 학자들이 많아졌지요. 19세기 후반, 하인리히 슐리만이 트로이 유적을 발굴했기 때문입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트로이 전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두는 건 어떠세요? 청동기 시대, 고대 그리스 왕국 중 가장 강력한 국가는 미케네입니다. 군사적이나 정치적으로 월등했고, 문화도 앞섰습니다. (기원전 14세기에 미케네에서 ..

결혼생활의 기초, 현실인식!

카페고리의 포스팅은 아이폰/ 아이패드 앱 를 통해서도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결혼 생활의 기초, 현실인식! - 알랭 드 보통 문학동네 결혼이라는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행복의 근원일까요? 불행의 원천일까요? 흑백논리를 조장하는 질문이군요. 다시 여쭙습니다. 결혼한 당신은 어떻게 살고 계세요? 사랑의 결실로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여러분의 삶, 안녕하신가요? 미혼인 당신에게 결혼은 무엇인가요? 연애의 종점에 이르렀을 때, 이별을 제외하면 남게 되는 유일한 옵션인가요? 아니면 행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인생의 필연적인 여정인가요? 사실 미혼인 상태에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알랭 드 보통은 말합니다. “결혼의 곤란한 점은, 해 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도, 느낄..

교황, 41명의 작가를 말하다

카페고리의 포스팅은 아이폰/ 아이패드 앱 를 통해서도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교황, 41명의 작가를 말하다 -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을 읽고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이름을 아는 비평가가, 한국에도 있을까요? 독일인 98%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라는 문학평론가의 이름을 안다고 해서 드리는 말입니다.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을 아는 비율이 저리도 높다니요! 우리의 경우엔 문화비평, 예술비평을 모두 합쳐 김현, 김우창, 진중권, 고종석, 강준만 등이 떠오르지만 그에 견줄 만한 스타성은 아니겠지요. 그의 명성은 긴 생애 덕분이기도 하지만(1920년생이거든요), 오랫동안 주요 매체에 문학평론을 기고함으로 입지를 굳혀왔고(1960~88), 무엇보다 독일 공영방송국에서 14년 동안이나 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