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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 유감

2012년 11월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나는 새로운 책의 챕터 하나를 완성했다. 다섯 개의 짧은 꼭지글로 구성된 챕터를 완성한 덕분에 주말 내내 행복했다. 8천 자의 글자를 늘어놓아 200자 원고지 55매를 채운 것 뿐인데, 어찌나 즐거운지! 내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 즐거움이 어떠한 것인지 궁금해 하는 독자가 있든 말든, 나는 잠시 그 즐거움을 음미해 보련다. 음미를 도와 줄 이는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작가 '페터 한트케'다. 그의 작품 중에 『어느 작가의 오후』라는 짧은 소설이 있다. 12월의 어느 날 오후, 한 작가가 그날의 글쓰기를 마치고서 남은 하루를 보내는 일상이 담긴 소설이다. 줄거리도 없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히 드러나 있지 않은 책이라 권하고 싶지는 않다. 내게는 무..

그저 인생살이의 일부일 뿐

지난 9월의 어느 날, 한의원에 갔었다. 맥만 짚는 게 아니라 엑스레이 검사, 체열 검사 등과 같은 양의 치료도 함께 진행하는 어깨통증과 오십견 전문 한의원이다. 엑스레이 촬영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들은 결과, 나의 증상은 '회전근개파열'이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어깨와 등이 자주 아팠다. 그저 PC 작업을 많이해서인 줄 알았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던 게다. 이 정도면 10년 가까이 진행된 겁니다, 많이 아팠을 텐데 왜 이제 왔어요, 그래도 아직 젊으니까 괜찮아요 등과 같은 말들을 원장 선생님은 친절하게도 들려 주었다. 그동안 좀 아프긴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아픔은 누구나 안고 사는 게 아닌가' 라는 습관적인 결론으로 그냥 지내왔다. PC 작업을 하다가 자주 스트레칭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하면서. ..

바쁘다고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요즘 와우카페에서 추진되는 일과 교육이 많아 블로그 포스팅을 시간을 들이지 못했네요. 와우카페에는 매일 글을 올리지만, 블로그에 올리기에 부적합한 것들도 많았는데 어제 쓴 글은 이곳에 포스팅해도 될 것 같아 여기에도 올려 봅니다. 다소 강한 글인데, 제가 와우 내에서는 종종 강한 어조로 쓰는 것 같네요.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바쁘다고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오늘 하루를 돌아보세요. 네이버 첫 화면에 뜬 흥미로운 기사제목을 클릭한 적 없나요? 애니팡을 비롯한 휴대폰 게임, PC 게임은 어떤가요? 오후에 나른하다고 30분 이상을 저질 생산성으로 일하지는 않았나요? 카톡을 보내는데 혹은 동료와 차마시며 수다를 나누느라 필요 이상의 시간을 쓰진 않았나요? 집에 돌아가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할 일을 미..

부석사에서 배운 공부의 원칙

부석사 무량수전의 왼쪽으로 난 계단은 조사당으로 오르는 길이다. 조사당에 올라 경내를 내려다보면 무량수전과 안양루를 비롯한 부석사 전체가 보인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는 장관이 가장 잘 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맑은 날이면 일몰시간이 다가올 무렵, 사진가들이 모여서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곳이다. 가족과 함께 부석사에 갔던 날, 볕이 좋았다. 그 날도 일단의 사진가들이 모여 있었고, 무리 중 한 사내가 지령을 내리면 다른 이들은 그 말에 따라 카메라를 조작하여 셔터를 눌렀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한 명의 프로 사진가에게 배우고 있는 모양이다. 그룹 옆에는 또 다른 사진가들이 카메라 렌즈로 석양을 쳐다보며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나도 저만치 떨어져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느새 그들 모두가 내 곁으로 왔다. ..

죽음이 안겨다주는 생의 열정

로마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라 콘체치오네 성당'의 내부입니다. 근처에 있는 베드로 대성당과는 화려한 내부와는 사뭇 다릅니다. 내부장식을 이루고 있는 것은 해골입니다. 수사복을 입고 있는 것도 해골입니다. 제단은 인간의 척추로, 샹들리에는 자잘한 뼈들로 만들었습니다. 유골더미 앞에 있는 표지판에는 다음과 같은 뜻의 라틴어 글귀가 새겨져 있지요. "한때 저들도 당신과 같았으며 언젠가 당신도 저들처럼 될 것입니다." 나는 이미 글귀의 뜻을 알고 있었고 저 기기 막힌 글귀가 주는 떨림도 체험했지만, 눈 앞에 서 있는 죽은 수사들이 전하는 교훈을 마음 속 깊이 새기려고 애를 썼습니다. 인간의 필멸성을 기억하자고. 용기를 내어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자고. 지금 이 순간을 살며 나의 미래를 한껏 기대하자고. 의미 ..

[추천도서] 시대정신과 지식인

본 글은 '조르바'라는 필명으로 라는 아이폰 앱에 게재한 글입니다. * 김호기, 『시대정신과 지식인』, 돌베개, 2012. 시대를 뒤흔든 지식인들의 이야기 책의 제목부터 설명하고서 글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시대정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되는 인간의 정신적 태도와 양식 또는 이념을 말한다. 시대정신은 한 사회의 발전에서 북극성의 역할을 담당한다. 어느 사회든지 시대정신을 어둠 속 망망대해에서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북극성처럼 미래 좌표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이러한 시대정신을 주조하는 이들이 곧 지식인이다."(p.15) 우리 현대사의 시대정신은 산업화와 민주화였고, 최근에는 '복지국가 구축'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둘러싸고 보수적 지식인들과 진보적 지식인들이 논쟁을 ..

기쁘게 돌아볼 수 있을 만큼만

정신없이 며칠을 보냈다. 아니 며칠이 지나갔다. 그렇게 후다닥 보내고 싶진 않았는데, 시간이 어디 내 말에 콧방귀라도 끼던가. 그 녀석은 무심하다. 내 마음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고 냉정하다.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떼를 써도 어림없다. 하지만 시간은 공평하다. 바쁨의 절정을 달리고 있을 싸이에게도, 한량인 내게도, 똑같이 하루 24시간을 준다. 녀석은 한결같다. 아침에 내가 눈을 뜨기만 한다면, 시간은 하루도 빠짐없이 내게 24시간을 준다. 난, 시간의 공평하고 한결같음이 좋다. 어디 다른 자원이야 공평한가. 돈? 날 때마다 다르게 타고난다. 꿈을 안고 독립하여 10년을 열심히 살았는데... 고작 자산이 5,500만원에 불과하다. 1억원이 훌쩍 넘는 책값을 1/3 값으로도 되팔 수 있다면, ..

꿈의 목록을 재정비하며

오늘 아침, 내 꿈의 목록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2011년 11월에 작성한 것이고, 두세번에 걸쳐 업데이트한 목록이다. 꿈을 품고 기록했다면 곧장 실행했어야 하건만, 지금까지도 나는 보다 완벽한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카테고리 별로 구분하거나 빠진 목록이 없는지 검토하느라 실행은 뒷전이었다. 목록을 검토하고 추가하는 일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실행을 내팽개쳤다는 점에서 분명 고약한 습관이다. 그래서 더이상 목록을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다. 지금으로부터 딱 일주일 후인 2012년 10월 1일부터는 힘차게 실행해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7일 동안에는 구색을 맞추려고 적어 둔 목표를 솎아내고, 너무 큰 꿈은 작게 쪼개어 볼 생각이다. 오늘은 내 꿈의 목록을 존 고다드의 목록과 비교해 보았다. 그의 목록에서 영..

숙취로 인해 힘들었던 하루

오늘(21일)은 몸이 괴로운 하루였다. 숙취로 인해 하루종일 힘들었다. 어젯밤, 출판사 편집장과의 술자리가 있었고 나는 과음을 했다. 소주와 양주를 섞어 마셨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팀장 한 명이 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은근히 많이 권한 까닭도 있다. (무너뜨리고 싶은 모범생의 이미지가 내게 있다는데... 글쎄!) 그들과 헤어질 때만 해도 멀쩡한 듯 했지만, 결국 나는 무너졌다. 헤어지고 약 5분이 지났을까, 취기가 올라왔고 속이 복잡해졌다. 어느 골목에서 배수로와 한참동안 대화를 하다가 자다가를 반복했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양치를 하고 손만 씻은 후, 나는 뻗었다. 아침에 잠깐 눈을 떴는데. 여전히 속이 괴로웠다. 하루를 시작하려고 몸을 움직였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