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나는 새로운 책의 챕터 하나를 완성했다. 다섯 개의 짧은 꼭지글로 구성된 챕터를 완성한 덕분에 주말 내내 행복했다. 8천 자의 글자를 늘어놓아 200자 원고지 55매를 채운 것 뿐인데, 어찌나 즐거운지! 내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 즐거움이 어떠한 것인지 궁금해 하는 독자가 있든 말든, 나는 잠시 그 즐거움을 음미해 보련다. 음미를 도와 줄 이는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작가 '페터 한트케'다. 그의 작품 중에 『어느 작가의 오후』라는 짧은 소설이 있다. 12월의 어느 날 오후, 한 작가가 그날의 글쓰기를 마치고서 남은 하루를 보내는 일상이 담긴 소설이다. 줄거리도 없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히 드러나 있지 않은 책이라 권하고 싶지는 않다. 내게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