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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혹시, 과대망상증?

난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학자들이 어린 시절, 공부에만 몰입하여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니체는 평생 동안 두통을 안고 살았는데 24살에 스위스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가 될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느라 제대로 몸을 돌보지 못했던 까닭이 크다. 퇴계 이황 선생께서도 공부에 매진하느라 어린 시절부터 일생 동안, 쇠약함과 피로와 싸워야 했다. 퇴계는 훗날 이런 편지글을 쓴 적이 있다. "내가 어린 나이에 일찍이 분수에 넘치게 뜻한 것이 있었으나 그 방법을 잘 몰라 지나치게 고심하기만 했던 탓으로 쇠약해지고 피로에 지치는 병을 얻게 되었습니다." 앎과 삶의 일치를 중요하게 여겼던 선생께서 미처 건강까지는 생각지 못하셨던 게다. 이를 두고, 나는 깊이 감사하게 여긴 것이 ..

사실의 힘

'사실'이 힘입니다. 사실을 나열한 문장은 짧아도 힘이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지요. 제가 어젯밤에 친구의 어려움을 들었다고 칩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염려가 되어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저는 이런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어젯밤 친구의 힘겨운 사정을 들었다. 염려가 되어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수식어 없이 사실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메마른 문장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여기에 진정어린 염려가 있습니다. 또한 담백한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문장을 쓰려면 사실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없이는 견해를 쓸 수 있을 뿐입니다. 종종 과장이나 포장을 하기도 하지요. 그것은 사실이 없기 때문입니다. 견해는 그의 삶이 아니라, 그..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저 멀리, 농구를 하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강변 산책길을 걷던 나는 속도를 내었다. 신나게 농구 한 게임을 뛰고 싶었다. 들고 있던 가방을 던지듯 내려 넣고, 농구 코트로 뛰어 들었다. "어, 야! 네 가방!"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녀석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내 가방은 공원에 조성된 작은 호수에 빠졌다. 던졌던 나의 힘 조절이 잘못되었던 게다. 문득, 살아오면서 겪었던 비슷한 일들이 떠올랐다. 찰나의 순간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 핸드폰을 구입한 첫 날, 하늘 높이 던졌다가 잡지 못해 바닥에 내팽쳐졌던 일. 지하철 역내 의자에 앉을 때 노트북 가방을 세게 내려 놓아 하드웨어가 빠졌던 일. '으악! 내 노트북은 어떡하지?' 노트북을 생각하는 순간, 지금의 시간으..

이사, 이기심 그리고 후련함

이사하기 위해, 시간이 나면 집을 보러 다니는 요즘입니다. 시간이 자주 나는 것은 아니어서 집보기는 더디게 진행되지요. 그러다가 우연찮게 구경한 집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 서재를 만들고 싶다는 오랜 바람이 있었는데, 그 바람을 완벽하게 이룰 수 있는 구조와 넓은 공간을 가진 집이었지요. 제 형편에 비하면 꽤 비싼 집이라는 것만이 문제였습니다. 집 구하기가 어려운 까닭은 본질적으로 결정의 문제입니다. 자신에게 있는 돈으로 갈 수 있는 '현실의 집'은 항상 돈이 조금 더 있으면 갈 수 있는 '이상의 집'보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있는 돈'으로 '이상의 집'을 찾는 시간만큼 집 결정이 늦어집니다. 2006년, 이사를 위해 두 달 동안 집 구경을 하고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집 구하기는 발품 팔기의..

내가 뽑은 최고 글빨의 작가

"그는 칼로 치듯이 글을 쓴다. 욕망을 가로막고 있는 것들을 단칼에 베어내면서 독자의 내면 깊숙한 욕망으로 단박에 다가선다. 그의 글을 읽고 나면, 나에게는 순수한 욕망만이 남는다. 나를 둘러싼 허위들은 모두 사라진다. 그 욕망을 들고, 내 삶으로 뛰어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삶의 도약을 경험한다." - 스승의 날을 기리는 글. 내 삶을 바꾸어 놓은 책들이 있다. 그런 책 중의 하나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일부를 5월 초에 다시 읽었다. 어린이날에 7 Habits 워크숍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코비의 제안은 통합적이었고, 깊었다. 통합적이라 함은, 여러 분야를 아울러 하나의 전체를 이룬 모양을 말한다. 이 책은 개인의 승리와 대인관계에서의 승리를 균형 있게 다룬 점에서 통합적이다. 깊..

한 달에 책을 몇 권 읽으세요?

한 달에 책을 몇 권이나 읽으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늘 어림잡아 대답한다. 읽은 책이 많아 헤아리지 못해서가 아니다. 권수를 헤아리며 읽지 않기에 그렇다. 읽은 권수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헤아리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완독하는 권수로 따지면, 한 달에 3~4개 권 정도 될 거예요." 그래서 어림잡은 나의 대답이다. 끝까지 완독하지 못하는 책들도 있다. 뒷심이 약한 고약한 천성 때문이기도 하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이 형편없어서 읽다가 집어 던지는 책은 거의 없다. 이렇게 부분적으로 읽은 책들을 모두 모으면 한 달에 3, 4권 정도는 읽는 셈이 되리라 생각해서 내놓은 답변이다. 그러다가, 2010년 5월 1일부터 읽은 페이지를..

내 동생, 전역하다

의경으로 복무했던 동생이 전역했습니다.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 제 집에서 3박 4일을 묵었지요. 집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오더니 참 좋다네요. 경찰서에서 나오는 물은 너무 차가워서 수도관이 북극으로 연결된 줄 알았대요. 지금도 그 차가운 물을 온 몸에 끼얹은 듯 같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그 말을 하더군요. 저는 무지 웃겨서 한 동안 웃느라 혼났습니다. 녀석의 말을 듣고 나서 샤워를 하는데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내내 행복이 느껴졌지요. 행복은 그렇게 일상 속에 깃들어 있나 봅니다. 무심코 지내다가 이렇게 누군가의 대화를 통해 배우게 되나 봅니다. 행복에 대해, 인생에 대해. 그저께는 녀석과 함께 잠실 종합운동장에 갔습니다. 삼성과 두산의 프로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죠. 마트에 들러 간식을 샀지요. 요..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친구에게

친구야, 며칠이 지났구나. 너에게 아주 오랫동안 기억될 며칠이 말이다. 어머니를 떠나 보낸 슬픔이 너를 짓눌렀을 터이고, 조문객을 맞이하느라 정신도 없었을 테지. 愛쓰느라고 수고 많았다. 오늘은 푹 쉬기를. 그 며칠 동안 난 그저 많은 시간을 네 곁에 머무르고 싶었다. 일이 끝나고서 매일 찾아가긴 했지만, 정작 함께한 시간은 많지 않아 미안하구나. 찾을 때마다 잠시 무릎꿇어 어머니를 위해, 그리고 너의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앞으로도 기도 동역자로 설께. 너의 꿈 이야기를 들었지. 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나와 함께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너의 꿈은 나를 움직였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있어서, 나를 향한 신뢰가 있어서. 우리 멋진 인생을 살자. 아름다운 우정이 되자. 신실한 주의 제자가 되자. 그 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