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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싸움

마음을 나누고 영혼을 교감했던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여간다. 쌓이고 쌓여 우정이 되고 사랑이 된다. 마음이 닫히고 서로를 공감하지 못했던 시간은 흘러가기라도 해야 할 텐데 고여 썩는다. 쌓이고 쌓여도 가슴이 답답하고 영혼은 외롭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가슴벅찬 일이다 공감에서 오는 충만함, 소통에서 오는 기쁨, 표현에서 오는 후련함, 경청에서 오는 배움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가슴 답답한 일이다. 오해에서 오는 실망, 단절에서 오는 절망, 그와의 관계에서 희망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연인으로 인해 가슴이 답답할 때, 생애 처음으로 독신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남자를 (혹은 여자를) 두려워하게 되기도 한다. 세상을..

정신없이 바빠지는 까닭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어떤 기질을 가졌는지에 대해 알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고, 세상도 모른다. 그러니 세상이 나에게 일을 맡길 때, 나의 재능과 기질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탓해선 안 된다. 원인은 세상에도, 나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정말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이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1) 과도한 책임감을 가진 이라면 그럴 수 밖에 없다. 이들은 성실하고 책임을 다하는 성향을 지니고 태어났다. 다만, 안 해도 된다, 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여 스스로를 고단한 지경까지 몰고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2)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이 또한 바쁠 수 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자기 안에 스스로를 사랑하는 힘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에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기에 여러..

비전을 이루는 청춘, 박지성

오늘 박지성의 책, 『나를 버리다』를 읽었습니다. 제목이 조금 긴데, 그대로 옮기면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입니다. 초인 개념을 따온 듯하여 니체가 떠올르는 제목입니다. 문장이 퍽 매끄러운데, 편집자가 손을 많이 보았을 겁니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조금 안다고 '얘는 축구도 잘 하고, 글도 잘 쓰고 세상은 불공평해'라고 순진하게 생각하진 않는 게지요. 관심 있는 몇 페이지를 뒤적이다가 '내 생애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챕터를 펼쳤습니다. 2009년 6월, 박지성의 기자 회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담은 챕터입니다. 당시 박지성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아공이 내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입니다." 이 말은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나 결심을 담은 것이 아니라 4년 후의 자기 체력과 뛰어난 후배들의 등장을..

Soccer Artist 리오넬 메시

한국 대 그리스 축구를 보았다. 우리나라가 이겼다.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그리스의 무기력한 모습이 우리나라의 우승을 조금 가리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박주영은 내 눈엔 들어오지 않았던 선수였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그를 치켜세운다. 헉! 역시 축구를 보는 나의 수준은 얕다. 그런 내 눈에도 쏘옥 들어오는 선수가 있었다. 나이지리아 대 아르헨티나 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준 선수, 리오넬 메시! 그는 축구공으로 예술을 하는 경지에 이른 듯 했다. 빠르고 정확하면서도 놀랄만큼 여유로웠다. 궁금하여 메시의 골영상 모음을 찾아 보았다. 공을 가지고 노는 선수는 많다. 그러나 메시는 상대 선수들까지 데리고 놀았다. (상대선수가 되었던 축구의 달인들께 죄송~!) 메시에게 공이 가는 순간, 그는 둘 중 하나의 ..

진짜 내가 되기

일주일이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몰려드는 일을 하나 둘 처리하다 보니 하루 하루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한 게지요. 엊그제가 월요일이 아니라, 수요일이란 사실을 알게 될 때 조용히 읊조리게 되더군요. '와, 시간 정말 빠르네' 요즘 저는, 나를 즐겁게 만드는 일을 날마다 합니다. 시간을 떼어내 내가 잘할 수 있는 그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일수록,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며 그 일부터 손에 잡습니다. 그랬더니 안정감과 충만함이 느껴집니다. 바쁜 일상에 내가 휘둘리지 않고 시간을 컨트롤한다는 안정감, 나의 꿈을 향하여 성장하고 있다는 충만감 말입니다. 비결은 간단합니다. 스스로에게 묻는 것입니다. "매일 두 시간이 주어지면 무얼 하고 싶은가?" 그것을 매일 가장 먼저 하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

다시 시작하기

3개월 전부터 우리 집 한 켠에는 박스 12개가 쌓여 있다. 이사 가려고 미리 짐을 싸 둔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저렇게 짐을 방치해 둘지는 몰랐다. 사실, 이삿짐을 옮겼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짐을 옮긴 것은 두 번인데, 내가 있는 곳은 그대로 우리집이다. 하하하. 이렇게 적으면서 웃기고 허탈하네.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책을 찾기가 힘들어진 게다. 책을 박스에 넣었다가 아직 제대로 풀지 않았다. 필요할 때마다 난감하다. 하하. 그래서 안 필요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연구원 여행을 떠나는데, 여권 사본을 보내란다. 헉! 여권이 어디에 있을까?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가볍게 한 시간 정도 찾아 본 것이 지난 주말이다. 있을 만한 곳에는 없었다. 사실, 정돈 상태가 ..

어느 무더운 날의 강연일지

6월 9일, 숭실대학교에서의 교양강좌 의 마지막 강연을 진행하러 가는 길이었다. 전화가 왔다. "선생님, 어디까지 오셨어요?" 강연 담당 선생님의 친절한 인사 전화다. ^^ "네 지금 정문 지나고 있습니다." "더우니까 천천히 걸어 오세요." "그렇잖아도 어슬렁어슬렁 가고 있지요. ^^ 6월치고는 더운 날이었다. 어슬렁 걸어도 살짝 땀이 맺힐 듯한 정도로. '대학생의 자기경영'이라는 자유로운 주제의 강연이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 나는 강의장 맨 뒷쪽 의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내 앞에 있던 학생 둘이서 대화를 나눈다. 강사가 뒷자리에 있는 줄 모른다. ^^ "야, 오늘이 종강이래." "알아." "가자. 3번까지는 괜찮잖아." "지금?" "응, 교수님이 3번까지는 정말 아무런 상관없다고 했어." 그들은..

모른다고 말하기

강사로서 부끄러웠던 순간 하나를 말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이 가진 여러 모습을 살펴보려 합니다. 저는 올해 초부터 이라는 타이틀로 8회에 걸친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시작된 강연은 7회차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날이 바로 7회차, 현대 철학자들 몇 명을 소개하는 자리였지요. 강연 내용 중에서 살짝(^^) 준비가 미흡했던 대목이 있었습니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과 상호주관성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해석학의 방법론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하버마스'를 소개한 것이니 그에 대한 이론은 간단히 설명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많지 않았던 팀원들이 그 날엔 질문이 쏟아지더군요. 바로 미흡한 준비로 대충 넘어가려 했던 바로 그 대목에서..

나를 만들고 세상에 나아가는 시간

"발자크의 퇴고는 끝이 없습니다.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칩니다. 지치지 않는 글 노동자 발자크는 그 퇴고본들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김탁환의 『천년습작』의 한구절입니다. 발자크는 『고리오 영감』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입니다. 저 인용문은 요즘의 제 작업 시간을 잘 표현해 줍니다. 오늘도 오전의 3시간 30분 동안 퇴고를 했습니다. 분명히 책상 앞에 핸드폰을 두었는데 진동을 듣지 못합니다. 쉴 때에야 문자가 왔음을 알게 됩니다. 한 10분 지났으려나, 하고 생각하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습니다. 기분좋은 순간입니다. 집중력이 없는 제가 몰입한 흔적이니까요. "나, 작업하오니 그대들은 나를 찾지 마시오"하고 핸드폰을 꺼둘 순 없습니다. 세상이 모두 일하는 근무 시간에 핸드폰을 꺼두면..

예비 작가의 하루

한국리더십센터 웹진에 칼럼을 써 온지 만 5년이 되어간다. 등 연재 제목을 바꿔가며 써 왔던 과정은 아주 즐거웠다. 그간 글들도 꽤 쌓였다.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였다. 올해는 드림레터 중에서 '일상의 변화' 라를 주제로 묶어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여러 가지 글들 중에 무엇을 넣고 빼야 할지를 정하는 것도 어렵지만, 더욱 힘든 것은 퇴고하는 과정이다. 이미 한 편, 한 편은 완성된 원고였지만, 책으로 엮기 위해서는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내용을 1.5배로 확대하면서 고쳐나가고 있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중이다. 이 작업을 어렵지 않게 생각한 것은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있었던 칼럼들이기 때문이다. 는 많은 독자 분들이 칭찬해 주고, 호응해 주었던 연재였다. 그러니 주제에 맞게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