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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을 전염시켜 준 선생님

강연이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카페 데 베르에 온다. 7시 30분에서 8시 30분 사이에 도착하여 오전을 이곳에서 보낸다. 3년 8개월째 이곳에 출근했으니 나에게 이 곳은 사무실인 셈이다. 얼마 전부터 이곳에 매일 출근하는 이가 생겼다. 두 달 정도 되었으려나. 8시 30분 경에 나타나는 그녀는 대상 웰라이프 판매사원이다. 들고 다니는 가방이나 끌고 다니는 손수레에 적혀 있는 바에 의한 것이니 맞으리라. 엄밀히 말하면 그녀는 카페 데 베르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카페 데 베르 바깥 적당한 곳에 손수레를 놓아두고 가방만을 들고 한 시간 정도 근처의 빌딩에 녹즙이나 카모렐라를 배달하는 듯 하다. 손수레는 놓이는 곳은 내가 매일 앉는 자리에서 불과 1m 떨어진 곳이다. 그녀와 나는 통유리를 사이에 둔 채, ..

카테고리 없음 2010.08.05

일감 바구니 비우기 놀이

자신의 업무 생산성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집중도와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것을. 내가 점심 약속을 1시로 잡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상대가 직장인이면 어쩔 수 없이 12시에 만나야 하지만,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이라면 가능하면 1시에 만나자고 한다. 점심 식사를 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일에 몰입하기 위해서다. 업무 시간은 즐겁다. 즐거운 이유는 두 가지다. 1) 나의 업무는 오래 전부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고, 2) 그 일에 몰입하여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나는 업무를 '일바비 놀이'라 부른다. 의 줄임말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 플래너에 오늘의 할 일 목록을 작성하고 하나 둘 지워가는 과정은 분명 일이기도 하지만, 놀이이기도 하다. 일과 놀이는 이렇게 구분된다. 일은 활동에..

지금 내게 필요한 것

최근 독서량이 줄었다. 업무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사실 같지만,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표지다.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보내는 시간이 줄어 줄었다는 뜻이고, 과도한 책임감으로 하루 종일 업무를 하느라 정신없다는 의미다. 업무량이 늘어난 원인은 간단하다. 아끼고 존중하는 동료 셋과 교육 프로그램 하나를 론칭하였다. 작게 말하면, 서로의 재능을 모아 프로젝트 하나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고, 떠벌려 말하면, 하나의 아이템에 우리의 젊음을 걸어 사업을 하나 시작한 것이다. 내게는 '대표 컨설턴트'라는 직함이 주어졌는데, 그것은 책임감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이것은 나만의 시간을 앗아갔다. 적게 일하면 죄책감이 드는 성향은 조직을 떠난 지 3년 7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했다. 다함께 열심히 일..

주말 어떻게 보내셨어요?

그와 나는 오랜 친구입니다. 알게 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요. 그간 서로를 신뢰하고, 좋아하고, 아끼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한 살 더 많지만, 친구같은 녀석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릅니다. 무슨 합리적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습니다. 똑같은 이유를 가진 어떤 사람이 있더라도 우리처럼 이리 친해지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이성을 가진 우리지만, 합리적으로 사는 건 아니니까요. 말하자면, 그저 그이기에 좋은 게지요. 나를 좋아하기에 나도 좋은 게지요. 8월 첫째 날 오후 3시 30분, 우리는 양재역 근처의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함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예배 전에도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고, 예배 후에는 진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교회를 나서기 전 나는 ..

iPad 내기 가위바위보

친구랑 가위바위보를 했다. 내기 가위바위보를 하기 전, 가슴이 떨렸다. 지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 재정 파탄이니. 동시에 행복하기도 했다. 친구도 나도 기꺼이 선물하고픈 마음이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지면 '좋은 선물 하는 셈으로 치지, 뭐'라고 생각했다. 그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결과는 3:1. 야호! 이것이 진짜 행복이구나! ^^ 조금 전의 행복은 행복도 아니었구나. 하하하하. iPad 내기 가위바위보를 한 그 날 이후, 종종 친구에게 묻는다. "근데, iPad는 언제 나와?" 그러면, 친구는 나의 농담에 마구 웃는다. 나도 웃겨서 따라 웃는다. 친구도 웃고 나도 웃고. 하하하. 근데, 녀석도 웃겨서 웃는 것이어야 할 텐데.

휴식시간 50분에 일어난 일들

오후 5시 20분. 열심히 일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점심을 먹은 후, 친구랑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12시 50분 부터 일을 시작했으니 4시간 30분이 지난 게다. 중간에 전화 몇 통화 한 것을 제외하면 온전히 일만 했다. 이 즈음 되면, 몸이 꽈배기가 된다. 베베 꼬여 쉬어줘야 한다. 블로그를 열어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무작정 여기까지 썼다. 자, 이제 무얼 하나? 음악을 듣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이어폰을 꽂아 나만의 음악 세계로 빠져들면 좋을 텐데... 이어폰이 없다. 아쉬움을 안고, 연주곡을 듣는다. 아버님이 편찮으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도 하고 친한 친구랑 통화해서 소식을 나누기도 했다. 이 통화는 좀 길었다. 하는 사업이 힘든가 보다. 녀석의 힘겨운 이야..

일상에 찾아든 순간의 생각들

내 일상에 찾아든 순간의 생각들 양神이 은퇴 선언을 했다. 가슴이 먹먹했다. 그가 신인이었던 93년부터 팬이었던 이가 어디 나 뿐이랴. 수많은 팬들 속에 묻히고 싶지 않기에 그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참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 보내야겠다. 그로 인해 행복했던 순간들에 걸맞는 선물과 함께! *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을 때의 막막함. 이 막막함 속에서도 힘차게 걸어가야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인정받지 못할 때의 당황스러움. 이 당황스러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실력을 갈고 닦아야 내공을 쌓을 수 있으리라. * 출장과 여행을 다녀왔더니 할 일이 쌓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 일이 많아도 즐겁다. 오전과 오후가 각각 10시간이었으면 좋겠다. 10시간 쭈욱 일한 후 점심 식사..

흐르는 시간 쌓이는 시간

5일이 훌쩍 지났다.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블로그에 로그인 한 것도, 업무를 손에 잡은 것도 5일 만이다. 날짜를 꼽아가며, 사라진 듯한 5일의 행방을 추적해 보았다. 지난 21일 수요일 정오 무렵, 베이징 출장이 결정되고 난 후 항공권 예약과 도착비자 발급, 출장 준비 등으로 정신없는 오후 시간을 보냈다. 그 날 밤 12시, 나는 베이징 호텔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목요일에는 두 건의 중요한 미팅 덕분에 긴장된 시간을 보냈고, 금요일에는 귀국하느라, 하루를 보냈다. 금요일 저녁에는 7기 와우팀원과의 번개 모임이 있었는데, 모이기로 한 팀원의 몸이 좋지 않아 취소되었다. 대신, 목요일에 만나려고 했던 (하지만 중국 출장으로 연기했던) 다른 기수의 와우팀원을 만났다. 바쁜 일정 중이지만,..

시간과 인생

시간을 덩어리채로 잡아 먹는 일들이 있다. 바닷 속 고래가 작은 물고기를 통째로 집어 삼키듯이. '1시간'이라는 단위가 매우 힘없이 사라지게 만드는 일 말이다. 해외 출장이 그렇다. 베이징에 출장을 갔다가 돌아올 때의 시간 사용 내역을 보자. 전체 일정이 아니라, (그럴려면 글이 매우 길어져야 할 테니까) 묵었던 호텔에서 출발하여 비행기가 중국 땅을 뜰 때까지의 시간을 보라. 호텔에서 나온 시각은 오전 11시 40분이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이 때,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책을 읽기에는 달리는 차 안이라 머리가 아프고 동행과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사업차 잠시 만난 것이니 대화의 주제가 한정적이다. 그저 멍하니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본다. 이따금, 이정표를 통해 택시가 ..

파랑새와 다이아몬드

나는 이 새를 한 번 보고 싶었다. 새는 선명한 청록색의 몸은 길이가 29.5cm 정도라고 한다. 머리와 꽁지는 검은색을 띠고, 첫째날개깃 중앙에 창백한 코발트색 무늬가 있단다. 부리와 다리는 산호색을 띤 붉은색이다.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새다. 인도, 보르네오섬,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산다.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 백과사전을 통해 얻은 정보들이다. '파랑새' 말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어린 남매 치르치르(Tyltyl)와 미치르(Mytyl)는 꿈을 꾼다. 꿈 속에서, 요술쟁이 할머니가 나타나 파랑새를 찾아 달라고 말한다. 남매는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멀리 여행의 길을 떠난다. 추억의 나라, 죽음의 나라, 과거의 나라를 두루 다니지만, 파랑새를 찾지 못한다. 꿈에서 깨어난 남매는, 자기 집 문에 매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