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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생각의 산파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를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The Art of Travel) p.83) [글을 읽기 위한 도움말] 보보는 중국의 항저우로 여행을 다녀왔답니다. 항저우 : 중국 상하이 근처의 유명 관광도시. 중국 최대의 인공호수 서호(西湖)로 유명. 소제춘효(蘇堤春曉) : 서호 10경 중 제1경. 서호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2..

[하루NA] (8) 강연.

7월 13일. 강연. 꿈꾸었던 날을 맞게 되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그 꿈이 누군가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나의 가슴으로부터 온 것이라면 춤을 추게 된다. 그러니 반드시 자신의 꿈을 쫓아야 한다. 춤을 추며, 환히 웃으며, 기분 좋게 살기 위해. 신나게 춤사위 한 판을 벌이지도 못하는 길로는 여행하지 않으리라. “춤 한 번 추지 않은 날은 아예 잃어버린 날로 치자. 그리고 웃음 하나 동반하지 않는 진리는 모두 거짓으로 간주하자.” - 니체 오늘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춤을 추듯 걷는 길이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강연을 마쳤기 때문이다. 강연은 내 평생의 일이고, 일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을 때 행복해진다. 참가자 분들의 표정은 밝았고 내 마음 속의 만족은 깊었다. 강의 평가도 꽤 좋은 편이었으..

인생의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바다가 거칠면 돛을 고쳐라. 땅이 어는 겨울이 오면 가을에 추수한 식량에 의지해서 살아라. 가축들을 초원으로 끌고 나갈 수 없을 때에는 건초를 주고 불가에 앉아 융단을 짜거나 텐트를 고쳐라. 당신이 어부도 유목민도 아니라고 해서 걱정할 것은 없다. 동면의 시기에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 레슬리 가너 『서른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p.121 우리를 영원히 주저 앉힐 만큼의 치명적인 실패란 없습니다. 그저 좀 더 절망스러운 실패가 있을 뿐입니다. 절망이 찾아왔다는 것이 희망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희망은 언제나 그대로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절망에 시선을 빼앗겨 희망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의 호흡이 끊어지는 그 날까지 희망이 부재하는 시대란 없습니다. 그러니 ..

[하루NA] (7) 행복.

7월 8일. 행복. 할머니와의 전화 통화. 할머니~ 석입니다. 오냐 그래. 밥 문나? (반가움이 가득하시다.) 네. 이제 밥 먹으려고 나왔습니다. 밥 뭐 묵노? 몰라요. 나가 봐야지요. 맛있는 걸로 먹을께요. 그래 맛난 거 무래이. 네. 할머니는요? 할머니는 식사하셨나, 궁금해서 전화했습니다. 나는 맨날 내가 묵고 싶을 때 안 묵나, 어디 때가 있나. 내가. 그래도, 손자 전화 받았으니 맛나게 식사하이소. 건강하셔야 손자 덕 좀 보지요. 오냐 알았다. (웃으신다.) 참, 할머니.. 용돈 찾아 쓰세요. 확인해 보셨어요? 아니, 아직 안 봤다. (어쩌면, 이미 몇 만원 쓰셨을 수도 있다. ^^) 매달 초에 안 잊고 보내드리니 혹 제가 전화가 며칠 늦어도 찾아 쓰이소. 알았다. (또 웃으신다.) 닌 별 일 없..

행복이 번지는 곳

이 나라는 아드리아해의 북동 해안에 위치해 있다. 구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의 6공화국 중 하나였으며 1991년 6월 독립하였다. 북으로는 슬로베니아와 헝가리, 동으로는 유고슬라비아, 남쪽과 동쪽으로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국경을 이루고 있다. 어느 나라를 설명하는 것일까요? 힌트를 드리면 수도는 '자그레브'이고, '쿠나'라는 화폐를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설명이 부족하다구요? 부족한 것인지,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3가지의 힌트를 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두브로브니크는 이 나라의 최남단에 위치한 아드리아해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로, ‘진정한 낙원’, ‘아드리아의 보석’ 등으로 불린다.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2) 플리트비체는 자그레브 남쪽 140km 지점에 위치한 ..

[하루NA] (5) 직장 상사.

7월 6일. 직장 상사. 사당역 반디앤루니스에 도착했다. 시각은 12시 16분, 손님이 없어 한적했다. 평대에 놓여 있는 책을 이리 저리 훑어본다. 귀여운 강아지를 만지듯 한 권 한 권 책을 매만지기도 하며 씹어삼킬 만한 책이 없나 사냥개처럼 이리 저리 어슬렁거린다. 내 첫째 자식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으나, 둘째 자식(공저)은 신간이라 금방 눈에 띄었다. 저 놈이 여러 사람의 사랑을 받을까, 하는 것에는 관심을 끈다. 이제는 그저 셋째 녀석의 아름다운 탄생을 위해 노력할 일이다. 사실, 새로 나온 신간들을 뒤적이느라 둘째 놈에게는 시선을 줄 시간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아, 오셨나 싶어 두리번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은 나의 직속 상사였던 분이다. 아마도 오래..

30대의 철학하기 : 철학자 그 '놈'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이 단순히 기계적인 물리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보지 않았다. 인간 삶뿐만 아니라 세계도 의미와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 예컨대, 세포 하나의 활동은 그 자체로는 무의미해 보이지만 한 생명체의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의 모든 일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 p.68 "흄은 뜬구름 위로 올라가려는 철학에 일침을 놓는다. 그에 따르면, 철학의 의미는 ‘일상을 반성케 하여 이따금 생활 태도를 교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같은 책, p.195 "듀이는 철학자의 진정한 역할은 공허한 관념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개혁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신..

[하루NA] (4) 유럽 여행.

7월 2일. 유럽 여행. 그저 가고 싶은 곳을 꼽아 본다. 영국, 파리, 이탈리아, 빈, 크로아티아... 목록은 도시와 국가가 뒤섞여 있다. 나만의 절절함이 깃든 소원이 아닌 경우, 지극히 일반적인 목록이 되거나, 한없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목록이 된다. 내가 꿈꾸는 유럽의 여행지 리스트는 두 가지를 모두 갖추었다. 아이고야. 목록에 이유를 달아 본다. 영국.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봐. 파리.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도시라고 생각해서. 이탈리아. 그냥. 빈. 드러커의 생가에 가고 싶어서. 크로아티아. 이번 여행의 출발지니까. 이런 밋밋하고 재미 없는 까닭들이라니. 이대로는 안 되리라. 삶은 자기 소원으로 채워져야지. 절절하게. 새벽녘까지 책 한 권을 읽었다.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내가..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

나만의 작업 공간 3년 전, 나만의 작업 공간을 마련했다. 나의 책이 있고 내가 수집한 모든 자료가 있는 공간. 세상과 단절된 공간이 되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방한칸, 세간살이 조금이지만 나만의 공간이니 좋다. 팩스와 전화가 있고 인터넷과 TV가 있는 공간.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물건들이 놓여 있다. 가끔씩 '나만의' 작업 공간은 '우리들'의 성경 공부 시간이 되거나 '와우들'의 번개 장소가 되기도 한다. 물리적 환경은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 공간을 재구성하고 정리 정돈을 하는 것으로 나의 무딘 창조성을 메꾸고 있다. 정리가 되고 그럴 듯한 공간으로 재탄생하면 와우들을 불러야겠다. 그러면 그들은 이러겠지? "뭐가 바뀐 거예요?" 난 속으로 웃으며 답하겠지. "내 마음이 달라졌어." 몸의 건강이 마음의 ..

[하루NA] (3) 동아일보.

6월 30일. 동아일보. 이른 아침, 동생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형 오늘자 동아일보에 형 작가로 소개 나오네. 너무 자랑스럽고 너무 좋네. 축하해 ^^ " 잠시 후에 전화도 왔다. 축하한다고. 이 자식, 얼마 있지 않아 또 문자를 보냈다. "형 너무 자랑스럽다 ㅠㅠ 형은 우리 집에 큰 자랑거리야 더운데 수고해~" 동생은 완전 감동한 것 같다. 나는 이게 뭐 별 건가, 싶다가 녀석의 호들갑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곧, 휴대폰 진동 소리가 생각을 깨운다. 할머니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네. 우리 석이 고맙다." 숙모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축하한다. 석이 잘 컸는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네." 오잉? 나도 몰랐다. 가족들이 이 정도로 좋아하실 줄은. 나는 두 번째 책(공저)이 나온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