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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세탁하기

어젯밤 세탁한 모자는 밤 사이 불어 준 바람 덕분에 잘 말랐다. 깨끗한 모자를 보니, 그 모자를 쓰고 여행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은 이른 새벽이 아니라 전날 밤부터 시작된다. 잠들기 전의 시간이 중요한 까닭은 새 날을 열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모든 시작은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무리이지만, 시작 없이는 마무리도 없기에 그렇다.) 어젯밤 모자를 세탁한 것은 오늘 즐거운 여행을 위한 좋은 준비였다. 잠들기 전, 누군가를 향한 분노나 세상의 어두운 면을 향한 우울함을 떨쳐 내고 잠드는 것은 새로운 하루를 맞기 위한 좋은 준비다. 분노나 나쁜 생각을 품은 채 잠들어서는 안 된다. 다시 생각하자. 다르게 생각하자. 그리하여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하자. 밝은 면을 보..

삶은 관광이 아니라 여행이다

여행 넷째 날이 되니 빨랫감이 하나 둘 생겼다. 볼(BOL) 해수욕장에서 입어 소금에 절은 수영복을 얼른 빨아야 했다. 게다가 수영 가방 안에 들었던 맥주캔이 찢어지는 바람에 수영복과 수건 등이 몽땅 맥주에 젖기도 했다. 조금 피곤했지만, 호텔 욕실에서 빨래를 했다. 여행은 관광과는 다르다. 해야 할 일이 생겨나고 스스로 해내야 한다. 4박 5일 정도의 짧은 일정이라면 집으로 돌아가서 빨래해도 될 테지만, 50일이 넘는 긴 여행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빨래를 해야 쾌적한 여행을 지속할 수 있다.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삶은 관광이 아니라 여행이기에, 짧지 않은 여행이기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꼭 해야 하는 일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인생의 지혜다. 어떤..

스승과 함께 수영하다

여행 넷째 날 새벽 여섯시 삼십 분. 아드리아의 해변에서 책을 읽고 싶어 책 한 권, 노트 하나를 들고 나갔다. 바다의 고요한 아침은 책 읽고 사색하기에 최적이었다. 햇살이 뜨겁기 전의 해변이라 시원하기까지 했다. '스플리트'는 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유명한 '디오크레시아'의 궁전이 있는 곳이다. 로마의 중요한 유적지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렇게 오후에 방문할 곳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중, 선생님이 오셨다. "굿 모닝! 너 여기 계속 있을 거지?" 나의 짧은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옷을 하나 둘 벗으셨다. 잠시 후, 선생님은 아드리아 해를 가르며 바다로 향했다. 나도 선생님을 따라 함께 수영을 하고 싶어졌다. 또 샤워를 해야 하고, 젖은 옷을 세척해야 하는 수고 때문에 오늘 아침에는 수영을..

첫인상 in 자그레브

시차 때문인지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 둔 덕분인지 새벽 4시 30분에 깼다. 좀 더 잘까 하다가 주섬주섬 옷을 입고 책과 노트북을 들고 호텔 로비에 나갔다. 책을 읽고 싶었고, 혹 뭔가 정리해 둘 것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동유럽에 관한 책에서 크로아티아에 대한 부분만 찢어 온 부분을 읽었다. 열장 남짓 되는 페이지를 읽었다. 정말 아름다운 나라, 크로아티아. 이것이 책이 말하는 요지였다. 5시 30분, 호텔 밖으로 나왔다. 자그레브 시의 새벽 거리는 조용했다. 아직은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움이 어떠할지 상상할 수도 없고, 자그레브 시의 새벽 거리를 걸으면서도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크로아티아는 1996년까지 격렬한 내전을 겪은 나라다. 유고 연방이었다가 종교와 인종 갈등으로 1991년 독립을 선언했다. 독..

젊음이 꿈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는 7가지 이유

하고 싶은 일을 해서는 직업의 안정성(돈)을 보장받지 못할 거예요. (20.6%) 전공과는 다른 분야라서 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워요. (19.9%) 학업이나 취업 준비에 바빠서 그런 일을 찾는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요. (15.5%) 친구들과는 달리 혼자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이 불안해요. (11.1%) 부모님의 기대가 커서 마음대로 진로를 택할 수 없어요. (10.8%)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제 학벌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예요. (8.9%) 저는 잘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요. (5.4%) - 박승오, 홍승완 지음 『나의 방식으로 세상을 여는 법』 p.202 7개의 진솔한 이야기들은 20대 217명에게,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는데 두려운 것들이 무엇인지"를 물어 얻은 답변들입니다. 모..

여행은 자세히 보는 것이다

비행기는 독일 영공을 날아간다.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서 바라본 독일은 대한민국의 그것과 똑.같.았.다. 빛나는 태양, 두둥실 떠 있는 구름. 프랑크푸르트에 가까워지자 비행기의 고도가 좀 더 낮아졌다. 2.5Km의 하늘에서 바라본 독일은 대한민국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다. 넓은 논밭, 그리고 숲과 들. 착륙하게 될 공항에 가까워지자 집이며 자동차며 도로가 장난감처럼 보였다. 이것 역시 대한민국과 비.슷.했.다. 현실감은 없었고, 세심히 바라볼 수도 없었다. 공항에 내려 사람들을 보니 이제야 현실감이 느껴지고 대한민국과 무엇이 다.른.지. 알.게. 된.다. 사람들의 눈동자 색깔이 다르고 공항의 이정표가 다르다. 이정표에 쓰인 언어도 확연히 다르다. EXIT 라는 문자 위에는 'Ausgang'이라는 독일어..

드러커 이해를 돕는 입문서

70년에 가까운 세월에 걸쳐 쓴 모든 저작을 통해 드러커가 가르쳐 준 탈근대합리주의를 위한 방법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가 될 것이다. 1. 본다. 전체를 보라. 최대한 치밀하게 보라. 보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들어라. 2. 이해한 것을 사용한다. 이미 일어난 것을 바탕으로 행동하라. 3. 기본과 원칙을 사용한다. 무엇이 기본 혹은 원칙인지 알고 그것을 사용하라. 4. 부족한 것을 찾는다. 부족한 것을 찾으라. 갭을 찾고 필요를 발견하라. 5. 스스로를 진부화시킨다. 모든 것이 진부해진다. 스스로 변화의 리더가 되어라. 6. 장치를 만든다. 반드시 액션플랜을 짜라.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성공을 습관화하라. 7. 근대합리주의를 방법을 사용한다. 한계를 분별하며 이성을 사용하라. 철저히 생각하라...

보보, 유럽에 왜 가나?

크로아티아 - 슬로베니아 - 오스트리아 - 체코 - 독일 - 프랑스 보보는 8월 6일, 유럽여행을 떠난다.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지식을 남부럽지 않게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나도 이번 기회로 인해 서양에 관한 지식을 좀 쌓고자 하는 포부를 안고서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일 것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게 될 이번 여행이기에 나는 마음을 비웠다. 유럽에 관하여 아는 것이 없으니 마음을 비워야 했고, 비우고 나니 그나마 떠나는 마음이 가볍다. 준비한 것이 없으니 아마도 가방도 가벼울 게다. 아이고야. 내일 떠나는데 가방도 안 쌌네. ^^ 이것이 보보 스타일인가 보다.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방식이다. 따라 하기에는 너무 즉흥적이고, 여행 준비라고 할 게 없을 만큼 불성실하기에. 즉흥적이고 불성실한 ..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

친구 L.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여 자주 생각나는 녀석이 있다. 지난 해부터 보험 영업을 시작한 그가 참 잘 되기를 바라게 된다. 오늘은 밥을 함께 먹을까, 하고 생각할 때도 더러 있고 만나면 전해 주어야지, 하며 써 둔 엽서도 한 장 있다. 아직 그 엽서는 나에게 있다. 전화를 먼저 하지 못해서. 할머니. 하루에도 여러 번 할머니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생각나고, 맛난 걸 사다 드리고 싶은 때도 있다. 최고로 기쁠 때에는 엄마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분이 엄마의 엄마, 할머니다. 그나마 조금 자주 전화를 드리는 편이지만, 대부분은 마음만 전할 뿐이다. 생각이 나면 전화를 한다는 사람도 있던데, 두 번, 세 번 생각을 해도 생각만 하는 사람들도 있나 보다...

드러커 이해하기 (2) 사회생태학자

드러커는 사회생태학자다. 생태학은 생명체를 보듯이 사물을 전체적으로 파악한다. 본래 생태학이라는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보고 전달하는 체계다. 자연생태학자는 남미의 정글로 가서 이 나무는 이렇게 살아있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회생태학자도 사회에 관해서 이러이러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보는 것이 기본이다. 단 그것만으로 그치지는 않는다. 생태학자는 변화를 본다. 그 변화가 사물을 바꾸는 진정한 변화인지 아닌지 파악한다. 그 변화를 기회로 바꾸는 길을 발견한다. - 우에다 아츠오 『피터 드러커 다시 읽기』 p.228 기계는 분해할 수 있고, 다시 조립할 수 있다. 전체는 부분의 합이 된다. 세상은 기계가 아니다. 사람도, 조직도, 사회도 그것을 부분으로 분해할 수 없다. 부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