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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리즘에 빠지는 이유

책 출간의 기쁨은 컸다. 첫 책의 출간을 함께 기뻐해 준 와우팀원들의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 동기들을 비롯한 선후배 연구원들이 마련해 준 출간기념회는 내게 큰 기쁨과 깨달음을 안겨 주었다. 함께 축하해 준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또 축하받는 일은 얼마나 사람을 기쁘게 하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허나, 가장 큰 기쁨은 책을 출간하기 위한 과정에서 느꼈던 희열과 만족감이었다. 하나의 주제를 매듭지어 갈 때마다, 좋은 착상이 떠올라 책을 조금씩 충실하게 만들어갈 때마다 최상의 기분을 맛보았다. 이것은 분명, 출간된 후에 듣게 되는 세간의 좋은 평가에서 얻는 기쁨보다 깊다. 동시에 책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에 대하여 의연할 수 있는 근원이기도 하다. 몰입하여 전부를 걸면 과정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나는 ..

카이저 빌헬름 교회

쿠담 거리를 빠져 나와 카이저 빌헬름 교회로 향했다. 초역에서 나왔을 때 확인해 두었고, 먼 발치에서 카이저 빌헬름 교회와 잠깐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기에 교회의 위치는 잘 알고 있다. 어느 새 불쑥 나타난 교회의 부서진 첨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은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폭격으로 붕괴된 교회의 지붕이었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베를린의 상징이 된 바로 그 부분. 카이저 빌헬름 교회는 여행자를 잠시 멈추게 했다. 1943년 11월 22일, 영국군은 베를린을 폭격했다. 독일 초대 황제 빌헬름 1세를 기념비적인 업적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카이저 빌헬름 교회도 폭격 당했다. 서쪽 탑이 무너졌다. 1895년 완공되었으니, 50년이 채 못 되어 일어난 일이었다. 이후,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

괴테가 말하는 여행의 기술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여행자로서 볼 만한 것들이 많았다. 빈의 상징 슈테판 성당을 중심으로 시청, 국회의사당, 국립오페라하우스 등 화려한 건물들도 많고, 국제적인 미술관과 박물관도 여러 개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들(호프부르크, 벨베데르 궁전, 쉰브룬 궁전)만 돌아본다 해도 하루 일정으로 빠듯하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북쪽의 빈숲, 칼렌베르그 언덕, 호이리게(와이너리를 갖고 있는 술집) 그리고 남쪽의 온천 지방도 추천할 만하다. 욕심이 많고 관심사도 많은 나는 모두 가 보고 싶었다. 빈에서는 5박 6일을 머물렀지만, 또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제한된 시간은 내가 빈의 모든 관광 명소에 갈 수는 없음을 알려 주었고, 관광 명소에서 나타나는 나의 반응은 모든 곳에 갈 필요가 없음을 알려 주었다. 빈을..

하고 싶은 일을 하시게

※ 인생의 후배님들에게 간곡히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베를린 여행을 하다가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보았습니다. 보보가 후배에게 하는 말이구나, 하고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대가 무엇을 하고 싶든, 바로 그 일을 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너무 꿈같은 이상적인 이야기라는 말은 마십시오. 그대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말도 마십시오. 나도 유럽을 유랑하는 한국인 배낭여행자가 이렇게 많은 줄 차마 몰랐습니다. 유럽에는 이리도 많은 여행자들을 서울 역삼동에서 일상을 살아갈 때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요. 길을 떠나야 여행자를 만나듯 그 일을 찾아 해내기 시작하면 그대의 꿈벗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어떤 두려움이 찾아와도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지 마십시오. 두려움을 느끼지 않은 ..

부유한 여행이 시작되다

"배낭여행은 저렴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 근거를 알 수 없는 명제가 지금까지의 여행을 지배해 왔다. 물론, 나는 인내심이 강하지 못하고 절제력도 없어 처절한 배낭여행의 근처에도 못 간다. 그러나, 보다 저렴한 비용을 위해 노력은 했다. 베를린에서는 13유로짜리 8인실 도미토리에 묵고 있고, (내일은 16인실 10유로 60센트짜리로 옮길까 고민 중이다.) 30분 전에는 코카콜라가 그리도 먹고 싶었는데, 50센트 저렴한 '카카오'라는 이름의 음료를 구입했다. 그러다 보니 최초 예산보다 비용을 절감했다. 저렴한 배낭여행은 좋은데, 위의 명제를 지키려다 보니 종종 자유가 구속당한다. 콜라를 먹고 싶은 자유, 맛있는 빵을 먹고 싶은 자유 말이다. 오늘부터 비용보다 자유를 우위에 두기로 결정했다. 사실, 대부분..

행운을 창조하는 사람

청년 에커만이 괴테를 만났던 이야기를 담은 『괴테와의 대화』. 책은 첫 장부터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아마도 머잖아 그 얘기를 할 것이다.) 한 달 동안의 독일 여행으로 괴테 가도와 로맨틱 가도를 택했다. 특히 괴테 가도를 따라 가며, 또한 이 책의 페이지를 넘겨 가며 괴테를 만나고 싶었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국립오페라하우스 뒤편에, 그리고 베를린 티어가르텐 한켠에 자리를 잡고 있는 괴테 동상. 수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괴테. 그의 사상에 조금이나마 닿아 보는 것이 이번 독일 여행의 목적 중 하나다. 책과 여행을 벗 삼은 나의 괴테 추구가 소극적이라면, 에커만의 괴테 추구는 적극적이고 정열적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에커만은 어쩌다가 하늘의 별을 따게 된 행운의 사나이라고. 이 생..

여행자를 돕는 사람들

in Hambrug 8월 26일 오후 7시 35분 도착 8월 28일 오후 9시 21분 떠남 여행자를 돕는 사람들 Dammtor 역에서 내렸다. 동물원으로 가려면 조금 더 가야하지만, 트램의 바깥쪽으로 보이는 함부르크 대학의 이정표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Dammtor 역을 빠져나오고 말았다. 여행책자에 함부르크 대학에 대한 안내는 없다. 하지만, 나는 그 곳에 가야할 이유를 가졌다. 세상에 가볼 만한 여행 장소를 추천하는 정보는 넘쳐나지만, 꼭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를 갖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오늘 나의 여행은 즐겁다. 나는 드러커가 젊은 시절을 보냈던 함부르크에 왔다. 그가 다녔던 함부르크 대학 법학부에 갈 것이다. 이 하나의 이유로 방문한 함부르크다. 역에서 나온 나는 캠퍼스가 있을..

숙소

in Hambrug 8월 26일 오후 7시 35분 도착 8월 28일 오후 9시 21분 떠남 숙소 샹첸슈테른 게스트하우스 Schanzenstern Gasthaus. 함부르크의 중앙역에서 S 트램을 타면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 Sternschanze 역이 있다.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샹첸슈테른이 있다. 나는 아직도 역과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이 헷갈린다. 허나, 호스텔에 대한 이미지만큼은 잊지 못한다. 다른 호스텔과 헷갈리지도 않는다. 베테랑 여행자들은 숙소 정하기에 대한 나름의 원칙이 있다. 조금 비싸더라도 도심 한가운데로 정하여 시간과 교통비를 절약하는 이들,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잠만 자는 곳이니 무조건 저렴한 곳으로 정하는 이들, 안전과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도미토리보다는 3성급 이상의 호텔로 정..

일 년 동안의 배낭여행이라구요?

여행 친구들 이야기 (2) 일 년 동안의 배낭여행이라구요? 베토벤 동상 앞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한 여인이 여러 각도에서 동상 사진을 찍더니 내 옆의 벤치에 와서 앉았다. 곧바로 다른 명소로 이동하지 않고 말이다. 내가 베토벤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했더니 활짝 웃는 표정으로 고맙다고 했다. 사진을 찍고 나서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베토벤 음악을 들어보길 권하며 MP3를 건넸다. 그 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놀랍게도 많은 얘기를, 다소 깊이 있게(?) 나눴다. 영어권 나라의 사람이 아니어서 좋았다. 쏼라쏼라 좌악 쏟아내지 않고 나처럼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말해 주었으니. ^^ 그녀(이하 E)는 24살의 일본 청년이다. 지금은 배낭여행 중인데, 무려 일년 동안의 일정이라..

열정만으로 충분한가?

"이 책은 청년 시인 에커만이 대문호 괴테와 나눈 10년 간의 대화를 글로 기록한 작품이다. 에커만은 20대 중반에 괴테의 시를 처음 접하고 매료당해 이 원로시인과의 만남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 그 뒤로 자신의 소중한 30대를 고스란히 바쳐, 무려 1천 번 가량이나 괴테의 집 문턱을 들락거리며 발품을 판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그 대신 에커만 자신은 위대한 시인이 되겠다던 꿈을 접고 말았지만, 우리에게 이 불후의 명작을 안겨주는 공적을 남기게 되었다." - 요한 페터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옮긴이의 말 中 Johann Peter Eckermann, 『Gespräche mit Goethe』 독일 제2의 대도시 함부르크에 왔다. 독일 여행의 출발지를 베를린으로 삼고 싶었지만, 북부의 도시 함부르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