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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을 이겨내는 지혜

사도 바울은 자신의 고통이 그리스도의 고난을 이해하고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자라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기뻐했다. 그의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였고, 목적을 이루는 과정이라면 고난도 즐거워했다. 사람들은 이것을 광신 혹은 금욕주의로 이해하는데 내가 보기에 이것은 지혜다. 다만 종교를 향하는 것인지라 심리적인 거부 반응일지도 모른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일에 몰입하면 그것은 아름다움이라, 예술이라 일컫고 신앙인들이 신앙에 몰입하면 그것은 광신이라, 맹목적이라 일컫는다. 균형을 상실한 점에서, 맹목적이라는 점에서는 둘이 똑같다. 사단의 존재를 믿는다면, 그의 감탄할 만한 총명함까지도 믿어야 하리라. 예술가들의 몰입과 신앙인들의 광신을 이리도 절묘하게 착각하게 만들어 놓았으니. 고난을 이겨내는 것은 분명 지혜다..

그저 그런 시간과 명랑하게 살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조용하다. 분위기에 민감한 이들은 움츠러들만큼. 자랑할 만한 무언가를 꺼내 놓지 못한 학생들은 조금씩 부끄러워했다. 원래부터 조용한 사람들은 이것이 자연스러웠으니 뭔가 이상하다 정도만을 느꼈다. 어떤 이는 오히려 편안하여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기도 했다. 다만, 활발하지 않은 분위기가 지금까지와는 달라 조금 어색하기는 했다. 반의 분위기메이커가 지난 주에 전학을 갔던 것이 하나의 이유이기는 했다. 수업은 자신의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며 삶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한 명이 발표했다. 그녀는 인생은 선처럼 이어지는 연속성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최근 상황을 '점'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띄엄띄엄 사는 거 딱 질색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그녀..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 - 『새로운 미래가 온다』

다니엘 핑크. 전작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에서 독립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하여 유용한 정보와 통찰을 안겨다 주었던 그다. 조직 노동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였지만, 독립 노동자들에게는 희소식이요 하나의 푯대가 되었다. 2006년에 번역 출간된 후속작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푯대를 향하여 달리는 이들이 정확히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책은 간결한 분량, 명쾌한 주장, 이해를 돕는 예화들로 인해 읽는 재미와 완독의 수월함을 갖췄다. 다니엘 핑크는 좌뇌와 우뇌의 위상 변화를 통하여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설득한다. 좌뇌 주도형 사고에 능숙한 사람들(계약서를 작성하는 변호사, 숫자처리에 뛰어난 MBA, 소프트웨어 코드를 짜는 프로그래머)이 지난 수십 년 세월을 지배했다면, 21세기는 우뇌 주도형 ..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 - 『비이성의 시대』를 읽고 『비이성의 시대』는 변화를 다룬다. 핵폭발 사고, 무정부주의의 팽배 등 세계적으로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 내 집 마련, 결혼 등 개인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변화를 다룬다. 개인들에게 절실한 주제이면서도 원인 분석이 거시적이어서 믿음직하다. 찰스 핸디는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변화는 단절적인 변화라 주장한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행동의 변화가 필요함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 슬픈 미래를 맞을 것이라 경고하면서도 조바심을 가지지 않도록 여러 번 배려한다. 이것이 찰스 핸디가 지닌 매력이다. 상황은 분명 힘겹지만, 희망을 찾아내어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나는 이런 단절성이 결코 파국이 아니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본다. 오히려 나는 단..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방법

몰입은 좋은 것이다. 몰입은 행복을 창조하기에 그렇다. 몰입을 경험할 때 시간을 잊어버린다. 몰입 경험은 쾌감을 준다. 물흐르듯이 자신의 일과 함께 편안하게 놀아난다. '놀아난다'는 표현을 쓴 것은 의도적이다. 바람을 피듯 은밀하기에. 혼자만의 세상을 가진다는 의미다. 여인과 데이트하듯 달콤하기에. 세상 일을 잊는다는 의미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몰입은 가능하다. 감정이 의지 앞에 종종 굴복하기 때문이다. 이것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하기 싫은 일도 평생 참아가며 해낸다. 의지의 놀라운 힘이다. 하기 싫은 일을 평생 하자는 말이 아니다. 몰입과 성찰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달아 간다. 그것을 찾자는 것이다. 찾기 위해서는 몰입의 경험..

역사상 최초의 자기경영자

수년 동안 이어진 가뭄 때문에 왕은 근심이 많았다. 앞날이 궁금하여 점을 쳤더니 결과가 당황스러웠다.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기우제를 드리는 것은 백성을 위함인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것은 목적을 희생하는 꼴이다. 왕은 목적과 수단을 혼돈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왕은 아침마다 세면을 하며 거울 앞에 붙여 둔 말을 들여다 본다. 『大學』에 나오는 한 구절의 글귀를 거듭 읽으며 자기계발을 다짐한다. 오늘 아침에도 낮은 목소리로 글귀를 반복해서 읽으며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가리라고 스스로를 격려한다. 어제 보았던 점의 결과를 떠올리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목욕재계하고, 신하들을 불러 모았다. 왕은 말한다. "기어코 사람을 바쳐야 한다면 내가 희생하겠다." 만..

나는 앓는다, 고로 생각한다.

알랭 드 보통은 걸출한 작가다. 지식과 상상력이 풍부하여 간단한 상황으로도 한 챕터의 글을 써 낸다. 정확하고 뛰어난 사고력은 독자들이 생각하도록 자극한다. 특유의 차분하고 냉소적인 유머는 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유쾌하게 읽히니 독서를 즐기려는 대중들도 좋아하고, 깊은 통찰을 보여 주니 책을 통해 배우려는 식자들도 그의 책을 읽는다. 어떤 소재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즐거운 교훈'이 된다. 읽을 때엔 즐거움이 가득하고 책을 덮은 때엔 남는 것이 묵직하다. 말하자면, 알랭 드 보통은 유쾌하면서도 능력 있는 교사다. (책을 통해 그를 만날 때에는 정말.) 나는 알랭 드 보통의 책 한 권을 읽은 후 그의 다른 책을 집어 들었고, 두 권의 책을 읽고 나서 그의 팬이 되었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드는 작가를..

짜증

'아이, 정말 짜증나네.' 읽던 책을 덮었다. 42페이지까지 견디어 낸 나에 대한 자부심보다 짜증내며 읽어야 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강해지기 시작하자 도리 없었다. 이미 두 권의 다른 책을 통해 나를 매료시킨 저자의 책이기에 책을 덮을 정도의 짜증을 일으킨 원인이 나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믿는다. 나는 지금 번역 수준에 불만이 생긴 게다. (번역가가 아니라) 저자의 문체에도, 사고 방식에도 익숙해진 터라 나는 책의 첫장을 읽자마자 여백에다 이렇게 적어둘 수 있었다. "번역이 불안한데..." 불안불안은 견딜 수 있다. 난 독서할 때만큼은 진지한 편이기에. 그러나 짜증을 견디며 끝까지 읽어낼 정도의 인내심이 없다. 책의 제목이 궁금할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허나, 그건 밝히고 싶지 않다. 두 가지의 이유..

[하루NA] (11) 반가운 소식들

10월 7일. 반가운 소식들. 유럽 여행에서 돌아오니 반가운 소식 몇 가지가 날아 들었다. 그중 나를 가장 기분좋게 한 것은 와우팀원의 취업 소식이었다. 두 명의 20대 청년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갔다. 기뻤다. 오늘 한 명을 만나 밥을 사 주며 축하해 주었다. 지난 주,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도 덥수룩한 머리에 코받이도 떨어진 안경을 쓰고 나갔었는데 오늘은 머릿칼도 자르고 안경점에 들러 부러진 부분도 고쳤다. 곧 회사에 들어갈 녀석에게 최대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의도가 잘 전해지진 않은 것 같다. 어쨋든 식사를 하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고생했다. 축하한다." 축하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이럴 때에는 듣기 싫은 말이 떠오른다. '경상도 사나이'. 이 말은 적을까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