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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찾아오면

이른 아침, 지하철역을 향해 걷다가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도로 경계석에 고인 물이 살얼음으로 덮인 것을 보며 겨울을 느낀다. 겨울이 왔다. 몸은 움츠러들고 가슴이 시리다. 계절의 겨울은 매년 찾아드는 그 즈음에 오지만 인생의 겨울은 불청객처럼 예고없이 찾아든다. 상사의 꾸중처럼 작은 사건으로부터 시작하기도 하고 큰 시련으로 절망과 슬픔의 모습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내가 잘못한 것이면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잠 못 들고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라면 삶이 서럽고 마음이 아파서 힘겹다. 어떤 행동도 더 진행하지 못할 만큼 마음까지 움츠러들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삶이 정체되는 듯 하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인생에 대한 진실과 교훈들이다. 계절과 에너지는 항상 변한다. 어떤 상황도 영원할 수 없다. 우리..

배움을 얻는다는 것 - 『인생수업』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갑자기 더 행복해지거나 부자가 되거나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더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난 내 삶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욱 즐겁다"고 누군가는 말했듯이, 삶의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삶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삻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수업』, 이레 Elisabeth Kubler-Ross, David Kessler, 『Life Lessons』 『인생수업』은 서른이 넘어 읽은 책인데, 단번에 사랑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삶의 여정에서 지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는 위로가 되고, 인생을 이해하려는 이..

사랑한다는 것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 최승호 내 연인을 숨 막히게 했던 전적이 있다. 사랑은 구속이 아닌 자유를 주어야 함을 그렇게 실패의 경험 후에서야 깨닫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가슴에 새긴다. 사랑은 자유로운 친밀함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창공을 날아오르는 한 쌍의 매가 보여주는 자유로움. 오징어 부부가 상대의 뜨거운 심장을 껴안는 친밀함. 사랑은 배우자의 꿈을 꺾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도와야 한다. 배우자가 잠시 길을 잃어도 그것 또한 꿈을 향한 과정임을 이해하고 신뢰하며 기다려야 한다. 자유로운 실험과 모색을 격려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퍽 어려운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

정직한 피드백을 구하라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나의 진짜 모습을 알면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겁이 날 수도 있다. 모르는 것도 많고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 리더들까지도 정직한 피드백을 두려워한다. 한 달 전부터 와우팀원들의 피드백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와우카페에 공지한 것은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정확한 원인을 말하자면 게으름, 두려움, 완벽주의 등이 섞여 있다.) 나는 내가 잘 하고 있는지를 물었고 변화와 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물었다. 부정적인 피드백은 익명으로 해도 좋다는 말을 덧붙였다. 팀장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 두려워 부정적인 피드백을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긍정적인 피드백은 말할 것도 없고, ..

꿈 about 와우팀

차 한 잔 나누며 보보라는 사람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분 보보가 지닌 생각과 세계관에 대하여 알아가고 비슷한 삶을 꿈꾸시는 분 나에게는 이런 분들이 필요하다. '내게도 쓸만한 구석이 있지'라는 생각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 보여 주시는 분들이기에. 내가 가진 한계를 잘 알고 앞으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를 알려주실 분 내게 솔직한 피드백을 줄 수 있을만큼 나를 아끼고 깊은 관심을 가지신 분 나에게는 이런 분들도 필요하다. 나의 이기적인 본성을 이겨내어 선해질 수 있도록 고무하고 내가 더욱 강해질 수 있도록 돕는 분들이기에. 여전히 칭찬은 갈망되고 비판은 두려워 피하고 싶다. 작은 칭찬에도 감사하고 기뻐하는 세심한 감성을 지니되 그것에 취해 칭찬이 곧 나의 전부라고 착각하지 ..

위대한 리더는 섬기는 리더입니다. - 『최고의 리더』

스무 한 살이 되면서 저는 청년들에게 성경 공부를 가르치는 소그룹의 리더가 되었습니다. 젊은 리더들이었지만 구성원들이 따를 만한 모델이 되어야 했습니다. 저는 리더로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구성원들과 친밀해지도록 노력했습니다. 동시에 그들에게 배움을 나누고 자극을 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앞서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애썼습니다. 리더는 '관계'와 '과업'이라는 두 자기의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내야 함을 배웠습니다. 구성원들과 신뢰의 관계로 맺어지지 않으면 리더십의 기반이 무너져 버렸고, 소그룹이 종료될 때까지 멤버들을 리더로 훈련시키지 못하면 리더십이 계승되지 않음을 경험했습니다. 소그룹은 영적 성장이라는 공통의 비전을 가졌습니다. 영적 성장은 갓난 아기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같았습니다...

그저 입을 다물고 싶을 때

‘아!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닌데...’ 어렵게 꺼낸 이야기인데, 상대가 나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제멋대로 해석할 때도 있습니다. 내 생각을 이해하기는커녕 끝까지 듣지도 않았으면서 말도 안 되는 의견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뒷목이 뻣뻣해지고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는 있지만, 열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 어차피 나를 이해하지 못하니 아예 말을 하지 말자.’ 지난 여름, 친한 지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는데 이해받지 못하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공허감, 답답함, 분노가 동시에 찾아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이 들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소통의 포기’였습니다. 포기하고 나니 가슴이 허전하..

회상하다 그리워지면 회심하라

3호선 교대역에서 2호선 잠실 방향으로 가는 환승길의 계단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 껌을 파시는 할머니다. 할머니의 치마자랏 앞 계단 한 칸에는 껌 몇 개가 아무렇게나 놓였다. 할머니는 누구에게나 반말을 던지신다. 게다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껌도 던지신다. 할머니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007년 늦가을 혹은 초겨울이다. 지나가다 할머니가 던진 껌이 한 쪽 어깨에서 길게 내려뜨려 멘 가방에 쏙 들어왔다. 할머니의 친절하지 않은 말투에도 마음이 동한 것은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기 때문이다. 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나는 껌과 천원짜리 한 장을 함께 드렸다. 할머니는 늘 그 자리에 계셨다. 이후 내 삶에 빠져서 잊고 지내다 문득 생각이 났다. 이번엔 5천원짜리 껌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