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 14

집안일 3종 세트와 맞바꾼 것

“올해 안으로 독립하는 게 내 목표야.” 그녀가 말했다. 말은 또렷했지만 무언가를 실행한 눈치는 아니었다. 언제까지 부모님 댁에서 분가할 것인지,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본가와의 거리나 얼마나 떨어져 있기를 바라는지, 살려는 동네의 매물은 잘 나오는지, 요즘 시세는 얼마 쯤인지 등이 나는 궁금했다. 느긋하게 하나씩 물었다. 질문이나 생각은 속사포 같이 쏘아댈지라라도, 대화는 테니스의 긴 랠리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니까. 그녀는 내가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음을 안다. “요즘 월세는 얼마나 해?”“동네마다 다르지. 어디에 살고 싶은데?”자신의 물음이 엉성하다는 것을 눈치챈 그녀는 이내 말을 받았다.“아직 그걸 결정 못했어.”“얼만큼 떨어져 살고 싶은 지부터 생각해 봐야겠네. 아예 가깝든지 아니면 좀 멀리..

연신 둘러보고 거듭 회상하고

벌써 한달 전의 일이다.  잠실 사무실을 동교동 삼거리로 옮겼다. 1층에 카페 꼼마를 품은 오피스텔 건물이다. 꼼마는 평범한 카페가 아니다. 문학동네에서 운영해서 책이 지천으로 깔렸고(그리 심한 과장은 아니다), 높은 천고까지 책으로 채워진 벽면이 예뻐서 여러 방송 프로그램의 배경으로 출현할 만큼 매혹적인 공간이다. 언제였을까. 홍대에서 신촌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본 건물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엔 저기에서 살아야지!' 했던 것이 오늘에 이르러 인연이 됐다. 이사 전, 동네 탐방을 왔다가 카페 꼼마의 존재를 발견하고선 게임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이사'라는 삶의 골칫거리 게임 하나가 이리 수월하게 끝나다니! (돌이켜보니 끝은 아니었다. 결정도 골치 아프지만, 집을 싸고 옮기고 푸는 일도 만만찮았으니까...

피곤함, 인간관계 & 프루스트

1. 자주 피곤함을 느낀다. 행복을 요리하는 중이라면, 최고의 재료는 '건강'일 것이다. (재료가 있을 때엔 모른다. 그것이 얼마나 필수적인 요소인지를.) 먹거리에 늘 신경 쓰는 편인데... 무엇이 문제일까? 아니, 문제는 없을지도! 체력이 부치는 건, 여름을 나는 중이거나 내가 5년 전보다 나이를 먹은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현상을 인지했으니,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일주일에 한 번씩 삼계탕이라도 먹을까 보다. 피곤함의 증거 : 잠들기 전 하던 잠깐의 운동도 거르게 된다, 낮잠 시간이 길어졌다. 나름의 해결책 : 주 1회 보양식 먹기, 8월 동안 칼로리 섭취 늘리기, (실험삼아) 운동량도 늘리기. 2. '인간관계 너비를 늘리고, 깊이를 더하자.' 요즘의 화두다. 올 한 해 새롭게 만난 사람이 있나, 하고..

인간적이고 행복한 그리고...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를 읽다보니 종종 그가 떠올랐다. 서민들과 가장 많은 사진을 찍은 대통령 또는 가장 다양한 포즈를 취한 대통령을 꼽는다면 그가 1등이지 않을까? 어젯밤 그의 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1시간은 족히 보는 동안, 그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의롭고 따뜻하게,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멀리서라도 뵌 적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잠깐 뒷모습이라도 뵙고 싶다. 저토록 인간적인 대통령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너무나 인간적인 대통령] http://www.youtube.com/watch?v=UGZ74tUrR0w 내 감성 탓인지, 그리움 탓인지, 밤이어서인지... 그도 그립다. 근사한 목소리, 그윽한 눈빛, 행복한 미소를 3중주로 수업을 진행하던 모습도 떠올랐고, 함께 유럽으로, 뉴질랜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