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 15

세 권의 책을 구입해버렸다

내가 책 구입을 이리도 자제했던 적이 있던가. 아마도 있었을 것이다.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고, 두뇌는 조종종 지금의 순간을 과장하기 십상이니까. (『뇌 마음대로』라는 책은 자기를 기만하기 일쑤고 착각에 허덕이는 뇌에 대하여 두 챕터를 할애했다.) 나는 지갑이 가벼워질 때마다 서점을 멀리했겠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수입이 생기면 책을 샀고, 덕분에 다른 살림살이가 늘어날 기회는 없었다. 책 구입에 돈을 많이 쓴 것에는 내 나름의 전략은 없었다. 일관된 방향도 없었다. 장서에 대한 철학과 공부 키워드가 있기는 했지만, 얼마간은 지적 욕망의 노예였다는 말이다. (노예는 과장된 단어지만, 확실히 내 구매욕을 다스리지는 못했다.) 이번 여름부터 시작된 책 구입 자제는 꽤 오래 갈 것 같다. 지금까지 살..

이런 책을 읽어야 할까

개인이 인류 공존의 담론까지 읽어야 할까 -『문명, 그 길을 묻다』를 읽고 "쉴 틈 없이 일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도 그랬고, 2만 달러에서 IMF와 함께 곤두박질칠 때도 다시 그 고지를 넘어야 한다고 힘을 모았다. 이제는 2만 5천 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 성장의 열매인 행복한 미래는 만기가 자동 연장되는 이상한 적금 통장이 된 것 같다. 질 높은 교육 혜택, 쾌적한 주거 환경, 맑은 공기, 푸른 공원의 시대는 언제 오는 걸까? 아니면 이런 숫자와는 상관없이 서로 비슷비슷하게 고생도 하고 절약도 하고 먹을 걱정을 덜어냈다며 조금씩 여가를 즐기던 20여 년 전이 더 실질적인 풍요를 누렸던 건 아닐까?" 『문명, 그 길을 묻다』의 저자 안희경 씨가 프롤로그에서 던진 물음입니다...

나는 전봇대가 아니다

'아, 라틴어 복습해야 하는데...' (수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오늘도 하지 않으면 이번 수업은 따라가기 버거울 것이다.) '벤야민도 읽어야 하는데...' (벤야민 세미나는 미리 읽어가지 않으면 얻는 것이 확연히 줄어든다.) '마음편지를 미리 써 두면 좋은데...' (월요일마다 보내는 마음편지는 작성하지 않고 당일날이 되면 과업처럼 다가온다.) '원고도 한 번 더 퇴고해야 할 텐데...' (한번만 더 들여다보아야만 여타의 출판사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애일당 청소하는 날인데...' (아침에 하려다가 관두었는데, 오후가 되니 귀찮아졌다.) 여느 때 같으면 즐거운 공부요 독서요 일감바구니 비우기 놀이거리일 텐데, 오늘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이것은 압박감의 목록이다. 나는 내 소중한 시..

자극과 에너지를 얻은 강연

※ 9월 3일 렉티오 리딩 강연에 참석하신 분들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www.yesmydream.net/notice/1661 유인물에 실은 창의적 독서법의 공란은 다음과 같습니다. - 3가지 종류의 창의성 : 예술적 창의성, 과학적 창의성, 비즈니스 창의성 - 조사하는 독서 VS 생각하는 독서 - 창의적 독서의 4단계 1) [의식] 질문, 화두, 키워드 선정하기 2) [조사] 문제해결을 도울 책 조사하기 3) [독서] 책의 핵심메시지 파악하기 4) [적용] 현장을 들여다보며 실천하기 9월 3일 오전에 모 카드회사에서 독서법 강연을 했습니다. 강연이야 수도 없이 했고 독서법은 편안한 주제인데도, 얼마간은 긴장했습니다. '독서'에 대한 청중의 관심도가 어떠한지 모르니까요. 기업 내에서의 교육..

연남동 투어의 4가지 코스

연남동은 매혹적인 동네다. 연남동(과 이웃한 연희동) 곳곳에 맛집이 널렸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골목길마다 들어서 있다. 2015년 여름이 되기 전에는 경의선 숲길이 열리면서 더욱 환상적인 공간이 되었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로 나와 홍대와 상수역으로 이어지는 거리들이 10~20대 초반에게 신나는 놀이터라면, 3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펼쳐지는 연남동으로 골목들은 20대 이상의 모든 연배들을 폭넓게 유혹한다. 유명한 여행지가 대개 그렇듯이 연남동도 어느 골목 하나를 보거나 경의선 숲길 만으로는 매력을 충분히 느끼거나 연남동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연남동 투어는 경의선 숲길 / 동교로 & 성미산로 / 동진시장 골목길 / 경성고 골목길 이렇게 네 군데로 나뉠 수 있다. 거리만 둘러보는 데에는 90분이면 가능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