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216

산티아고가 책을 던져버린 이유

보물이 숨겨진 피라미드를 향해 사막을 건너고 있는 청년 산티아고. 그는 양치기였던 시절부터 늘 책 한 권을 들고 다녔다. 지루할 때면 꺼내 읽기도 했고, 책을 베개 삼아 잠을 자곤 했다. 그러나 사막 위의 산티아고에게 책은 무게만 나가는 쓸모없는 물건이 되었다. 책 읽기보다는 대상 행렬을 바라보거나 바람 소리를 듣는 것이 더욱 재미있었다. 낙타를 더 잘 알고 싶기도 했다. 그는 책을 던져 버렸다. 여기에는 책만 들여다보는 영국인이 한 몫 거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른 아침에 하늘에서 그 별자리가 빛나는 것을 보게 되면 사람들은 알았다. 이제 여자들과 물과 야자수들과 종려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되리라는 것을. 거의 책만 들여다보고 있던 영국인만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 파울로 코엘료 『연금..

통찰력이 있으면 천 리 밖도 본다!

십 수년 전, 저는 목사님, 청년회장 그리고 20 여 명의 청년들로 구성된 팀의 일원으로 중국으로 선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우리는 철저히 단체로 움직였습니다. 팀원들 중 어느 누구도 한 나절의 개인 시간이 없었습니다. 같은 사람을 만났고, 같은 음식을 먹었고, 같은 풍광을 보았습니다. 말하자면, 매우 비슷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 것입니다. 선교여행을 다녀온 후, 당회에 제출한 보고서와는 별도로 목사님, 청년회장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이 교회 소식지에 글을 실었습니다. 허나, 그 글의 깊이가 어찌 그리 다르던지요. '나도 그걸 보았는데, 왜 난 아무 생각이 없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경험이 인식에 도움을 주지만, 탁월한 인식은 경험 이외의 어떤 것이 필요함을. ..

맹목을 떨쳐내야 지성이 깊어진다

"나는 몇 십년 동안 맹목적으로 집단을 뒤따라 걸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깨달음을 얻은 뒤에 나만의 길을 걸어가려고 방향을 바꾸었다. 이렇게 몸을 돌리는 것이 바로 대전환이다. 이것은 생명의 돌파구이자 새로운 출발선으로, 자유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몸을 돌릴 수 있는 것이 행복이다. 몸을 돌린 뒤로는 나날이 생명에 가까이 다가서고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며 빛을 추구하던 어린 시절의 본능에 가까이 다가선다." 중국의 실천적 지식인 류짜이푸의 말이다. 맹목은 눈이 멀어 시비와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맹목성은 스스로를 책깨나 읽었다고 생각하는 이들, 하지만 아직은 지성이라 부르기 힘든 수준의 초보 독서가들에게서도 발견된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이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

존 듀이 『경험으로서의 예술』

새해 첫날에 읽은 책은 존 듀이의 『경험으로서의 예술』이다. 청랭한 겨울 하늘처럼 밝고 차분하게 사유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명상록이나 법정 스님의 글과 같은 수필을 읽고 싶었으니, 어려운 철학고전을 집어 든 것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어찌하다 보니, 내 가방에는 저 책'만'이 들어있었다. 들어가는 말과 해제를 20페이지 남짓 읽었다. 경험이 인식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사유하기 위해 2010년 초에 읽었던 부분이었다. (듀이는 이 책을 통해 철학사에서 '경험'이 어떤 위치를 차지했었는지를 면밀히 검토한다. 경험은 인간에 필요한 것이라는 동의만 있을 뿐, 경험이 인식에 어떤 도움을 얼만큼 주는가?'에 대한 논의는 복잡하게 이어져왔다. 이런 경험의 유용함에 대해서 그리고 이성은 어떠한 역할..

'올해의 책'에 관한 3가지 단상

며칠 전, 2010년 독서를 결산하는 나만의 '올해의 책' 선정을 했었지요. 선정 기준은 '제 삶에 영향력을 미친 정도'입니다. 저는 '앎'보다는 '삶'에 미친 영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윗'이라는 필명을 쓰는 블로거는 "앎의 크기가 곧 존재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말을 대문에 걸어 두었는데, 저에게는 절반 정도만 들어맞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저는 앎과 실천 사이의 거리가 꽤 큰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실천의 크기가 존재의 크기를 결정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제 블로그의 어떤 글이 실천이 아닌 바람을 말하는 글이라면, 그것은 아마 실제의 제 존재보다 조금 나은 모습일 것입니다. '올해의 책'을 선정한 포스팅 제목을 이라 하지 않고, 이라고 하였습니다. 목록이 나를 감(感)하고 동(動)하게..

2010년 나를 감동시킨 책들

올해 읽은 책 중에 나의 성장을 도왔던 10권의 책입니다. 그저 개인적인 성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미안하여,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이 어떤 직업을 가지셨든, 연령대가 어떠하든지 상관없이 추천드리고 싶은 책 3권을 별도로 언급합니다. 『아웃라이어』『고민하는 힘』『아름다운 마무리』입니다. 2011년에는 책에 관련한 포스팅을 좀 더 올리고 싶네요. 『아웃라이어』 말콤 글래드웰 올해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글빨에 혀를 내둘렀고, 책이 담은 내용은 신선하면서도 깊은 통찰을 안겨 주었다. 전달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내 가슴에 깊이 각인시켜 준 고마운 책이다. 챕터마다 훌륭한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다면, 책 전체의 일관성에 너무 매달리지 않아도 됨을 눈으로 보았다. 자기계발 담론이 얼..

반드시 읽어야 할 자기경영서

"옛날에는 서책이 많지 않아 독서는 외우는 것에 힘을 쏟았다. 지금은 사고(四庫)의 서책이 집을 가득 채워 소가 땀을 흘릴 지경이니, 어찌 모두 읽을 수 있겠는가? 다만 『주역』,『서경』,『시경』,『예기』,『논어』,『맹자』 등은 마땅히 숙독해야 한다. 그러나, 강구하고 고찰하여 정밀한 뜻을 얻고, 떠오른 것을 그때그때 메모하여 기록해야만 실제로 소득이 있게 된다. 그저 소리 내서 읽기만 해서는 또한 아무 얻는 것이 없다." - 정약용, 「반산 정수칠에게 주는 말」 우리 나라는 일 년에 4만 여종의 책을 출간하는 출판대국입니다. 모든 책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지만, 모든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두 번 읽을 만한 가치가 없는 책이라면 한 번 읽을 가치도 ..

『오빠가 돌아왔다』독서리뷰

- 김영하 단편집 『오빠가 돌아왔다』리뷰 『오빠가 돌아왔다』는 김영하의 단편 8편을 묶은 책입니다.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고, 김영하는 이미 한국 문단을 이끄는 주역 중의 한 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김영하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2010년도 가을입니다.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은 문학의 유익을 몰라서가 아니라, 다분히 시간의 유한성 때문이랍니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부지런히 읽어오기도 했지만, 항상 읽을 책들은 제가 독서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압도해 버립니다. 희망 독서 리스트를 들여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시간의 (초라하기 짝이 없는) 유한함이지요.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기에는 인생이 짧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런 유한성이 있기에 시간을 효과적으로 경영하는 맛이 있기에 도전적이기..

나도 '그 남자'의 안녕이 궁금하다

나는 책과 독서에 관심이 많다. 누군가를 만나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를 묻기도 하고,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아는 경우에는 이렇게 묻는다. 어디까지 읽었어요? 전화통화로도 종종 묻는데, 수화기 너머로, 두번째 것까지 읽었어요, 라는 답변이 들려왔다. 김영하의 단편집에서 와 을 읽었다는 말이다. 뭐가 더 재밌어요? 첫째 건 답답했고 두 번째가 재밌었어요. 그의 대답을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첫번째 소설은 이해가 잘 안 되어 답답하셨구나, 라고. 그는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주인공이 선생님을 닮은 것 같아요." 이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몰랐다. 나는 그 책을 읽지 못했으니. 6권의 책으로 구성된 김영하 컬렉션을, 나는 지날 달에 샀었다. 『엘리베이터를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이하 엘리베이터)』도 ..

세 권의 책을 집안에 들이며

세 권의 책을 허벅지 위에 떨어지지 않게 올려 놓고 이 글을 쓴다. 11월 들어, 우리 집에 세 녀석들이 '침입'했다. 내 허락없이 우리 집에 들어왔기에 침입이라 표현했지만, 사실 책 구입을 자제하리라는 내 의지를 짓밟고 들어왔으니 '정복'이라 표현하는 것이 이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그렇다. 11월에도 기어이 나는 두 권의 책을 사고 말았다. (한 권은 선물 받았다.) 먼저, 나를 정복한 두 권의 책. 『왜 도덕인가?』와 『책을 읽을 자유』. 『왜 도덕인가?』는 변명의 여지가 있다. '도덕주의의 유익과 한계'는 요즘 나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단 하나'가 아니라, '중 하나'라는 게 조금 머쓱하긴 하지만, 요즘의 내가 자주 도덕주의를 운운하는 것은 분명하다. 도덕주의, 곧 도덕적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