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 266

의미와 경외심을 회복시키는 기예

『모든 것은 빛난다』에서 가장 감동했던 대목은 1) 허무주의 시대에 대한 처방을 문학 작품 속에서 건져 올렸다는 사실과 2) 테크놀로지 시대에 대항하여 의미 심장한 차이를 구별할 줄 아는 기예를 연마하라는 제안이었다. 3) 책의 주제에 줄곧 현상학적 방식으로 접근한 것도 이 책을 신뢰하게 했다. 나는 불가능에 가까운 '최선의 추구'라면 보다 현실적인 '최악의 제거'를 선호한다. 4) 참된 확신은 내면에서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 세계에 이끌리듯 경험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인상 깊었다. 5) 서로 다른 양극단의 가치, 인간 삶에 필요한 배타적인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한 저자들의 지성도 빛났다. 저자들이 이야기한 '기예'는 장인적 기술을 말한다. 기예는 작은 차이를 구분할 줄 아는 눈을 갖게 한다. ..

르네상스 시대의 문학 작품들

르네상스 문학을 공부하면서 주요 작품들을 읽는 요즘이다. 지난 해, 세계문학사를 강의하면서 서양문학의 주요 흐름을 일갈해 둔 것이 공부의 방향과 초점을 분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공부에서 거시적 안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나인데, 공부하면서 거듭 그 중요성을 절감한다. (르네상스 문학으로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궁금한 분들이 계실지 몰라 나라별로 최고의 주요 작품 하나씩만 소개해 본다.) 국가 작 가 작 품 특 징 이탈리아 보카치오 『데카메론』 , 최초의 근대인 프랑스 몽테뉴 『수상록』 최초로 자기이해를 추구한 에세이 영국 셰익스피어 『햄릿』 역사상 최고의 극작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우신예찬』 당시 유럽의 지적 군주 스페인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소설계에 미친 엄청난 영향 한 권씩만 뽑다보니 불가피하게 빠진..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위대한 접속 : 나는 왜 책을 읽는가 1. 책을 읽는 까닭은, 독서와 비독서의 시간으로 구분하면 두 가지다. 독서하는 동안에 누리는 책읽기의 기쁨, 책 읽지 않는 시간을 잘 살기 위한 준비. 유희로서의 독서, 수행으로서의 독서! 2. 독서는 삶에 유용한 태도, 열정, 지혜를 안겼다. 실천의 몫이 고스란히 남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인생살이의 불안과 두려움은 많이 걷혔다. 즐거움, 유익과 더불어 평온마저 안기는 독서라니! 나는 책읽기에 ‘시간을 내었다’. 3. 독서하는 이유는 또 있다. 독서는 일종의 여행이다. 혼자 여행을 다녀오면 나는 떠나기 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책을 읽을 때에도 조금씩 달라지고 성장했다. 좋은 책을 골라 정성스레 읽고 싶어졌다. 나는 책읽기를 점점 더 ‘즐..

허무주의 시대,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허무주의 시대,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 휴버트 드레이퍼스 사월의책 1. 책의 부제는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 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다. 부제엔 진단과 처방이 모두 담겼다. 책을 함께 쓴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숀 켈리는 이 시대의 특징을 ‘허무주의’로 진단하고서 “삶의 의미를 되찾아라”는 처방을 내렸다. 처방전의 제조는 ‘서양 고전의 세계’에서 이뤄졌다. 저자들이 다룬 ‘서양 고전’이란 문학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 단테의 그리고 허먼 멜빌의 등의 고전 문학!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세 부류의 사람들, 고대 그리스인, 중세인, 근대인들이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았는지 조사하기 위해 문학을 살핀다. 왜 문학인가? 문학에게 그럴 힘이 있는가? 르네 지라르의 은 세르반테스..

공부의 즐거움과 괴로움

1. 감사하게도, 지난 해(2013년)부터 고종석의 절판된 책들이 재출간되고 있다. 이번에는 『빠리의 기자들』이다. 이제야 선생의 처녀작을 읽는구나. 그나저나, 절필을 선언하니 절판된 책마저 출간되는 작가라! 고종석의 빛나는 글을 생각하면 당연지사라 생각하면서도 선생의 작가로서의 삶이 부럽다. 탐미적이면서도 기품 넘치는 문체가 사유의 힘까지 지녔으니, 나로선 입 벌려 감탄할 수 밖에... 언젠간 나도, 모든 일을 훌훌 내려놓고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한, 단단한 사유가가 되기 위한 수련에 매진할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아! 또 지르고 말았다. 지난 해말, 알라딘 3개월 누적구입액이 2백만원을 넘었을 때 정신차리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다시 질러대기 시작한다. 2014년엔 책을 안 사겠다는 다짐은 내 뜨거운..

강신주 읽기를 권하는 3가지 이유

예전의 공병호나 김미경 정도의 인기를 요즘엔 철학자 강신주가 점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공중파 예능프로그램까지 나선 인기가 놀랍습니다. 그의 내공과 독자와의 소통이 한몫 했을 테고, 인문학 열풍이라는 상황도 거들었을 테지요. 한 사람의 독서가로서, 그리고 인문학도로서 강신주에 대한 생각을 적어 봅니다. 힐링캠프를 보지 못하고서 쓴 글이라 어제의 강신주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1번은 제목처럼 강신주 읽기를 권하는 이유입니다. 2번은 강신주의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소개했고 3번에서는 강신주라는 멘토를 바라볼 때 들었던 제 개인적인 비판의식을 담았습니다. 1. 어젯밤 에 강신주 박사가 나왔나 보다. 아침부터 포털사이트에 '강신주'를 키워드로 한 연관 검색어가 많다. 나는 독서 강연이나 인문학 강연에서 강신주의..

지적 욕망을 자극한 소녀 손택

어제, 수잔 손택의 『다시 태어나다』를 읽었다. 손택은 평생 동안 일기를 꾸준히 썼다. 책은 10대 중반에서 서른살까지의 일기를 담았다. (앞으로 일기를 엮은 책이 두 권 더 출간될 예정이란다.)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비롯한) 성에 대한 고민, 일상에 대한 관찰 등의 내용도 있지만, 나의 눈길을 끈 것은 그녀의 독서편력과 예술을 향한 열정이었다. 일기장에 있는 내용을 옮겨 본다. * 스티븐 스펜더 번역의 『두이노 비가』를 최대한 빨리 읽을 것. * 다시 앙드레 지드에 빠져 있다. 얼마나 명확하며 정확한가! *『마의 산』은 이제껏 읽어본 것 가운데 최고의 소설이다. 이 작품과 다시 만나 변함없는 친교를 확인하는 행복감, 내가 느낀 평화롭고 명상적인 기쁨은 비견할 데가 없다. * 모차르트의 . 이런 노래들..

배운 것을 익히는 3가지 방법

2014년에 읽은 첫 책은 『모든 것은 빛난다』입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또 다른 책의 첫 장을 열어젖혀 새로운 배움에 빠져드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읽은 책을 내 것으로 익히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문자 그대로, 학습(學習) = 배움 + 익힘, 이니까요. 배우기만 하고 익히지 않으면 삶의 변화도 요원하고요. 익힘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한 3가지 지적 활동에서 익힘의 방법론에 대한 힌트를 얻었습니다. 첫째는 테오리아입니다. '관상(觀想)'을 뜻하는 그리스어인데, "순수한 이성의 활동에 의지해 진리나 실재를 인식하는 일"을 말합니다. 테오이아는 이론적 탐구입니다. 배운 것을 음미하는 지적 사유가 익힘의 첫째입니다. 둘째는 프락시스입니다. '실천'을 ..

가짜 겸손과 가짜 배려

가짜 겸손과 가짜 배려 - 김승옥의 단편 를 읽고 친구의 헤어스타일이 별로인 날, 그걸 콕 집어 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친구가 무안해할 테니 아무말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누가 친구를 배려한 것일까요? 방금 말씀드린 정보만으로는 어느 쪽이 배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도와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이 배려이니, 배려라면 그에게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도움이 되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여 그것을 주어야 합니다. 친구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진짜 배려인지의 여부가 달려 있습니다. 옷매무새나 스타일이 어색할 때, 그것을 고칠 수 있도록 말해 주기를 원하는 친구라면 슬쩍 귀띔해 주면 되고, 모른 척 해 주기를 원하는 친구라면 넘어가 주어야 배려입니다. 친구의 원함보다는 자기 마음이 불편해질까 하여, 옳은..

조르바가 읽은 2013 Best Books

위대한 책들을 읽고 나면, 수많은 책들이 꽂힌 책장이 새롭게 보입니다. 잡동사니 애물단지에서 아름다운 보물로 다가옵니다. 오, 엄청난 가치를 품은 저 보물들! 아래 목록은 내 장서들이 무분별한 과소비의 산물이 아니라, 내 인생을 바꿀 가능성의 보고로 여기도록 만든 책들입니다. 경탄하며 읽었고, 책장을 덮을 즈음엔 나의 숭배를 끌어낸 책들! 1. 에드워드 사이드의 『저항의 인문학』 에드워드의 사이드의 생전에 출간된 마지막 책입니다. 인문학의 위기를 분석하고서 인문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실천적으로 모색한 에세이, 작가와 지식인의 역할을 모색한 에세이를 모았습니다. 나는 1장 ‘인문주의의 영역’을 읽으며 인문정신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인문주의자로서의 삶을 꿈꾸었습니다. 4장에서는 사이드가 최고의 인문서로 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