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 266

서양사의 주요 흐름

역사 식견은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는 밑거름이다. 당대 맥락에 대한 지식이 문학과 철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문학이든 철학이든 모든 학문은 당대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는데도 개츠비가 왜 위대한지, 제목이 진실의 강조인지 역설적 표현인지 모르겠다면, 1920년대 미국의 시대적 정황을 모르기 때문이다. 데카르트가 왜 근대철학의 시조가 되었는지 이해하려면 데카르트 전후로 유럽을 지배한 사상을 살펴야 한다. 요컨대, 역사 식견은 인문학 공부의 기본기다. 서양 역사의 큰 그림 그리기에는 다섯 나라가 중심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흔히 대영제국 시대라 일컫는) 16세기 이후의 영국, 20세기의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이다. 다섯 나라의 역사를, 나라별로 가장 번영했던 ..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다가

1. 『2015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는 중이다. 대상 수상작 김숨의 와 한유주의 을 읽었다. 는 삶의 터전을 잃거나 극심한 정체성의 상실을 겪은 소수자들(종군위안부, 입양고아 등)의 아픔을, 뿌리채 뽑힌 나무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문학평론가 이태동 선생의 말마따나, "기계문명이 생력을 파괴하는 문제는 로렌스 등 많은 현대 작가들이 다뤄온 주제"다. 나 역시 이 소설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지는 못했다. 땅에서 뽑혀진 나무의 뿌리 형상을 통해 절묘하게 상실과 아픔을 드러낸 표현에 신선감을 느낀 정도다. 문학사의 걸작들은 주제가 진중했을 뿐만 아니라 시대를 선도했다. (철학에서는 데카르트로, 역사에서는 종교개혁으로, 문학에서는 보카치오(1313-1375)의 『데카메론』를 근대의 출발점으로 본다. 보카..

[GLA'S'3주차] 인문독서법

1. 인문주의적인 독서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실용서를 읽을 때의 마인드와는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이것이 3주차 수업의 핵심 주제였습니다. '실천하는 독자'로서 실용서를 읽으면 책읽기의 효과가 극대화되듯이 인문서는 '사유하는 독자'가 되어 읽을 때에 인문소양이 극대화됩니다. 사유하는 독자로서 시도할 만한 세 가지의 노력을 다뤘습니다. 첫째, 개념의 정의 조사하기. 둘째, 첫 관점에 함몰되지 않기. 셋째, 자기 문제의식이나 키워드에 연관된 구절을 옮겨적어 다른 주장들과 비교하기. 2. 인문주의적 독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감정수업』 비판적 읽기를 통해 두 가지 사례를 보여 드렸지요. 인문주의적 독서법에 월터 카우프만이 잘 정리한 바 있습니다. 카우프만에 따르면, 인문 소양을 함양하는 독서가 되려면 비판적..

연지원의 독서지침&비전

1. 공감하여 기억하라. 책의 메시지, 저자의 강점과 문체를 이해한다. 2. 독서 충동을 억제하라. 읽은 것에 대한 사유 없이는 다음 책도 없다. 3. 기대할 바를 기대하라. 저자의 약점을 나의 강점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4. 읽은 것으로 글을 써라. 나의 언어와 사례를 들어 찬반을 표시한다. 5. 한 방향으로 나아가라. 같은 주제의 책으로 최소 3권은 읽어 비교한다. 공감은 정말 중요하다. 지적 독서의 정수는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을 만나는 것이다. 독자는 저자의 생각을 얻을 때 진보한다. 독서는 문자를 보아 생각하는 행위다. 다시 말해, 읽기 = 보기 + 생각하기다. 지적 성장을 위한 책읽기는 사유와 결합되어야 한다. 책 읽는 맛에 빠져 사유를 건너뛰게 할 정도의 독서 충동을 ..

인문학 첫 공부를 위하여

GLA START 1주차 참가자들을 위한 포스팅이지만, 인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께는 읽을거리가 될 것 같아 공유합니다. 강연에서는 인문정신과 인문지식이라는 개념을 설명드렸는데, 여기선 그러지는 못했네요. 1. 인문정신과 인문지식의 조화를 이룬 책을 읽으세요. 강신주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과 『김수영을 위하여』의 서문을 읽으시면 그 조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감을 잡으실 겁니다. 요컨대, 문사철 지식을 통해 인문정신을 함양시켜 주는 책이 좋은 인문서입니다. (김수영 전공자들에게는 강신주의 선생의 김수영 이야기에 실망할 수도 있지만, 전공자가 아닌 이상 오독과 오해는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큰 결함은 아닙니다.) 강신주 선생의 두 책 서문은 GLA Start 1주차 수업과 가장 긴밀한 텍스트입니다. 다음의 두 부..

[GLA'S'1주차] 지적 교류

GLA START 과정에 참가하신 여러분, 1주차 수업 후 보여주신 여러분들의 열렬한 반응에 감동했고 감사드립니다. 수업 때의 열정적인 경청 태도는 말할 것도 없고요. 지적 교류의 공간으로 일단 본 블로그를 한 주 동안 활용해 봅시다. 마땅 찮으면 2주차부터는 카페로 옮기고요. 후기 쓰실 분은 아래 댓글로 작성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위의 내용은 포스팅을 공란으로 두기엔 멋적여 '지적 교류'에 대한 예전에 썼던 글을 올려 둔 것입니다. ^^ 후기를 쓰시든, 쓰려고만 하시든, 양쪽 다 블로그의 장단점을 느껴볼 수는 있겠지요. (수업과는 관계 없이 본 글에 대한 블로그 독자들의 댓글도 환영합니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1. 데이비드 실즈의 책 제목이다. 나는 실즈의 전작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를 힘들게 읽었다. 내용은 좋았으나, 묘하게 잘 읽히지 않았다.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도 힘겹게 읽기는 마찬가지인데, 두 권 모두 어려운 책이 아닌데 무엇 때문일까. 책 속 두 구절에서 힘겨움의 원인 하나를 찾은 느낌이다. 실즈 : "나는 본문이 전혀 나뉘지 않은 책은 정말이지 거의 읽지 못한다." (p.200) 실즈 : "나는 가끔 앞에서 뒤로 읽기를 멈추고, 뒤에서 거꾸로 읽어 온다." (p.201) 나의 낮은 가독력은 낯선 작가들 때문은 아닐 것이다. 평균 독자들보다는 작가들 이름이나 작품명을 아는 편이니까. 실즈는 내용이 쭈욱 이어진 책보다 번호로 내용이 나뉘어진 책을 훨씬 잘 읽는다고 했다. 그와 달리 나는..

2014 올해의 책 (언론사)

제목 작가 출판사 추천인 중앙일보/교보문고 선정 '2014 올해의 좋은 책 10' 투명인간 성석제 창비 정재숙 기자 현기증. 감정들 W.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문학동네 신준봉 기자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돌베개 김효은 기자 킨포크(kinfolk) vol. 1 킨포트매거진 지음, 김미란/최다인 옮김 책읽는수요일 이영희 기자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 김영진 글/그림 길벗어린이 권근영 기자 세상물정의 사회학 노명우 사계절 양성희 기자 작가란 무엇인가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다른 백성호 기자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옮김 글항아리 이은주 기자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이은주 기자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

구이지학에 머문 사람들에게

어느 여대생이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해”라고 말했다. 그녀는 군대를 다녀온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를 두고 둘의 인생과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하여 비교하여 말한 걸까? 아닐 것이다. 다음과 같은 상상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언젠가 술자리에서 복학생 선배의 군대 개똥철학을 들었다. 그리고는 잊었다. 다른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가 나왔다. 문득 선배에게 들은 군대론이 떠올랐다. 자기도 모르게 복학생에게 들은 입대 당위론을 펼친다. 젊은 날의 대화라면 괜찮지만 인문학을 이렇게 공부하는 건 아쉽다. 구이지학(口耳之學)을 이룰 뿐이다. 구이지학이란 “귀로 들은 것을 그대로 남에게 이야기하는, 조금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학문”을 뜻한다. 생각하지 않으니 깊어질리 없다. 생각하지 않았으니, 실천과도 멀어..

지적 욕망이 독서를 방해한다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왕성하게 책과 정보를 읽어 들입니다. 독서 목적을 세우지 않고서도 말입니다. 왕성한 지적 욕망에 걸맞게 날로 지성이 깊어지면 좋으련만, 끊임없는 지식 습득에 비하면 지적 성장이 더딘 경우를 봅니다. 책 선택이 눈먼 골동품 수집가의 모양마냥 체계도 우선순위도 없기 때문일 겁니다. 지적 성장을 이루려면, 목적을 욕망에 앞세워야 합니다. 욕망이 무분별하게 뻗어가는 것을 제어해야 합니다. 욕망을 줄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목적이 방향을 제시한다면, 욕망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니까요. 욕망의 한계를 인식하여, 때로는 고삐를 풀어주고 때로는 재갈을 물려야 합니다. 구슬이 세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니까요. 목적 없는 공부는 구슬만 만드는 셈입니다. 목적이 구슬을 꿰어줍니다. 인문학만 감안하더라도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