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 266

간략한 2013 독서활동 결산

1. 이틀(25~26일)에 걸쳐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었다. 오래 전부터 접했던 이름, 줄리언 반스! 혹자들은 그를 영국 문학의 제왕이라 부르는데, 왠지 나도 그런 혹자들의 부류에 속하게 될 듯 하다. 소설의 곳곳에는 통찰이 가득했고, 그런 통찰은 서사를 방해하지 않았다. 통찰이 서사와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었다. (은희경 소설이 종종 통찰과 서사의 느슨한 연결을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 삶의 진실을 수없이 보여주면서도, 그리 어둡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든다. (이런 점에서는 김영하 소설보다 밝다. 밝고 어둠을 좀 더 명징한 언어로 표현해야겠지만 그건 조르바 원고에 다뤄야겠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하는 장면들(이를 테면, 화자가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편지), 역사 수업에 나온 명제들과 소..

슬프고 외로운 어느 황혼

카페고리의 포스팅은 아이폰/ 아이패드 앱 를 통해서도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슬프고 외로운 어느 황혼 - 필립 로스 문학동네 두 개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서며 손에 책 한 권을 들었습니다. 필립 로스의 소설 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를 들었다가 빨간색 책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 작은 책을 고른 겁니다. 이미 절반 남짓을 읽은 터였기에 주요 내용은 알고 있었습니다. 누구나(every man) 죽는다는 불멸의 사실을 다룬 소설입니다. 결혼식에 어울리지 않는 주제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정작 나는 스스로의 선택에 만족하며 식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런 글귀를 떠올리고 있었거든요. “많은 결혼식에 가서 춤을 추면 많은 장례식에 가서 울게 된다.” 에 나오는 말인데, ..

트로이 전쟁, 역사적 사실일까?

카페고리의 포스팅은 아이폰/ 아이패드 앱 를 통해서도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트로이 전쟁은 역사적 사실일까? - 김진경 안티쿠스 트로이 전쟁은 역사적 사실일까요? 호메로스의 서사시 와 영화 〈트로이〉가 그려낸 드라마틱한 전쟁은 전설일 뿐일까요? 고대인들은 사실이라고 믿었지만, 근대인들은 허구로 인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다시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는 학자들이 많아졌지요. 19세기 후반, 하인리히 슐리만이 트로이 유적을 발굴했기 때문입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트로이 전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두는 건 어떠세요? 청동기 시대, 고대 그리스 왕국 중 가장 강력한 국가는 미케네입니다. 군사적이나 정치적으로 월등했고, 문화도 앞섰습니다. (기원전 14세기에 미케네에서 ..

2013년 12월에 읽을 책들

한달 동안 4권만 건드릴 리가 만무하지만, 우선 아래 책들만을 이번 달 독서의 가장 우선 순위로 둔다. 우선, 로마에 관한 책 2권이다. 『로마는 어떻게 강대국이 되었는가』는 쉬운 책이다. 조르바 원고로 다룰 책이고, 저자게 제시하는 '로마가 강대국이 된 다섯 가지 요인'을 머리속에 갖고서 『고대 로마인의 24시간』을 읽을 것이다. 그 요인을 받아들이되, 그것은 비판적 수용이 될 것이고, 앞으로 차차 로마에 관한 책들을 읽어가며 '로마는 어떻게 강대국이 되었는가'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 볼 참이다. 뽑아 둔 책들은 많지만 이번 달엔 2권만! 수잔 손택의 『우울한 열정』. 제목은 발터 벤야민의 모습에 따온 것. 우울한 기질은 벤야민은 책에서 다룬 일곱 지식인 중의 하나. 손택은 최고의 지성과 정곡의 ..

결혼생활의 기초, 현실인식!

카페고리의 포스팅은 아이폰/ 아이패드 앱 를 통해서도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결혼 생활의 기초, 현실인식! - 알랭 드 보통 문학동네 결혼이라는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행복의 근원일까요? 불행의 원천일까요? 흑백논리를 조장하는 질문이군요. 다시 여쭙습니다. 결혼한 당신은 어떻게 살고 계세요? 사랑의 결실로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여러분의 삶, 안녕하신가요? 미혼인 당신에게 결혼은 무엇인가요? 연애의 종점에 이르렀을 때, 이별을 제외하면 남게 되는 유일한 옵션인가요? 아니면 행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인생의 필연적인 여정인가요? 사실 미혼인 상태에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알랭 드 보통은 말합니다. “결혼의 곤란한 점은, 해 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도, 느낄..

독서력을 높이는 3가지 질문

독서에 관심이 있으세요? 진짜 관심과 가짜 관심을 구분하는 법이 있는데, 한 번 들어 보실래요? 진짜 관심이 있는 것에는 시간과 돈을 쓰게 됩니다. 돈과 시간을 쓰지 않는 것이라면 가짜 관심, 다시 말해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의 관심사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저는 어떻냐고요? 저는 책에 엄청난 돈을, 독서에도 매일 시간을 씁니다. 자랑하기 위해 한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의 실체 하나를 말씀 드리려고요. 사들이는 책의 반의 반도 읽지 못하는 현실을. 독서에 대한 관심은 산처럼 높은데, 관심을 내 지식과 성장으로 만드는 실제 책읽기는 지지부진합니다. 여러분도 저와 비슷하지 않으세요? 책을 읽고는 싶어도, 실제로 많이 읽지 못하는 현실 말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책에는 원래 관심만 두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교황, 41명의 작가를 말하다

카페고리의 포스팅은 아이폰/ 아이패드 앱 를 통해서도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교황, 41명의 작가를 말하다 -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을 읽고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이름을 아는 비평가가, 한국에도 있을까요? 독일인 98%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라는 문학평론가의 이름을 안다고 해서 드리는 말입니다.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을 아는 비율이 저리도 높다니요! 우리의 경우엔 문화비평, 예술비평을 모두 합쳐 김현, 김우창, 진중권, 고종석, 강준만 등이 떠오르지만 그에 견줄 만한 스타성은 아니겠지요. 그의 명성은 긴 생애 덕분이기도 하지만(1920년생이거든요), 오랫동안 주요 매체에 문학평론을 기고함으로 입지를 굳혀왔고(1960~88), 무엇보다 독일 공영방송국에서 14년 동안이나 라는..

하이에나 독서가가 읽은 책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책읽기입니다. 지난 밤 잠들기 직전까지 읽다가 머리맡에 놓아둔 책을 잠깐이라도 뒤적이고 난 후에야 하루를 시작합니다. 책을 펼치다가 '아! 기지개부터 켜야지' 할 정도로 제겐 습관이 된 일입니다. 그리 대단한 습관은 못 됩니다. 자칫하면 '생각하기'보다 '읽기'가 앞서기 십상이니까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논어』 위정 편 책을 자주 읽는 편이라, 일주일이면 여러 권의 책이 제 손을 거쳐 갑니다. 끝까지 읽기도 하지만, 읽는 재미가 시들해져 도중에 그만 두는 책도 있습니다. 예닐곱 권이 제 손을 거쳐간다고 해도 실제 읽은 분량으로 따지면 두어 권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주로 어떤 책을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카페고리의 포스팅은 아이폰/ 아이패드 앱 를 통해서도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 칩 히스, 댄 히스 을 읽고 "시계가 자정을 친 시각, 빈 교실에 소녀 세 명이 책상을 둘러싸고 모여 앉았다. 책상 위의 서로 맞잡은 손에는 붉은 볼펜 한 자루가 들려 있다. 소년들은 눈을 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기 시작한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분신사바……. 갑자기 볼펜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녀들은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 귀신을 부른 것이다." 책의 저자들은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한 귀신 이야기로 한국어판 서문을 열었습니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의 뇌리에 찰싹 달라붙는 스티커 메시지'니까요...

조르바의 고종석 산책

조르바의 고종석 산책 - 고종석의 을 읽고 어제 오늘, 고종석 선생의 책을 읽었어. 밑줄을 그어가며, 심중에 새겨가면서. 오늘은 한 권의 책을 리뷰하기보단 고종석에 대한 두서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어디에선가 한두 번은 이야기했을 테지만, 그는 내 글쓰기의 롤 모델이야. 고종석은 문장가이자 저널리스트요,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로서 그 모든 글쓰기 장르에서 탁월한 경지에 이르렀어. 공만 던져 주면 농구, 축구, 당구, 야구 등 모든 구기운동을 잘하는 운동선수처럼 펜대만 쥐어 주면 에세이, 기사, 칼럼 심지어 소설까지 능히 써내는 프로 글쟁이. 아! 아직 그의 소설은 읽지는 못했으니 소설가로서의 역량을 체험하진 못했네. 그의 소설이 문학계의 명문이라 할 만한 창비, 문지, 문학동네 중 문학동네와 문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