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틀(25~26일)에 걸쳐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었다. 오래 전부터 접했던 이름, 줄리언 반스! 혹자들은 그를 영국 문학의 제왕이라 부르는데, 왠지 나도 그런 혹자들의 부류에 속하게 될 듯 하다. 소설의 곳곳에는 통찰이 가득했고, 그런 통찰은 서사를 방해하지 않았다. 통찰이 서사와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었다. (은희경 소설이 종종 통찰과 서사의 느슨한 연결을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 삶의 진실을 수없이 보여주면서도, 그리 어둡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든다. (이런 점에서는 김영하 소설보다 밝다. 밝고 어둠을 좀 더 명징한 언어로 표현해야겠지만 그건 조르바 원고에 다뤄야겠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하는 장면들(이를 테면, 화자가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편지), 역사 수업에 나온 명제들과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