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 266

부모의 은혜를 어찌 하리요?

『격몽요결』의 5장 사친(事親)은 부모님을 향한 효를 다룬 장입니다.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실제로 효를 행하는 이는 드뭅니다. 그 까닭에 대해 율곡 선생은 “자기 부모의 은혜를 깊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합니다. 잘 알지 못하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잘 알고 나면 행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가 어려워지고요. 깊이 안다는 것(深知)은 중요합니다. 2,500년 전 소크라테스도 명확한 앎이 곧 삶에서의 실천으로 이어진다고 말했었지요. “천하의 모든 물건은 내 몸보다 소중한 것이 없다. 그런데 이 몸은 부모가 준 것이다. … 부모가 나에게 이 몸을 주셨으니 천하에 있는 모든 물건을 다 준다 해도 이 몸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 율곡 부모가 몸을 주셨으니 그에 대해 감..

율곡 선생의 독서론

"반드시 이치를 궁리하고 착한 것을 밝힌 뒤에라야 자기가 마땅히 행해야 할 도를 뚜렷하게 깨달아 진보해 나갈 수 있다. 이치를 궁리하려면 글을 읽어야 한다." 『격몽요결』의 제4장 독서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기대한 장이지만, 오히려 감동은 뒤이어 나오는 효나 상을 당했을 때의 규례에 대한 내용보다는 감동이 덜했습니다. 독서에 대한 율곡 선생의 가르침을 알고 있었기도 하나, 얼마 전 유학의 예(禮)에 대한 책을 읽으며 느낀 바가 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독서에 대한 중요 내용을 정리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글을 읽는 자는 반드시 단정하게 손을 마주 잡고 반듯하게 앉아서 공손히 책을 펴놓고 마음을 오로지 하고 뜻을 모아 정밀하게 생각하고, 오래 읽어 그 행할 일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고맙습니다. 율곡 선생님!

저는 천성이 성실한 편은 못 되어, 멋지게 살려면 자주 깨우침과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내 나태해지고 맙니다. 책은 제게 삶의 자극을 줍니다. 책을 읽으려고 자주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은 읽고 또 읽는 책입니다. 제 인생경영을 돕는 소중한 경전이지요. 『격몽요결』은 선생이 42세 때(1577년) 쓴 책으로, 유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이들을 향한 가르침을 담았습니다. 제목(擊蒙要訣)은 '어리석음을 떨쳐내는 요긴한 비결'이란 뜻입니다. 율곡 선생을 찾아와 가르침을 달라는 유자들이 많았나 봅니다. 서문에는 선생의 집필 의도와 겸손이 묻어납니다. "내가 남쪽 바다에 집을 정하고 살려니 학도 한두 사람이 와서 나에게 배우기를 청했다. 나는 그들의 스승이 되지 못할 것을 부끄럽게 ..

고전문헌학은 어떤 학문인가

루돌프 파이퍼 길 고전문헌학은 어떤 학문인가? 루돌프 파이퍼는 20세기 최고의 서양 고전문헌학자다. 고전문헌학은 어떤 학문인가? 서울대 안재원 교수의 해제를 보자. “파이퍼에게 서양 고전문헌학이란 한 문헌이 최초의 원전으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 우리에게 오게 되었는지를 해명하고, 그 전승 과정 중에 생겨난 오류들을 교정해서 최초의 원전을 복원하려는 학문을 뜻한다.”(p.300) 고전문헌학이 왜 필요한가? “전승된 문헌 가운데 원저자의 필체로 기록된 문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설령 원저자의 기록이라 하더라도, 원저자의 필체를 알고 있지 못하기에 그것이 실제 원저자의 기록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고전문헌학자들은 전승된 문헌에 대하여 원저자의 기록, 저술이 아니라는 가정 ..

유미주의자로 산다는 것

유미주의자로 산다는 것 - 서머싯 몸 민음사 유미주의자, ‘예술적 미의 창조’를 인생의 목적과 최고선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저 역시 예술을 즐기고 추구하는데, 그것은 ‘인생을 위한 예술’입니다. 반면 유미주의에 경도된 예술가들은 ‘예술을 위한 예술’ 심지어는 ‘예술을 위한 인생’을 추구합니다. 예술을 위해 인생의 다른 가치들을 모두 희생하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 유미주의자 한 명을 소개합니다. 장밋빛 성공과 수많은 음반을 뒤로하고 대중을 떠난 천재 뮤지션입니다. 그는 팬들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글을 남기고 떠났지요. 일부를 옮겨 봅니다. “이제 그만 둡니다. 다른 할 일이 있어서요. 여러분께는 죄송하지만 저를 너무 원망하지는 마세요. 캐나다에서 음악, 음악의 고독, 고독의 고독과 약..

인문학의 힘으로 삶을 촉촉하게

인문학의 힘으로 삶을 촉촉하게 - 밥장 앨리스 조르바 원고로 다룰까 말까?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의 신간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책이었거든요.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 만 가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열 가지는 되더군요. 어떤 챕터에서는 합격점을 주며 ‘원고 써야겠다’ 싶다가도, ‘아니! 이건 아니지’ 하며 고개를 가로젓곤 했네요. 결론이요? 여러분이 지금, 읽고 계시잖아요. 1) 은 반디 앤 루니스에서 만난 책입니다. 책을 집어든 것은 단순한 호기심. ‘오? 밥장 씨 신간이네.’ 일만 오천원을 지불한 까닭은 김경란 아나운서의 추천사. “은근 중독성 있는 뽀글이 헤어로 덮인 그의 머릿속엔 혼자 살기엔 너무도 아까운 아기자기한 세상이 들어 있었다.” 나는 자기 세상을 창조하여 즐기는 이들에..

단편소설의 대가를 스승으로!

소녀는 자신의 남동생과 함께 자주 친구와 어울렸습니다. 세 아이는 모두 문학에 대한 자질이 뛰어나 어린 시절부터 잘 맞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소녀는 아들을 둔 어머니가 되었고, 친구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 아들이 프랑스 단편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기 드 모파상이고, 소녀의 친구는 사실주의 소설의 경전 『보바리 부인』을 쓴 플로베르입니다. 안타깝게도 소녀의 남동생은 지나친 공부와 심장병으로 20대에 요절했고요. 모파상의 어머니는 아들을 지극히 사랑했고 재능을 키워주고 싶어, 어린 시절의 친구 플로베르에게 아들을 지도해 주기를 부탁했습니다. 모파상은 어머니의 편지를 들고 플로베르를 찾아갔습니다. 스승의 나이 52세, 제자의 나이 23세의 일인데, 그들의 사제관계는 플로베르가 세상을 떠난 1980년까지 이어..

리어 왕과 세 딸들에 관한 단상

셰익스피어의 은 욕망의 몰락을 다룬 비극이다.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을 던지는 리어왕의 어리석음, 거짓을 일삼는 딸들의 탐욕, 형제마저 죽이려 드는 그녀들의 욕정, 이 비극은 모두 끝없는 욕망의 결과다. 여기에 글로스터 백작의 아들 에드먼드의 욕망까지 곁들여져 은 그야말로 추악한 드라마가 된다. 나는 셰익스피어의 막장 드라마를 좋아한다. 막장이어서가 아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극한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보여준 세상의 일면은 무엇이었나? 우선 제1막의 줄거리부터 요약해 둔다. 리어 왕은 브리튼의 국왕이다. 왕은 너무 늙어 세 딸 고네릴, 리건, 코델리아에게 국토를 나누어 주기로 결정했다. 그는 딸들에게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묻는다. 고네릴과 리건은 과장되이 표현하여 국토의 1/3씩을 얻었다..

몽테뉴를 읽기 위한 실마리들

1.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술가, 정치인, 사상가가 위대한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사실 완벽이란 너무 높은 수준의 단어다. 그러니 첫 문장은 바꿔 쓰는 게 낫겠다. 엄청난 업적을 지닌 인물들도 삶의 다른 영역에서는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탁월한 학문적 성취를 이뤘지만 사회적 관계가 엉망이거나, 정신적인 힘은 강하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감각은 엉터리이거나. (이 글의 주인공 몽테뉴는 후자의 경우다.) 2. 몽테뉴(1533~1592)는 종교전쟁의 격랑기를 살았던 인물이다. 16세기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광신적인 다툼이 일어났던 시기다. 가톨릭은 종교개혁과 칼빈의 『기독교 강요』를 기반으로 생겨난 개신교를 탄압했고, 세력이 강해진 개신교 역시 가톨릭의 비이성적인 탄압에 무력으로 대응했다. ..

인문학 첫 공부를 돕는 책들

1. 모티머 J. 애들러의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은 제대로 책을 읽고자 하는 이들, 특히 공부와 연구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이들에게 매우 요긴한 책이다. (독서를 처음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권했을 때의 대체적인 반응은 너무 디테일하고, 어렵고,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참고하시라.) 지금까지 읽은 독서법에 관한 책을 두 권만 읽으라면,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과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다. 전자는 내 독서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후자는 나의 첫 책을 개정판으로 다듬어 보완하기 위해서다. 둘 다 내게 필요한 일이니 죽기 전엔 해내겠지. 2. 모티머 J. 애들러의 새로운 책, 『평생공부 가이드』가 번역되었다. (공부와 독서라는 주제로 새로운 책들을 많이 출간해주어 고마운 유유출판사의 책이다.) 독서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