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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서안동 IC를 빠져나와 안동 시내를 향하는 모든 차들은 저 당당한 슬로건이 적힌 기와 대문을 지납니다. 사찰을 찾은 이들이 일주문을 통과하듯 4차선을 오가는 차량은 정신문화의 수도로 향하는 대문을 드나듭니다. 저절로 안동시의 슬로건을 읽게 됩니다. 2014년 7월이면 안동시는 이 슬로건을 사용한지 8주년이 되는 기념행사를 열 겁니다. 매년 그래왔으니까요. 슬로건 하나 내건다고 해서 변방이 갑자기 수도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무의미한 슬로건은 곳곳에 넘쳐납니다. 내실에 걸맞지 않은 슬로건 말입니다. 가게의 간판에서도, 지방자치단체의 선전 문구에서도 과대포장된 말들을 쉬이 발견합니다. 유명무실한 슬로건을 만나면 말뿐인 상찬에 헛웃음이 나옵니다. 명실상부를 추구하지 않는 장사꾼..

지중해 예찬

1. 호메로스는 지중해를 '와인빛 바다'라고 노래했지만 내가 보았던 지중해는 깨끗하게 푸르른 빛깔이었다. 서울에서 일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맑게 개인 날의 그 하늘빛이었다. 하지만 지중해는 맛 좋은 와인 만큼이나 찬란한 기쁨을 준다. 나는 지금 그 지중해가 보고 싶다. 배를 타고 가면서 지중해를 내려다보았던 그 날들이 그립다. 미코노스, 산토리니, 크레타 만큼이나 지중해에 다시 가고 싶다. 2. 시인이기 이전에 비평가였던 폴 발레리는 지중해 연안의 세트에서 태어났고 '해변의 묘지'에 잠들었다. 그는 이란 유명한 산문에서 세상에 하나 뿐인 바다를 찬탄했다. "이 바다는 알맞게 좁고 작아 (중략) 서로 다른 많은 민족이 맞닿아 있다. 서로 다른 기질, 다른 감각, 다른 지적 능력의 민족들이. (중략) 그..

인문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요즘

며칠 동안 키케로와 그가 만든 개념인 '후마니타스'를 공부했다. 인문학의 본질과 인문정신 탐구에 소홀한 인문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는 인문학을 강연하는 사람으로서 (좀 거창하게 표현하면) 인문학의 정수를 알려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느꼈다. 무엇이 인문학인가? 인문학을 인문학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 앞에 나를 세운 까닭이다. 인문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키케로와 페트라르카는 필수 코스다. 키케로의 저작을 읽어간 이유다. 후마니타스를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가가 내 공부의 핵심이었는데, 나름대로의 결론을 얻었다. 풀리지 않던 고민들도 어제 해결되었다. 짜릿했다. 그저께 밤엔 키케로에 관한 꿈도 꾸었다. (몽테뉴인지 키케로인지 헷갈리는데 아마도 키케로인듯 하다. 키케로가 어떻게 생겼는..

내가 팟캐스트를 할 수 있을까?

유투브에서 고대 그리스 관련 자료를 찾다가 책읽기 팟캐스트 방송이 눈에 띄어 잠시 들었다. 나를 유혹했던 것은 '책읽기'라는 프로그램명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 제목이었다. 수잔 손택이 쓴 책이었으니까. 관심있게 듣기 시작했지만, 30분 남짓을 듣다가 말았다. 방송은 진행자와 전문가의 대화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전문가라는 분의 손택 이해가 깊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스스로 『해석에 반대한다』를 읽지 않았다고 진솔하게 얘기했다. (진솔함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신뢰가 떨어졌다. (책을 반드시 읽어야만 그 작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에서 논할 정도라면 대표작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 내 안에 생각이 있나 보다.) 실제로 전문가는 손택에 대한 통찰 있는 이야기가 아..

불만족스러웠던 문학 첫 수업

인문학 수업을 시작한 것은 2013년 봄이다.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함께 공부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Great Legacy Academy의 출발이었다. 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의 주요 흐름을 꿰고 인문 소양의 골격을 세우는 것이 과정의 목표였다. 과정은 만족스럽게 진행됐고, 어제는 문학수업 2기의 첫 수업을 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수업에 대한 나의 만족도가 낮았던 수업이었다. 물 흐르는 듯한 진행을 하지 못했고, 명료하게 설명하지도 못했다. 왜일까? 두 가지의 주요 원인이 떠올랐다. 1) 수업 직전 30분~1시간 정도의 최종 준비를 하지 못했다. 머릿 속에 든 지식은 1기 때보다 많아졌지만, 수업 진행은 1기 때보다 효과적이지 못했다. 구슬을 꿰어내는 데에 실패한 것이다. 내가 말하는 수업 직전의..

영화 한편을 추천 드립니다!

"영화 봤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상영을 안해 원정가서 봤어요! 꼭 봐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는 내내 울화가 치밀고 울고 돈이 뭔지..." 한 네티즌이 다른 도시로 차를 몰고 가서 영화 을 관람했다는 말입니다. 이런 네티즌들이 많더군요. 상영관이 워낙 적거든요. 개봉관이 적은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둔 네티즌이 있어 옮겨 봅니다. "개봉극장이 몇군데니 이런 거는 솔직히 이 영화가 비판적이고 감동적인 영화인 거는 알겠는데 재미가 별로 없고 흥행이 잘 안될 거 같으니깐 조금 개봉하는 거지용." 제 생각은 이와 다릅니다. 사실은 이렇거든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광고비도 12억원을 들여 같은 시기에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많이 썼고 개봉예정작 중에서 예매율도 1위였다" 박성일 제작총괄 PD..

김연아가 우리에게 보여 준 것들

오늘 새벽, 현역으로서의 마지막이 될 김연아의 경기를 보았다. 아니 예술활동을 보았다. 다른 피겨 선수들은 스포츠를 했고, 김연아를 예술을 했다. 이것이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한 줄의 소감이다. 그녀는 4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에 낄 예술 작품을 창조해내는, 스포츠 예술가다. 마이클 조던의 더블클러치, 리오넬 메시의 환상 드리블에 버금간다. 그녀의 경기를 앞두고서 내 안엔 얼마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금메달을 땄던 쇼트트랙 계주 경기를 생방송으로 챙겨보지 못한 것! 반 바퀴를 채 못 남겨둔 상황에서 막판 추월에 성공한 심석희의 근성을 리플레이로 거듭 보았지만, 생방송으로 보았더라면 아마도 나는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살다가 감격의 눈물을 맛본다는 것은 얼마나 짜릿하고 경이..

[GLA 안내] 서양 문학의 흐름

■ 서양 문학의 흐름 (문예사조를 통한 서양문학사 이해) 2월 24일(월) 고대 그리스 로마 : 강대진의 (북길드) 3월 10일(월) 중세 문학, 단테 : 이마미치 도모노부 (안티쿠스) 3월 27일(목) 르네상스 : 셰익스피어 (민음사), 세르반테스 (시공사) 4월 10일(목)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문학 : 노발리스 (민음사) 4월 24일(목) 사실주의 문학 : 플로베르 (민음사) GLA는 인류 지성의 위대한 유산을 공부하는 인문 독서 클럽입니다. 문학, 역사, 철학으로 이어지는 전체 커리큘럼이 궁금하시면 다음의 포스트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www.yesmydream.net/1973) 2월부터 4월까지는 서양문학사 강좌가 열립니다. 위와 공지한 일정으로 진행되고 시작 시간은 9시 30분입니다. 총 5회..

세대별(20, 30, 40대) 핵심화두

20대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 몇 가지를 해야 한다. 공부할 학문을 결정해야 하고 (전공) 첫 직장을 선택해야 하고 (취업) 결혼할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 (결혼) 생이 길어짐에 따라 이러한 생의 과업이 삼십 대로 늦춰지는 요즘이지만 전공과 취업 그리고 결혼에 대한 고민은 20대부터 시작된다. 요컨대, 20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자기이해'다. 20대에는 자기이해를 위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30대는 정신없이 바쁘다. 회사에선 커진 책임감을 소화하느라 일에 허덕이고 집에서는 아내와 유아의 가장 역할을 해야 한다. 30대에게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20대들도 바쁘다고 하나, 삼십 대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그들의 바쁨은 친교와 공부, 취업 준비 때문이라 컨트롤 가능하지만 삼십 대의 바쁨은 의무와 책임에 ..

신이 허락한 5대 의사

집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생산성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10분, 20분의 짧은 시간이 만들어내는 생산성은 효율적인 것입니다. 이를테면, 책상 정리나 간단한 아티클을 읽는 것입니다. 반면 3시간, 4시간이 만들어내는 생산성은 다른 차원입니다. 그것은 효율성이 아닌 창조성입니다. 삶에 대한 생각이 여물거나 글의 소재를 착상하거나 중요한 원고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식입니다.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오후까지 꼬박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더니 창조적인 생산성을 만끽했습니다. 신간의 프롤로그를 탈고했고, 나의 계획을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단상들도 많이 떠올랐습니다. 1번부터 5번까지를 작성했는데, 길이 길어 본 포스트엔 3번까지, 나머지는 다른 포스트(세대별 핵심 화두)로 올렸습니다. 그저 단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