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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은 좋은 하루를 사는 것

1. 어제(22일)는 피곤한 하루였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 40분까지 "인문학,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했다. 청중들은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그것이 내게 기쁨이다. 마음은 즐거웠지만 몸은 피로했다. 강연에 몰입하는 날은, 내가 강연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강연이 나를 이끈다. 강연 중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피로감이 강연 종료와 더불어 몰려든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강연 후에는 와우팀원의 출간기념회가 있었다. 이제 막 저자가 된 창연에게, 2시간 30분 동안 오롯이 관심을 주었다. 다른 와우들도 그러했으리라. 모든 정리가 끝나고 나니 10시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양치질만 하고서 차를 몰고 나섰다. 변화경영연구소 9기 연구원들의 마지막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강화도로..

어김없이 피었다 지는 봄꽃

아침 미팅이 있어서 일찍 집을 나섰다.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을 석촌 호수길로 택했다. 호숫가를 걸었다. 꽃봉오리가 올라왔을지도 모른다는 거란 생각으로 가지마다를 살폈다. 벚꽃은 아직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서울에서의 벚꽃 절정기는 4월 15일을 전후한 날들이다. (아래 그림 참조) 나의 경험에 따르면, 석촌 호수 벚꽃길은 서울시내 명소다. 계단을 올라오니, 아직은 옅고 작은 노란색 꽃봉오리가 보였다. 개나리였다. 주말에 다시 와서 보아야겠다. 2~3일이면 꽃을 틔울 것이다. 나는 갓 피워올린 그 싱싱한 생명을 목격하고 싶다. 향기에 취하고 자태에 넋을 잃고 싶다. 마테를링크의 『꽃의 지혜』라도 읽으며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싶다. 계절마다 어김없이 피었다 지는 봄꽃! 피고 짐은 순간이다. 과거의 미래 사..

르네상스 시대의 문학 작품들

르네상스 문학을 공부하면서 주요 작품들을 읽는 요즘이다. 지난 해, 세계문학사를 강의하면서 서양문학의 주요 흐름을 일갈해 둔 것이 공부의 방향과 초점을 분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공부에서 거시적 안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나인데, 공부하면서 거듭 그 중요성을 절감한다. (르네상스 문학으로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궁금한 분들이 계실지 몰라 나라별로 최고의 주요 작품 하나씩만 소개해 본다.) 국가 작 가 작 품 특 징 이탈리아 보카치오 『데카메론』 , 최초의 근대인 프랑스 몽테뉴 『수상록』 최초로 자기이해를 추구한 에세이 영국 셰익스피어 『햄릿』 역사상 최고의 극작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우신예찬』 당시 유럽의 지적 군주 스페인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소설계에 미친 엄청난 영향 한 권씩만 뽑다보니 불가피하게 빠진..

다이애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영화 를 보러 가는 기대감의 정체는 호기심이었다. 화려하게 보였던 그녀의 삶 그리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녀의 죽음! 그렇다. 무엇보다 그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이 궁금했다. 영화는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지 못했지만, 호기심 충족이 아닌 다른 것으로 기대감을 채웠다. 영화 의 관심은 '그녀의 죽음'이 아니라 '그녀의 삶'이다. 다이애나가 어떤 여자였고,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서 다이애나라는 사람의 일면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것이 감독의 의도였으리라. 나의 리뷰도 영화를 통해 이해한 다이애나에 대한 단상들이다. '당신은 다이애나를 아는가? 그녀는 어떤 사람인가?' 1. 다이애나는 머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가슴으로 '느끼는 사람'이다. 전략이나 전술은 그녀의 단어가 아니다...

어느 서른 살에게 보내는 편지 (2)

전문성을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사회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을 땐 그 어려움을 얕보기 쉽다. 타고난 기질에 따라 회의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근거 없이도 낙관하는 사람이 있는데 후자의 사람들이 더욱 그렇다. 두고 볼 일이지만, 아마도 너는 후자에 속할 것이다. 너도 그리 생각한다면,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게다. 어느 회사의 신입사원 환영회장에서 사장님이 강연하셨을 때의 일이다. 사장님은 시시한 훈화 말씀이 아닌 사회 생활에 요긴하게 쓰일 멋진 강연을 하셨다. 내용 중의 일부를 전한다. (내 언어로 각색됐지만 요지는 그대로다.) "여러분, 저는 한 신입사원의 말을 듣고서 매우 흐뭇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의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열정적으로 일할 것이라 했습니다. 그..

여운이 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3관왕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감독 장 마크 발레)을 보았다. 에이즈 감염으로 30일 시한부 인생을 선고를 받은 한 남자의 실화다. 감동과 성찰을 안기는 실화! 그는 불합리한 이익 집단(미국 식품의약국)에 맞서며 7년을 더 살았다. 그 과정에서 금지된 약물을 판매하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들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처한 에이즈 환자들을 생명을 연장시켰다. 영화의 여운은 진했다. 1. 주인공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는 거친 사내다. 동성애자는 아니지만 섹스를 즐기고, 로데오 경기에서 돈을 떼먹고 달아나는 식이다. '도무지 나랑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겠군' 영화 초반에서 느낀 감정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즈음, 나는 론에게 빠져버렸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고, 금지된 법..

어느 서른 살에게 보내는 편지 (1)

1. 꼰대 같은 어른들이 있다. 유연한 사고를 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의 어른들 말이다. 나도 머잖아 40대가 될 텐데, 훌륭한 어른이 되지는 못해도 골치 아픈 어른만큼은 피하고 싶다. 서른 일곱의 내가, 마흔의 나에게 건네는 당부의 말이다. 헤이 마흔아, 꼰대가 되지는 마시게. 한편, 서른이 되어도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도 있다. 나이에 걸맞는 독립심을 갖추지 못하면 어른스러움과도 멀어진다. 그러니 그대 서른아, 한껏 독립적인 사람이 되시게. 무엇이 독립적인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 무엇보다 책임감을 꼽고 싶다. 책임의식의 차이가 곧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라 믿는다. (회사에서도 (능력이 아닌) 책임감의 차이가 부하와 상사의 가장 큰 구별점이라고 생각한다.) 2. 독립하면, 지금까지는 엄마가 해 주..

<인문학 길라잡이>에 오신 분들께

1. 어제 유인물에 제대로 인쇄되지 않았던 표는 위와 같습니다. 인문정신이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에 대한 답변들의 목록입니다. 합리성, 감수성, 자유, 비판은 제 견해고요. 하나의 편견에 불과합니다. 또 다른 편견을 만나 점점 더 편견으로부터 벗어나시기를 바랍니다. 앞서 말한 네 가지가 보편적 인문정신이라면, '무엇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가'에 대한 답변들은 개인적 인문정신이 될 것입니다. 보편적, 개인적 인문정신을 찾아가는 것이 곧 인문학 공부의 유익이고, 목적입니다. '나에게 필요한 인문정신은 뭘까?' 이 화두를 품고서 문사철 식견과 예술적 감성을 키워가는 것이 곧 인문학 공부이고요. ^^ 2. 지식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정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저자로 '강신주' 선생을 추천..

나의 초상 (6)

1. 메일의 내용을 다 쓰고 나면 곤혹스러운 일이 남는다. '어떻게 끝맺어야 하나?' 항상 건강하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건강이나 행복을 기원할 때에 이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더욱 건강하세요, 혹은 자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불교 경전 에는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는 말이 나온다.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고 탐욕이 빠지면 도에서 멀어지기 까닭이란다. 내가 인삿말을 신중히 고르는 것은 도에서 멀어질까 두려워서가 아니다. 실제로 인생살이에 병 없이 사는 사람이 없고, 좋은 일만 벌어지는 인생은 없는데, 그걸 뚜렷히 목격하면서도 "좋은 일만 생기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허망하기 때문이다. 2. 나는 언제 책을 읽는가? 잠..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밤

1. 고향 후배들이 연구실에 오기로 했다. 약속 시간이 다가오면서 설레였고 기다려졌다. 수년만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서둘러 일정을 마무리하고 연구실로 향했다. 사실 마무리가 아니라 도주였다. 오늘 난 강연회에 참석했었고, 자리를 뜰 때엔 박원순 서울시장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다음 강연자는 하버드대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해피어』, 『완벽에의 추구』 등의 저자 탈 벤 샤하르였다. 서둘러 오기엔 조금은 아까운 기회들이었다. 강연회를 모두 듣고 와도 약속시간에 늦지 않을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먹을 거리와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하고 싶었다. (외국 강사의 통역 강의는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결정에 한 몫을 했다.) 나는 강연장을 빠져나왔다. 어떤 와인을 딸까? 와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