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 들어섰다. 카운터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인기척을 들은 직원이 달려왔다. "예약하셨어요?" 딱딱한 말투다. 나는 예약을 하지 않았다. 뭔가 잘못했나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말투였고, 난 '위축'되었다. 다시 물어온다. "담당하시는 선생님 있으세요?" 자신감이라고는 조금도 갖지 못한 소년처럼, 오른손으로 왼팔을 쓰다듬으며, 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예약 안 했어요. 컷팅은 강희 선생님께 했었어요." "잠시만요. 강희 선생님께 어떠신지 여쭤보고 올께요." 여쭤보고 온다? 그녀가 허락하지 않으면... 헤어컷을 못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 뜻은 아닐 테지만, 그녀는 다소 강압적인 투로 혹은 직원중심적인 언어로 말하긴 했다. 나는 강압적인 사람 앞에서는 기가 죽는다. 연약한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