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068

나는 왜 미용실이 무서울까?

미용실에 들어섰다. 카운터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인기척을 들은 직원이 달려왔다. "예약하셨어요?" 딱딱한 말투다. 나는 예약을 하지 않았다. 뭔가 잘못했나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말투였고, 난 '위축'되었다. 다시 물어온다. "담당하시는 선생님 있으세요?" 자신감이라고는 조금도 갖지 못한 소년처럼, 오른손으로 왼팔을 쓰다듬으며, 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예약 안 했어요. 컷팅은 강희 선생님께 했었어요." "잠시만요. 강희 선생님께 어떠신지 여쭤보고 올께요." 여쭤보고 온다? 그녀가 허락하지 않으면... 헤어컷을 못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 뜻은 아닐 테지만, 그녀는 다소 강압적인 투로 혹은 직원중심적인 언어로 말하긴 했다. 나는 강압적인 사람 앞에서는 기가 죽는다. 연약한 사람 ..

카테고리 없음 2013.09.01

의식주 놀이가 시작되다

1. 여행 후의 첫날인 31일은 여행 뒷정리를 하며 보냈다. 세탁기만 4번을 돌렸는데, 아직 한 번 더 돌릴 빨랫감이 남았다. 상의 속옷들인데 분량이 적어, 좀 더 모아서 빨래하기 위해서다. 여행 때 입었던 옷이 많진 않으나, 드럼 세탁기가 적은 용량이고, 빨랫감 별로 돌리다 보니 3번을 하게 됐다. 그 중에는 가방 세척도 들어간다. 난 여행 후엔 가방을 세척한다. 가방은 먼지와 세균 투성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가방을 아무곳에나 놓는다. 비행기내 바닥, 길거리, 상점 바닥, 심지어는 화장실 바닥에 놓는 이들도 있다. 영국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성인 여성의 28%는 화장실 변기보다 자기 가방의 손잡이와 바닥에 묻은 세균이 더 많다. 많은 여성들은 그러한 가방을 침대나 책상 위에 올려놓곤 한다. 나는 바닥..

와우그랜드투어 베스트 장면

2013년, 나를 포함한 10명의 와우들이 호주로 그랜드투어를 다녀왔다. 아주 알찬 일정이었다. 호주에 이민을 간 와우팀원 덕분이었다. 와우그랜드투어를 위해 4번에 걸쳐 스터디를 하고 준비한 것 역시 각자의 여행을 더욱 진하게 만든 요인이었을 것이다. 홍콩(1일) - 애들레이드(3일) - 그레이트오션로드(1일) - 멜버른(2일)으로 이어졌던 일정에서 베스트 장면 다섯 가지를 꼽아 보았다. 5. 멜버른 밤거리를 투어하다. 5일 내내 차를 타고 다니다가 멜버른에 도착해서는 걸어서 밤거리를 구경했다. 디그레이브스 거리에 있는 RMB에서의 식사도 흥겨웠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도시 중의 하나인 멜버른의 밤거리를 구경하는 맛도 신났다. 4. 홍콩의 침사츄이 야경에 빠지다 홍콩 야경이 장관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

카테고리 없음 2013.08.30

시드니여, 잘 있거라!

1.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어젯밤부터 생각했다. 나는 맨리(Manly) 비치에 가고 싶었다. '본다이'가 젊은이들을 위한 비치라면, 맨리는 가족을 위한 비치 휴양지란다. 나는 젊다. 하지만 가족을 위한 휴양지를 좋아할 만한 나이도 되었다. 맨리로 가고 싶은 이유다. 또 하나의 이유가 더 있다. 본다이가 더 유명하다. 그것이 이유다. 나는 너무 유명한 곳에 가는 곳보다 나만의 장소가 될 만한 곳에 가는 게 더 좋다. 11시, 체크 아웃 시간이다. 나는 체크아웃을 할 때까지 오늘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하지 못했다. 갈등했다. 맨리로 갈 것인지, 아니면 호텔에서 가까운 달링하버에서 시간을 보낼 것인지. 전자의 유익은 페리를 타고 오페라하우스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명한 비치에 간다는 것이다. ..

카테고리 없음 2013.08.29

균형이 힘든 한가지 이유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고, 나는 눈을 떴다. 줄리 런던과 왁스의 음악을 들으며 마지막 짐 정리를 했다. 아침 식사로 딸기와 오렌지 그리고 호주 배를 먹었다. 크래커에 치즈를 발라 먹은 것도 기분 좋은 포만감을 준다. 창 밖을 바라보았다. 3층이라 시티의 전망이 보이기보다는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과 상점들이 보인다. 시력이 좋다면 사람들의 표정도 보이겠지. 길 건너편에 있는 백패커하우스 'WESTEND BACKPACKERS'가 눈에 들어왔다. 어젯밤 식사를 하기 위해 오가면서도 보았던 곳이다. 무료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이고, 하룻밤 숙박료는 30불 내외일 것이다. 이곳은 하루 인터넷 사용료가 15불이다. 이곳의 가격이 터무니없다거나 불만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저곳은 인터넷 스피드가 터무니 없을지도 모르니..

카테고리 없음 2013.08.29

2013 호주 여행을 성찰하다

오후 6시, 호텔을 나섰다. 20분 즈음 눈을 붙인 덕분에 몸은 조금 나아졌다. 어딘가가 아팠던 것은 아니다. 다만 눈이 조금 시렸다. 오늘 오전부터 생긴, '통증'까지는 아닌 조금 불편한 '증상'이다. 20분은 시린 눈을 달래기 위한 잠깐의 휴식이었다. 점심은 거리에서 '치킨 브리또'로 떼웠으니 저녁식사는 조용한 곳에 앉아서 먹고 싶었다.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밤이기도 했다. 식사를 하며 여행을 정리하기 위해 펜과 수첩을 들고 나왔다. 비스트로(bistro)는 시끌할 테고, 어두운 분위기의 레스토랑이나 거리의 테이블에서는 뭔가를 끼적이기가 힘들 것이다. 호텔을 나서면서 생각해 둔 곳이 있었다. 택시를 타고 우회전을 할 때, '바이브 호텔'을 보았다. 킹스크로스에 머물 때 묵었던 호텔이었다. 시드니 곳곳..

카테고리 없음 2013.08.28

여유를 잃은 채 보낸 하루

오늘은 포시즌즈 호텔 체크아웃을 해야 하는 날이다. 이런 날엔 짐을 싸서 체크아웃을 하고, 새로운 숙소로 이동하여 체크인을 하느라 오전이 훌쩍 지나간다. 체크아웃을 하고서 짐을 맡겼다. 아직 오늘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기에 근처 카페에 가서 해결하고 짐을 찾아가면 된다. 아직 오전이니 숙소를 예약할 시간은 많다. 호텔 2층으로 가서 글을 조금 썼다. 포시즌즈 호텔의 2층과 3층에서는 글을 쓸 수 있는 테이블도 많고, 차 한 잔을 하며 잠시 이야기를 나눌 소파도 많다. 이야기를 나눌 만한 동행은 없었지만, 언제든지 앉아서 글을 쓸 꺼리는 많았다. 나는 테이블에 앉았다. 어제도, 그제도 앉았던 곳에. 그리고 글을 조금 썼다. 많이 쓰지는 못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부산했다. 호텔을 나섰다. 마음 같아서는 멋..

카테고리 없음 2013.08.28

내 삶의 맛나는 비타민, Jazz

눈을 뜨자마자 재즈를 들었다. 듀크 엘링턴과 콜맨 호킨스가 만나 함께 연주했던 를, 나는 대학 1학년 때 처음 들었다. 대학 생활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던 중이었다. 공부도 재미 없었고 과 동기들과도 어울리지 못했다. 전공수업으로 청강하던 정역학과 공업수학이란 과목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학 첫 수업 때 바로 알았다. 길을 잘못 들어선 운전자처럼 당황했던 시절이었다. 그때 내게 힘을 주었던 것은 신앙생활과 독서였다. 두 가지와 함께 언급하기엔 영향력이 적지만, 음악 역시 내게 도움을 두었다. 음악은 내게 때로는 휴식으로, 때로는 기쁨으로, 때로는 영감으로 삶의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해 주었다. 비타민은 필수 영양소다. 하지만 소량만이 필요하다. 음악은 내 삶에 즐거움을 주는 필수품이지만, 항상 ..

Think About Your Future!

시드니 여행일지 (2013년 8월 22일) 1. 오전 시간을 MSM 카페에서 보냈다. 시드니 헤이마켓 인근의 호텔에 묵으면서 자주 애용한 카페다. My Sweet Memory라는 말의 이니셜을 따온 이름만큼이나 내게는 달콤한 기억으로 남을 공간이다. 로맨스를 만났거나 애틋한 추억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글을 썼고, 잠시 책을 읽었고, 차를 마셨을 뿐이다. 글쓰기와 독서 그리고 차 한 잔의 여유는 내 삶의 즐거움이다. 내게는 충분히 달콤한 추억이다. 시드니에 도착한 첫날, '마켓시티'(차이나타운에 있는 쇼핑몰)에서 저녁 식사를 먹고서 '조지 스트리트'의 남단을 거닐었다. 대부분의 카페가 9시 경 문을 닫았기에, 밤 11시까지 영업한다는 MSM 직원의 말에 흐뭇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오늘 숙소..

♣ Life is Travel 2013.08.22

시드니에서 만난 첫번째 인연

달링 하버를 유람하던 중이었다. 킹 스트리트 워프(wharp) 앞을 지날 때였다. 한 여인이 벤치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그녀는 끼적이지 않았다. 한 줄 쓰고 생각에 잠기고 또 잠시 후에 뭔가를 끼적이는 식이 아니라, 물 흐르듯이 노트의 페이지를 넘겨가며 문장들을 쏟아냈다. 나도 근처에 앉아 뭔가를 쓰고 싶어졌다. 나는 곧 쓸 꺼리가 떨어졌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쓰고 있다. 처음에는 '쓴다'는 것 자체에 관심이 갔지만, 나중에는 '작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녀는 작가일까?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기다렸다. 그녀의 영감이 바닥났나, 할 말이 끝이 났나, 그녀는 아무튼 펜놀림을 멈추고 노트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녀가 자리를 뜨기 전에 얼른 곁으로 가서 앉아도 되는지를 물었다..

♣ Life is Travel 201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