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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둘러싼 진실은 어디에?

세월호 사건 이후, 줄곧 TV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 일주일 내내 그리하다가, 궁금함과 의혹에 대한 지식을 좀 더 얻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첫 반응은 허탈감이었다. 공중파 뉴스에서 다룬 내용과 현장의 목소리가 상당 부분 달랐기 때문이다. 블로거 방문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세 개의 동영상이 있다. 첫째로는, 흥분하셨지만(그럴 수 밖에 없으신 상황이다) 사고 당일과 이튿날 현장의 구조 실정을 알려주는 어느 학부모의 영상이다. (어제 포스팅에도 공개했던 영상이다.) 두번째 영상은 29일(화)에 공개된 자료다. 27일(일) JTBC 뉴스에서는 고 박수현 군 아버지가 보내온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 손석희 앵커의 태도와 멘트는 적절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편집본을 내보냈었다. 시청하면서도 왜 ..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

나는 해양이나 선박 전문가도 아니고, 평소에 정부의 행보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저 열흘이 넘는 동안, 틈만 나면 세월호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본 일개 국민입니다. 뉴스를 보며 들었던 생각 중 일부를 적었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그런 능력은 전혀 없습니다), 세월호의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입니다. 1.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니 11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세월호 뉴스를 보기 위해 TV를 켰다. JTBC에서는 드라마 가 방영 중이었다. 다른 방송 채널로 돌렸지만 세월호 소식을 전하는 곳은 없었다. MBC에서는 , EBS에서는 라는 화해 상담 프로그램, TV 조선에서는 을 내보내고 있었다. 먹먹했다. 세월호 참사도 이렇게 서서히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구나, 싶었다. 물론..

어느 유쾌한 승무원의 눈물

"지금 배가 많이 기울었다. 아이를 구하러 가야 한다.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아이 등록금으로 써라." 세월호 승무원 양대홍 사무장이 아내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내용이다. 그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음을 직감한 듯 했다. 아니, 어쩌면 아이들을 구하기 전에는 배를 버릴 생각이 없다고 결심이라도 하는 듯 하다. 양대홍 사무장의 생존 당시 방송 출연 영상을 보고 나는 펑펑 울었다. 세월호에는 또 한 명의 영웅이 있었다. "승무원은 마지막이야"라고 말하며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배에 남았던 박지영 양! 미국의 한 언론은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버릇없음이 아니라 모범없음이다

일요일 저녁, 중요한 일정을 마친 터라 피곤한 몸으로 귀가했습니다. TV를 켜고 세월호 소식부터 챙겼습니다. 뉴스 방송을 찾아 채널을 돌리는 동안, 내 안의 이성이 말합니다. '벌써 열흘하고도 삼일이나 지났으니 생존자는 없을거야.' 이성의 목소리에 뒤이어 희망도 말합니다. '혹시 기적이 일어났을지도 몰라.' 체념합니다. 구조자 수가 174명 그대로입니다. 사고 이후 내내 (정부의 집계 오류를 제외하면) 구조자 수는 변함이 없습니다. 사고 당일을 제외하면 사망자만 늘었을 뿐입니다. 참사 때마다 드러났던 관료주의와 대충주의 그리고 무책임한 리더십도 그대로입니다. 이번엔 탐욕적인 기업인의 부정부패까지 결들어졌고요. 오늘 JTBC 9시 뉴스는 팽목항 현장에서 진행했습니다. 손석희 앵커 뒤로 보이는 컴컴한 팽목항..

단편소설의 대가를 스승으로!

소녀는 자신의 남동생과 함께 자주 친구와 어울렸습니다. 세 아이는 모두 문학에 대한 자질이 뛰어나 어린 시절부터 잘 맞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소녀는 아들을 둔 어머니가 되었고, 친구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 아들이 프랑스 단편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기 드 모파상이고, 소녀의 친구는 사실주의 소설의 경전 『보바리 부인』을 쓴 플로베르입니다. 안타깝게도 소녀의 남동생은 지나친 공부와 심장병으로 20대에 요절했고요. 모파상의 어머니는 아들을 지극히 사랑했고 재능을 키워주고 싶어, 어린 시절의 친구 플로베르에게 아들을 지도해 주기를 부탁했습니다. 모파상은 어머니의 편지를 들고 플로베르를 찾아갔습니다. 스승의 나이 52세, 제자의 나이 23세의 일인데, 그들의 사제관계는 플로베르가 세상을 떠난 1980년까지 이어..

어느 평범한 날의 7가지 일상

1. 미뤄왔던 몇 가지의 일을 처리했다. 처리한 일은 빙산의 일각이고 해야 할 일들이 여전히 많이 남았다. 일감 바구니의 넘침은 최근 일주일 동안, 세월호 침몰 소식을 접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 탓도 있지만, 평소의 게으름과 미루는 습관 탓이 더 크다. 이번 주 내내 박차를 가해야겠다. 2. 아픈 친구에게 전화했다. 목소리에서 아픔이 묻어났다. "목소리가 안 좋네, 아프냐?"가 나의 첫 인사였고, "잘 쉬셔" 가 끝인사였다. 통화 내용은 뻔했다. 기력이 없어서 누워 있다는 얘기, 언제가 특히 아팠다는 얘기 등등. 또 하나의 뻔한 사실 : 내가 해 줄 말이 거의 없다는 것. 3. 헤어컷 할 시기를 또 미루고 있다. 구렛나루 머리칼이 엄지손가락 길이가 될 정도다. 이번엔 짧게 잘라볼 생각이다. 진행 중인 탈..

타이타닉호 선장은 정말 영웅인가?

5일 동안 날마다, 슬프고 답답한 마음으로 세월호 침몰 현장 속보를 접했습니다. 뉴스 시청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생존자들의 구조 소식을 간절히 기다렸지만 엿새째인 오늘까지 무소식입니다. 침통한 감정에 잠겼다가 가끔 이런저런 생각도 했습니다. 3가지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1.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뱃사람의 자랑스런 전통을 져버린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 뉴욕타임스는 그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언론은 일제히 이 소식을 전하며 영웅적 리더십을 보인 '스미스 선장'을 덧붙여 소개했다. 1912년 타이타닉호와 함께 바다 속으로 침몰한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 당시 선장과 선원들은 어린이들과 여성을 먼저 탈출시켰다. (남성 생존율이 20%에 불과했지만, 여성 생존율은 74%에 달했다.) 한 ..

세월호 참사, 침통한 주말

1. 눈만 뜨면 TV를 켠다. 밤새 한 명이라도 구조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나흘 연속으로 실망뿐이다. ‘1초가 시급하다’는 뉴스 자막의 말에 화가 치민다. 1초? 1초라고! 벌써 72시간도 더 지났는데 1초라니, 현실을 모르는 뜬구름 같은 말이라 허망하다.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소식에 울음이 차오르더니 눈물이 뺨을 흐른다. “선실이 더 안전합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아, 빌어먹을 안내방송! 도대체 어떤 연유로 이런 참담한 안내를 했단 말인가. 아이히만처럼 끔찍이도 순응적인 선원의 무지 탓일까. 상황파악과는 도무지 거리가 먼 선장의 무능한 판단력 때문일까. 공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기적인 리더십의 소산일까. 답답하다, 정말. 2. 오늘은 지인들과 와인박람회에 갔다가 저녁에는 와인 시음회를 하려던..

리어 왕과 세 딸들에 관한 단상

셰익스피어의 은 욕망의 몰락을 다룬 비극이다.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을 던지는 리어왕의 어리석음, 거짓을 일삼는 딸들의 탐욕, 형제마저 죽이려 드는 그녀들의 욕정, 이 비극은 모두 끝없는 욕망의 결과다. 여기에 글로스터 백작의 아들 에드먼드의 욕망까지 곁들여져 은 그야말로 추악한 드라마가 된다. 나는 셰익스피어의 막장 드라마를 좋아한다. 막장이어서가 아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극한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보여준 세상의 일면은 무엇이었나? 우선 제1막의 줄거리부터 요약해 둔다. 리어 왕은 브리튼의 국왕이다. 왕은 너무 늙어 세 딸 고네릴, 리건, 코델리아에게 국토를 나누어 주기로 결정했다. 그는 딸들에게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묻는다. 고네릴과 리건은 과장되이 표현하여 국토의 1/3씩을 얻었다..

무엇이 암을 이겨내게 하는 걸까?

1. 어제는 친구가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몸이 아파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기차를 놓친 친구를 20분 정도 기다렸다. 홀로 병원을 둘러보았다. 낯설어서가 아니다. (그간 많이 익숙해졌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다. 이른 아침과 야간 시간을 제외하면, 아산병원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곳엔 환자와 방문객들로 넘쳐난다. 우리는 자신이 머무는 곳만 인식하며 산다. 회사에 있으면 평일날에도 롯데월드와 남이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지를 모른다. 나도 유럽여행을 하면서야 배낭여행자들이 참으로 많음을 깨달았다. 당연했다. 유럽 배낭여행자들을 한국에서는 만날 순 없을 테니까.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은 세상의 실체가 아니다. 저마다의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