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골 술잔치 한 잔 두 잔 술잔이 잘도 비워지던 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이 오고갔던 시간 파전과 막걸리가 사라지면 금세 “여기요” 했던 사내들 사람 좋고 기분이 좋아 나도 모르게 홀짝 홀짝 한 두 번은 벌컥 “형님! 제 생각이 맞는지 한 번 좀 들어봐 주쇼.” 나도 끼어들고. 형님은 아우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고갤 끄덕이며 얘길 듣더니 장광설을 쏟아내고. 환한 대낮에 시작한 술자리가 두 번이나 바뀌더니 시간은 흘러 자정을 향하네. 들어올 땐 쌀쌀했던 늦가을인데 나설 때에는 몸이 뜨겁고 마음은 봄이로다. 달달하다고 속삭이며 한잔만 더 달라하던 위장은 귀갓길에 춤을 추기 시작했네. 이튿날 하루 종일 집에 드러누워 내 뱉는 후회, 다시는 주량을 넘지 말자. 후회마저 밀어내는 어젯밤 대화의 훈훈함 그리고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