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연말을 보냈다. 눈물 없이 지낸 날이 없었다. '관계의 상실'로 아프도록 슬펐고, 앞으로 들이닥칠 '상실의 예감'으로 고통스러웠다. 며칠 밤은 불면으로 지새워야 했다. 시공간마저 내 편이 아니었다. 집에 머물면 답답해서 밖으로 나가야 했고, 밖을 나돌면 불안해서 집으로 들어와야 했다. 과거와 미래도 나를 옥죄어왔다. 이별한 연인과 사별한 인연들 그리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또 다른 상실들! 세상 어디에도, 인생을 더 살아도 '탈출구가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공포감을 느꼈다. 우울증인가 싶어 관련 책을 뒤적였다. “인간의 모든 지적 생산물은 ‘생각’의 결과이며, 우울증 환자는 순수하기 짝이 없는 ‘생각하는 인간’이다. 그들은 우리가 평소 소홀히 넘겨 버리는 사소한 것들까지도 예민하게 짚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