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친구는 두 달 동안 한 번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로 요양을 해야 했다. 세월의 자비와 인간의 위대한 치유력에 힘입어 꼭 두 달째 되는 날에 녀석은 나와 함께 외출했다. 수술 후 첫 외출이었다. 친구는 감격스러워했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친구는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했다. 선물을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그 일을 오늘 하잔다.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들어섰다. 볼펜과 만년필을 파는 몽블랑, 파버카스텔, 파카 매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몽블랑까지는 못 사주지만, 괜찮은 거 골라보자.” 녀석은 나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 펜들을 살폈다. 오늘 꼭 사야 한다며 곧 죽을 사람처럼 구는 녀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친구는 단호했다. “니가 오랫동안 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