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547

나는 왜 이 글을 썼을까

1. 평생동안 우리가 진정 사랑했던 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당신이 좋아하는 다른 것과 비교하면, 이를 테면 책을 좋아한다면 읽은 책의 권수, 여행을 좋아한다면 여행을 갔던 도시들과 견주면 사랑의 숫자는 더욱 초라해진다. 대다수가 이런 상황이라면, 이것은 우리가 형편없이 살아서가 아니다. 우리는 사랑하기 힘든 존재인 것이다. 아름다운 삶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숫자를 늘려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름다움을 논하려는 건 아니다. 내가 궁금한 것은 다음의 질문이다. 상실은 우리를 어떻게 바꿀까? 이 글을 쓰게 한 동기이기도 하다. ('상실이 우리를 바꾸기나 하는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나는 부럽다. 소중..

2015년 성찰일지 (1)

2015년이 보름 남짓 지났다. 사람의 생애 첫 한 두 해가 비슷하듯이 누구나 새해 첫 한 두 주는 비슷하게 보낼 것이다. 새해 결심을 그런대로 지켜낸다는 점에서 말이다. 나는 2주를 그런대로 잘 살았다. 헤르페스 각막염이 살짝 재발했지만 이내 가라앉았고, 힘든 일이 있었지만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소통에 임했다. 철학 수업 준비에도 성실히 임했고, 날려버린 원고의 처음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지난해보다 성장한 나로 올해를 살고 싶었기에. 1. 고트프리트 마르틴 『진리의 현관 플라톤』, 미하엘 보르트 『철학자 플라톤』. 플라톤 이해에 도움을 얻은 두 권의 책이다. 남경태 선생의 『개념어 사전』은 읽다가 너무 쉬워서 내려놓았다. 『문학비평의 이해와 활용』이라는 책은 교과서적인 책인데, 비평은 혼자..

명실상부가 나를 위로하다

1. 명실상부한 삶은 오랫동안 나의 바람이었다. 명실상부의 적은 내면에 존재한다. 허영심, 불성실, 자기기만은 대표적인 적이다. 필요 이상의 겉치레를 자주 하거나 실제보다 많이 아는 척하는 허영심. 필수적 노력마저 기울이지 않는 불성실. 타인의 부정확한 칭찬을 듣고 자신이 그 정도는 아닌 줄 알면서도 제3자에게 퍼트리는 자기기만. 나는 3가지를 명실상부를 방해하는 악덕으로 여기고, 이것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노력했다. 외부에도 강력한 적이 있다. 사람들의 착각도 명실상부를 위협한다. 사실 누구나 종종 착각한다. 헷갈리게 기억하거나 사물을 혼동한다. 때로는 사람에 대해서도 착각하는데, 실제보다 과소평가 또는 과대평가한다. 과소평가는 그럭저럭 괜찮다. 인생살이에서 오해는 불가피하니까.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의..

오늘 나는 아르키메데스다

1. 나는 배움을 즐긴다. 즐길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주, 많이, 부지런히 배운다. 배움은 나의 일상이다. 신형철은 "자부도 체념도 없이 말하거니와, 읽고 쓰는 일은 내 삶의 거의 전부"라고 썼다. 그 말을 부러움이나 절망감 없이 멋지다고 여겨왔다. 정말 그의 삶이 부럽지는 않았다. 읽고 쓰는 즐거움을 몰라서가 아니라, 나는 여행, 만남, 와인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형철의 푯대를 향한 듯한 헌신적 모습을 갈망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가 오롯히 하나의 우물을 파는 느낌이라면, 나는 산만하게 들쑤시고 다닌다. 2. 엊그제 (2014년 1월 5일자) 신문을 읽다가 '울리히 벡'의 부음 기사를 읽었다. 『위험사회』라는 저서로 유명한 사회학의 거장 벡은(1944~2015)은 산업사회를 성찰..

2015년을 향한 포부와 결심

어제 식사를 건강하게 먹고 밤새 잘 잔 덕분인지, 새해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했다. 몸은 가벼웠고 기분이 좋았다. 새해에 가장 먼저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놓고 아침식사를 살뜰하게 챙겨 먹었다. 희망찬 기운을 품고 한 해의 소원도 계획했다. 책상 정돈을 하면서 기분이 더욱 맑아졌다. 아프지 않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산뜻하게 시작한 오늘 하루가 며칠 동안 노력한 결실이라 생각하니, 은근히 기뻤다. 『잠의 사생활』은 수면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문헌을 탐구하고 전문가를 취재한 결과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내가 전문가들과 대화하면서 배운 가장 귀한 교훈은 잠을 잘 자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결론이지만, 어디 잠만 그런가. 건강, 행복, 친밀함, 사랑 ..

뛰어난 학습자가 되는 길

수잔 손택은 제게, 비평이 얼마나 멋진 작업이고 에세이가 얼마나 지적이고 유려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인물입니다. 를 읽으며 명료함에 감탄했고, 『우울한 열정』에 실린 롤랑 바르트 추모글에 무릎을 쳤습니다. 그녀가 ‘존 굿맨’을 사모했던 에세이는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녀는 감수성과 지성을 겸비한 탁월한 지식인이었습니다. 손택의 사망 3주년 기념 평론집 『문학은 자유다』 프롤로그에서, 그녀의 아들은 어머니를 이리 표현했습니다. “어머니는 찬미에 뛰어났다. 숭배는 어머니의 제2의 천성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숭배의 달인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존 굿맨’에 관한 글에는, 오랫동안 한 작가(굿맨)의 모든 글을 읽어 온 충실한 독자(손택)가 묘사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숭배한다는 것은 열등함을 의미하는 것..

자기다움을 위한 마지막 부탁

여전히 자기다움이 무엇인지 궁금한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자기다움은 소원과 의무를 조화시켜가는 노력에서 발견되는 과정일 뿐 완성은 없다.” 자기다워지려면 마음 속 '소원'과 관계 속 '의무'를 생각하고 실천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용기’를 내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사랑’을 발휘하여 해야 하는 일을 완수하다 보면, 자신의 존재 이유가 하나씩 드러날 것입니다. 지금 당장 시도해야 할 세 가지 일이 있습니다. 성찰, 실천, 공부입니다. 1) 올해가 끝나기 전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성찰’하세요. 2) 성찰꺼리를 하나씩 ‘실천’하세요. 이것이 자기다움의 여정입니다. 3) 자기다움에 필요한 가치, 용기와 사랑을 ‘공부’하세요. 용기는 주체적 자아를, 사랑은 관계적 자아를 완성하..

인식의 변화가 성공을 돕는다

SSD에 저장된 데이터를 유실한 힘겨움을 소비 지향적 삶으로 달랬습니다. 한동안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들락거렸고, 온라인 쇼핑을 즐겼던 날들입니다. 오래된 허기를 달래려고 허겁지겁 음식을 삼키는 이처럼, 나는 깊은 허망감을 달래기 위해 이런저런 물건을 사들였습니다. 옷과 시계를 샀고, 패션 잡지를 읽었지요. 이번에 구입한 가죽 가방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구매지만, 스마이슨 수첩을 산 것은 과소비였네요. 30대 남성들을 위한 루엘(luel)을 매달 구독하는데, 패션 잡지 속에는 새로운 세계가 존재했습니다. 옷과 가방은 어찌나 비싼지 구입할 엄두가 안 납니다. 지금까지의 소비 패턴에 대한 후회도 들었습니다. 책 구입에 쓴 돈이 1억 원이 넘는데, 그 중 일부라도 ‘패션과 외모에 투자했다면 이 지경까지는 ..

효율성만으로는 부족하다

2009년 3월에 쓴 입니다. 당시 포스팅을 옮겨 놓습니다. 장면#1. 강습비가 아깝다는 생각 기회가 되면 수영을 배워야지! 수개월 전부터 품어온 생각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적당한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여행이나 지방 강연을 자주 떠나기에 한 달에 서너 번은 빠져야 했다. 비싼 강습료를 생각하면 그럴 순 없다. 적당한 배움의 기회는 결석 없이 참가할 수 있는 시기라 생각했다. 나의 현실은 다음과 같다. 수영 강습을 미뤄온 것은 사실이고, 직업과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개근할 수 있는 달은 오지 않을 것이다. 장면#2. 언제나 효율이 최고라는 생각 수영을 시작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했다. 등록 기간을 놓쳤다. 등록하지 못한 원인도 한심하다.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는 집착 때문이다. 수영장까..

친밀함을 누리는 비결

2009년 1월에 썼던 7편을 포스팅합니다. 친밀함에 대한 글입니다. 40년 이상,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들의 삶을 연구한 조지 베일런트 박사는 말합니다. "삶에서 중요한 단 한 가지는 당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입니다." 사회성이야말로 삶을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게 만드는 요소라는 것이 그의 견해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외로움을 이해하고 친밀함을 추구하라 2년 전, 그는 내게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는 꽤 충격적인 것이었기에, 나는 그와 어디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내가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그가 어떤 표정으로 이야기했는지에 대해서도 생생히 기억난다. 우리는 대화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분위기의 어느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살아 있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