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547

어느 자격지심자의 고백

- 2015년 11월 07일 나는 자격지심이 심한 사람이다. 목표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면 달성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의 목표를 모조리 공유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무엇보다 달성 못할까 부끄러웠고(걱정을 사서 하다니!), 나의 사적 영역을 남겨 두고 싶기도 했다(대단한 것도 없는데!). 목표는 내게 자극을 주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자기경영을 추동하는 글에서 목표를 여러 밝히긴 했지만, 일부의 것을 숨겼다. 날것 그대로가 아니었다. 글을 공개하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쓴 글을 A, B, C로 구분하여, 주로 B급을 공개한다. 포스팅과 마음편지 용의 글들이다. A급은 집필용이다. 처음부터 세상에 내 놓을 요량으로 썼거나, 쓰고 나니 매우 마음에 드는 글이 된 경우다. A급은 ‘언젠가’ 책..

일하는 베짱이, 조르바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 놓겠는데, 마음이 내켜야 해요. 분명히 해둡시다. 나한테 윽박지르면 그때는 끝장이에요.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p.24) 『그리스인 조르바』의 초반부에 나오는 말로, 조르바가 새로 만난 주인과 나눈 대화입니다. 많이 회자되는 구절이죠. 특히 다음의 짧은 물음과 답변은 강렬한 울림마저 줍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소설 속 화자는 조르바를 처음 만난 날에 단박에 매료되었습니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

새 출발을 위한 책읽기

1. “저는 올해 생일날 다시 태어났어요. 이 마음을 기념하기 위해 읽을 만한 책이 있을까요?” 와우팀원의 물음에 나는 그에게 맞춤한 다섯 권의 책을 추천했다. 한두 권이 아닌 다섯 권이나 된 까닭은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내 고질병이 도진 결과였다. 꼭 다섯 권을 읽어야 재탄생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단 한 권만, 아니 단 한 페이지로도 누구나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변화와 도약은 책읽기가 아닌 결심으로 이뤄지니까. 결심만으로 삶을 바꿀 수는 없지만, 단호한 결심 없이는 꾸준한 실천도 없다. 2. 나도 추천한 책들을 읽고 싶어졌다. 자기 상황에 맞는 책읽기는 독자를 더 멋진 삶으로 인도한다. 그런 독서는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이라는 컨셉으로 오직 나를 위한 목록을 선정했다. 목록이 처음에는..

그윽한 인생을 만드는 단어

1. 이해(理解)는 중요한 단어다. 이보다 중요한 단어가 있을까 하는 생각될 정도다.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하는 것, 깨달아 알아서 받아들이는 것! 이해의 사전적 정의다. 앎과 이해는 다르다. 그저 '아는 일'이 앎이라면, 이해는 시간 또는 경험과 함께 온다. 다시 말해, 이해는 실천적 앎, 세월을 켜켜이 축적한 앎이다. 이해야말로 지혜롭고 그윽한 인생의 핵심 키워드다. 2. 이해는 인간관계의 갈등과 누군가를 미워할 때 느끼는 괴로움을 완화시켜 준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멸한다. 괴테의 말이다. 말을 뒤집어도 멋진 교훈이 된다. 이해하면 경멸하기 힘들어진다.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고상하지만 쉬이 실현하기 힘든 이상적인 조언이다. 인격적 성숙이 요구되는 말처럼 들리기도 ..

나이는 마음을 앞서간다

월요일 오전, 카페로 일하러 가는 길이었다. 한 여인이 바쁜 걸음으로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막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와 출구를 나선 참이었고, 여인은 내 곁을 지나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찰나의 스침에도 그녀의 출렁이는 배가 눈에 띄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그 여인은 친구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Inspection 모임이라 부르는 친구들과 주말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둘째 날 아침, 하루 늦게 합류하는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패스트푸드점 에 잠시 들렀던 때였다. 건강에 관해 잠시 말을 주고받았는데, 요지는 명료했다. “우리도 이제 진짜 건강에 신경 쓸 나이다.” ‘진짜’라는 말이 강한 억양으로 강조되었는데, 지난 번에도 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거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왔음을 말하는 와중에 ..

커피, 독서 & 브래드랩

1. 적당한 포만감으로 마시는 진한 커피는 내가 즐기는 아침 일상이다. 지금 나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읽는다. 머그잔을 기울일 때마다 크레마 아래로 기어나오는 까만 속살을 보며 미소 짓는다. 후 불며 커피를 홀짝인다. 키스라도 하듯이 커피가 입 안으로 들어온다. 짧은 키스의 반복이 이어진다. 커피 맛은 어쩌면 사랑 같다. 진할수록 향기롭다. 씁쓸함 속 그윽함이 있다. 커피 맛을 모르면 씁쓸하나, 맛에 눈 뜨면 달콤해진다. 사랑의 실체가 아무려면 어떤가. 어차피 인생처럼 희로애락이 있을 테고, 회사 일처럼 의무가 있으니 가끔씩은 휴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뻔하지 않은가. 사랑 따위 다 안다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랑에 빠지면, 흑백 세상이 컬러로 바뀌고 시들해던 삶 곳곳에 생기가 돈..

두 가지 흥미로운 푯대

1. 모순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세상사 곳곳에, 인간 존재 깊숙이 모순이 박혀 있다. "모든 사실 관계는 모순 관계를 포함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명제 없이도, 사유하는 사람들은 모순의 존재를 어디에서나 발견한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모순을 배제하고서 이해하려고 한다. 세상사 이해가 일면적인 수준에 머물게 되는 이유다. 모순은 내 안에도 가득하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혼자 있기를 갈망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다보면 함께함을 그리워한다. (직업적으로는 수업이 있는 날엔 놀고 싶고, 놀다가 보면 수업을 하고 싶어지는 모습이 된다.) 시간 활용에서 쉬이 발견되는 이 모순은 그나마 간단한 모순이다. 해법도 비교적 용이하다. 혼자 있을 때에는 모든 접속을 끊고 스스로에게 침잠하여, 자신의 주체성을 발현하는 것이다. 함..

사람들을 의식하는 기술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이들은 크게 두 부류다. '시선'을 의식하는 이들과 '존재'를 의식하는 이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대개 자기중심성의 발로다. 타인을 위하기보다는 자신의 평판을 신경 쓴다는 점에서 그렇다. 누군가를 대하면서도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그의 모습 속에서 자기를 비추어 보거나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신경쓰는 것이다. 이것은 나르시시즘이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싶다면 그들의 시선이 아닌 존재를 의식해야 한다. 존재를 의식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욕망을 헤아리고 불편을 덜어주려는 노력이다. 존재를 의식하는 사람들은 상대를 알기 위해 질문한다.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은근한 질문을 던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타인의 존재를 의식하면 말과 행동..

역사적 유토피아를 꿈꾸자!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꿈꾼다. 경제적 여유, 낭만적 사랑, 친밀한 우정, 직업적 성취, 몸과 마음의 건강... 꿈의 목록은 희망과 체념을 동시에 안긴다. 바람과 가능성으로 가슴이 떨리는가 하면, 단념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혜라고 타협한다. 현실과의 괴리가 눈에 보이고 유토피아로의 여정은 힘겨워 보인다. 힘겨운 인생살이지만, 가끔씩 인생이 관대해질 때도 있다. 타협하고 체념했던 이들에게 동기부여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인생은 여행, 만남 때로는 위기를 매개로 하여 우리를 꿈과 희망의 세계로 이끈다. 영어 공부 해야지, 일년에 한 번은 여행을 가야지, 종잣돈을 만들어야지, 책을 더 많이 읽어야지... 욕망하며 의지를 다진다. 시간은 포악하다. 모든 기억을 집어삼키고 만물을 약화시킨다. 시간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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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고 작업하고 싶고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스타벅스에 왔다. 얼마간 쉬었고 와우들의 글을 읽었고 포스팅을 하나 했고 아메리카노마저 음미하고 나니 책을 읽고 싶어졌다. 아쉽게도 들고 온 책이 없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눈에 딱 들어온 문구 하나, Fine the roast You love most! 스타벅스 로스트 스펙트럼을 안내하는 전단지를 펼치니 이런 설명이 보인다. "각각의 커피는 절정의 향, 청량감, 무게감과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로스팅 과정에서 각기 다른 시간과 온도를 필요로 합니다. 스타벅스 커피는 세 가지 로스트로 구분되며 원하는 풍미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블론드 Blonde. 블론드 로스트 커피는 로스팅 시간이 짧고 바디감이 가벼우며 부드럽습니다. 미디엄 Medium. 미디엄 로..